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회사 연말회식은 1차 영화, 2차 맥주였습니다. 근데 선정한 영화가 '모범시민'이어서 이미 본 사람들끼리 다른 영화를 보고 2차에 합류하기로 했죠. 찾은건 '시크릿'이었습니다. 동료의 추천작이었는데, 나름 괜챦았네요. 오히려 추천한 동료는 감상소감이 별로라고 하더라구요. 역시 취향은 사람 얼굴 수만큼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덴티티'처럼 끝까지 긴장타면서 머리를 짜내야 하는 영화... 무지 좋아라 합니다.^^

영화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스릴러를 부부간의 심리극 안으로 끌어들인 작품입니다. 우선 크게 보면 단순 살인사건이 마약과 연계되고, 형사조직과 조폭조직간의 대결, 적당한 비리, 복수와 얽혀져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요. 작게 보면 치유의지가 없는 부부간의 갈등이 단초를 제시한 셈입니다. 특히 불륜과 아이의 사고사 등이 부부에게 어떤 심리적 충격을 가하는지, 어디까지 분노기제가 작동하는지 잘 보여줬죠. 또한 치유법 또한 제시했네요. 블록버스터형 사랑과 전쟁과 비슷합니다.
 
영화에서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당한 아내와 그녀를 구하려는 형사, 그리고 주변인물들의 밀고 당기는 카드놀이가 꽤 볼만하네요. 처음부터 영화는 아내가 범인이라고 단정지었기 때문에, 오히려 아내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막판에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역시 반전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상상했던 구도의 반전은 아니어서 영화 끝나고 좀 생각을 해야 했네요. 뒷자리에 앉았던 어떤 여자 관객 4명은 영화가 끝나고서 서로 어떤 내용이었나 토론까지 하더군요.

근데 톱아보니 영화가 어딘지 '세븐데이즈'와 비슷했습니다. 영화 막판의 반전도 그렇거니와 범인을 끝까지 숨긴채 영화를 진행시키는 방식도 유사하거든요. 근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세븐데이즈'의 시나리오 작가가 '시크릿'의 윤재구 감독이었네요. 그래서 '세븐데이즈'를 Saving My Daughter로 '시크릿'을 Saving My Wife라고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시각으로 보니 영화의 맥이 딱 잡히네요. 사랑하는 가족을 누명에서 구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성공하는데, 그 이면에 의외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있는 패턴... 어떻게 보면 어느 누가 감히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느냐고 묻는 듯 합니다. 슈퍼맨으로 대표되는 단순한 권선징악적 영화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높은 범주에 속하죠. 앞으로 윤재구 감독을 주목해야겠네요.^^

연기는 모두 잘했지만, 특히 재칼역의 류승룡이 탁월했습니다. 잔혹한 이미지의 조폭두목 역할을 류승룡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소름끼쳤구요. 다른 배우들도 괜챦았습니다. 차승원의 근육은 여전히 섹시했고, 송윤아의 선이 약한 연기는 오히려 반전의 묘미를 더했네요. 여하튼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덧글...
연말회식 영화는 회사 사정상 각자 돈으로 해결했습니다. 내년엔 돈 많이 벌어서 회사돈으로 뮤지컬을 보고 싶다능... 흠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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