요새 두산베어스 라인업을 보면 눈물이 나옵니다. 주전이 부상으로 거의 다 빠져버려서 거의 2군 수준이거든요. 다행히 지금 버텨주고 있는 선수들의 실력이 1군과 별 차이가 없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참 안타까운 타선입니다. 야구를 꽤 오래 봐왔지만 올해처럼 주전들의 부상이 심했던 해는 기억에 없네요.

오늘 롯데와의 타선을 보면요. 완전히 잇몸 라인업입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 그 잇몸... ㅡㅡ;; 오늘 출전선수 중에 원래 주전 라인업에 속했던 선수는 임재철, 김현수, 손시헌 정도 뿐입니다. 무려 9명 중에 6명이 바뀐거죠. 여기에 김현수는 사실상 부상선수로 쉬어야 하는데 팀 사정상 뛰고 있죠. 어제는 홈런치고 나서 통증 때문에 쇄골을 움켜지는 장면이 두산팬들을 울렸는데요. 오늘은 어떨른지 모르겠습니다. 더 아프지 말아야 되는데... 두산은 이종욱, 김현수, 김동주, 고영민으로 이어지는 국대 상위타선 라인업으로 유명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한숨만 나옵니다.  

1번 김재호 2B 
2번 임재철 RF
3번 민병헌 LF
4번 김현수 DH
5번 유재웅 CF
6번 손시헌 SS
7번 이대수 3B
8번 용덕한 C
9번 이원석 1B

P 김성배

투수들도 만만치 않죠. 지금 선발 로테이션은 김선우-김상현-홍상삼-이재우구요. 오늘은 땜방으로 김성배가 올라왔네요. 원래 시즌 전에는 김선우-랜들-정재훈-김명제 정도로 예상했었는데, 김선우만 생존했네요. 그나마 김선우도 그닥 미덥지 않다는게 문제.... ㅡㅡ;; 다행히 승리의 홍상삼이 의외의 포텐셜을 터뜨려주는 덕에 두산 선발 로테이션은 꾸역꾸역 굴러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위의 선수들이 잘 벼텨주고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요. 이들이 있기에 두산의 미러클은 올해도 계속 된다고 위안을 삼아야겠죠? 특히 고마운건 이대수입니다. 이대수는 어느 팀에 가도 주전을 맡을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손시헌이라는 큰 산에 막혀 2군에 있었죠. 정말 아쉽지만 팀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모는 이대수는 정말 아깝지만 본인을 위해서도 트레이드로 길을 터주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었구요. 2군에 계속 있다보면 의욕도 저하되고 자포자기에 빠질 가능성도 있거든요. 하지만 지금 이대수의 모습은 그런 패배주의는 찾기 어렵고 늘 씩씩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섭니다. 물론 유격수가 아닌 2, 3루수로요. 본인의 속은 어떨지 몰라도 그렇게라도 그라운드 감각을 익히는게 좋죠. 팀에서도 고맙구요.

요새 이대수 타격을 보면 비록 아웃되더라도 타구가 쭉쭉 뻗더라구요. 컨디션은 괜챦아 보이니까 경기 계속 출장하다보면 찬스에 강한 예전의 모습 되찾으리라 믿습니다.

그나저나 롯데와의 원정경기에서 1승 1패 기록했습니다. 1패는 갈매기들의 방망이질에 너무나 허무하게 내줬구요. 1승은 KILL 라인 가동으로 한점차로 겨우겨우 어찌어찌 막았습니다. 오늘 시리즈의 승패를 가리는 경기인데, 마음을 비우고 볼랍니다. 뭐 이렇게 부상이 많은데 뛰어주는 것만도 고맙죠. 이기기까지 바라는건... 흠...


두산의 내야진이 얼마나 뎁스가 깊고 럭셔리인지 보여주는 사례가 나왔네요. 어제 한화전에서 막판에 이원석-김재호-손시헌-이대수로 이어지는 내야라인을 선보였거든요. 모두 유격수 출신인데다 다른 팀에 가면 주전을 할 선수들인데 후보로 출전해 1루에서 3루까지 채워놓은거죠. 주전멤버는 오재원-고영민-손시헌-김동주로 국대급 수준인데요. 백업으로 구성해도 왠만한 다른 팀 1군보다 면면이 화려하네요.(수비력만 보면...)

그래서 한편 이대수, 김재호, 이원석에게는 미안한게 사실이에요. 풀타임 주전의 실력을 갖추고도 벤치에서 응원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래서 지난 스토브리그에 트레이드를 주장하기도 했었는데요. 지금 보니 트레이드가 별로 필요없을꺼 같네요. 오재원 부상에서 보듯 한 시즌 내내 부상선수 없이 구단을 운영하기는 힘들구요. 탄탄한 백업멤버가 있어야 기존 선수들도 실력이 일취월장하죠. 그리고 결국 수비가 탄탄한 팀이 단기전에서 유리하다는 측면에서 백업멤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기아의 양현종이나 히어로즈의 이현승과의 트레이드를 꿈꾸기도 했는데... 이젠 접을랍니다. 쏠쏠한 좌완도 좋지만 탄탄한 내야가 더 눈에 쏙 들어온다능... 넘 설레발 팬심인가요? ㅎㅎ


어제 경기에서 최고의 수훈자는 김경문감독님도 말씀하셨지만 홍성흔선수입니다. 잘 쳤냐구요? 잘 뛰었냐구요? 잘 막아냈냐구요? 아닙니다. 홍포는 음지에서 묵묵히 자기의 역할 이상을 해냈죠.

6회 1사 1, 2루에서 쓰리번트를 감행한건 작전이 아닌 홍캡틴의 희생정신이었다고 하네요. 게다가 성공시키고 난 후 벤치로 들어오는 홍캡틴의 모습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마치 홈런치고 들어온 타자처럼 포효를 하더라구요. 가슴이 뭉클~ 하드만요. 부상으로 안방마님 자리를 채상병에게 내줘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건만, 천하의 홍포는 오로지 팀 승리만을 위해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켰습니다. 홍포의 존재감이 빛났던 순간이죠.

벤치에서도 쉴 새 없이 선수들을 독려하구요. 채상병이 홈론치고 들어올 때도 누구보다 더 격렬한 몸짓으로 환영했습니다. 이런 홍포가 있기에 두산의 이타적인 팀 분위기가 형성된게 아닌가 싶네요. 정말 자랑스러운 우리 홍포입니다.^^

더불어 이대수의 날이었죠. 멋진 다이빙캐치로 3루주자를 묶어두고 타자를 아웃시키는 장면은 이 시리즈가 왜 '이대수의 난'인지 확인해줍니다. ㅋㅋ 친정에 제대로 복수한 셈입니다. 김성근감독과 사이가 무척 안좋았다죠. 잘 온겁니다, 이대수선수^^

두산이 2차전도 승리했습니다.이제 잠실 3, 4, 5차전에서 챔피언에 오를꺼라 확신합니다.^^ 두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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