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나는 가수다'인데요. 첫 탈락자가 김건모더군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국민가수 김건모가 탈락하리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네요. 본인도 예상외 결과에 충격받은 모습이 역력하던데, 나머지 6명에게도 그 쇼크의 무게는 비슷했을겁니다.

7명 중에서 유일하게 국민가수라는 칭호를 갖고 있고, 남녀노소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고, 또 가요계에서 이제 선생님으로 대접받는 그가 제일 먼저 탈락한다...? 어떤 면에선 용납이 안되는 일이죠. 그 충격여파가 생각 이상으로 큰건 우리사회가 가진 익숙해진 서열이 붕괴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연배높은 분을 존중해주는 연령서열이나, 누가 먼저 업계에 발을 들여놨느냐로 따지는 선배서열 등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문화에서 그 최상위층을 형성하는 집단에게는 함부로 평가의 잣대를 대기는 어렵죠. 가령 원로가수에게 신인가수가 어떤 평가를 내린다는건, 그 내용과 상관없이 대단히 불손한 일이거든요. 그런 장유유서의 문화가 집단 내 질서를 잡는데 기여하긴 하지만, 실력있는 사람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역기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김건모의 탈락은 사회에 신선한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누구도 대중의 평가앞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줬으니까요. 또 이 다음에 탈락하는 가수도 좀더 편한 마음으로 길을 열어주지 않을까요? 천하에 김건모도 탈락했는데... 하면서 쿨한 마음을 가질겁니다. 다만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한건 원칙을 깼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서열파괴의 충격을 한국적인 정서로 치유해나가는 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싶네요.

이런 현상은 가요계에만 필요한건 아닙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언론 등 각 분야에서도 이런 창조적인 파괴가 있어야 더 발전이 있겠죠. 물론 그 기저에 우리문화 고유의 연장자 존중문화는 면면히 이어져야 하구요. 간만에 참 좋은 예능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예전에 쌀집 아저씨 아프리카 다녀온 여행기도 책으로 봤었는데, 괜히 다녀온게 아니었네요.^^

덧글...
참고로 개인적인 오늘 경연의 픽은 윤도현, 김범수, 정엽이었습니다. 특히 윤도현... 소름끼쳤습니다.

노래방에서 가끔씩 부르는 노래가 윤도현의 잊을께 입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애이불비(哀而不悲)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나네요. 슬픔을 속으로는 삭이면서 겉으로는 폭발하는 그런 모습이 연상되죠. 마치 활화산같은...

갑자기 노래방에서 한번 불러보고 싶어지네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너를
길을 걷다 멍하니 너를
지금은 내 곁에 없는 너를
그리워하네 바보처럼

나보다 행복하기를 바래
내 생각하지 않기를 바래
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
다시는 내게 올 수 없게

안개처럼 사라져간
다시 못 올 그 지난날
함께한 추억
모두 흘려 보낼게

널 잊어야해 힘들어도
널 지워야해 기억 속에서
네가 떠난 후에 난 죽을 것 같이 아파도
두 번 다시 울지 않을게
잊을께 잊을께

아직도 휴대폰에 네 이름
지우지도 못하고 있어
전화기 들고 한참을 서서
널 생각하네 바보처럼

안개처럼 사라져간
다시 못 올 그 지난날
함께한 추억 모두 흘려 보낼게

널 잊어야해 힘들어도
널 지워야해 기억 속에서
네가 떠난 후에 난 죽을 것 같이 아파도
다시는 너를 찾지 않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너를 (아직도 너를 )
길을 걷다 멍하니 너를
지금은 내 곁에 없는 너를
그리워하네 바보처럼
잊을께 잊을께 잊을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