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의 연기파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20세기 100대 영문소설인 위대한 개츠비의 만남. 이만하면 괜찮은 조합이다. 그러나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다소 빗나간 핀트 때문에 실망스러웠다. 재료는 좋은데 조리가 시원치 않았다고나 할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영화가 주고자 했던 메시지의 모호함이 아쉬웠다.

 

영화는 두가지 스토리를 가진다. 하나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여러 행운을 거쳐 백만장자에 이른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 나머지는 군인 시절 만났던 첫사랑 데이지와 다시 만나고 헤어지게 되는 개츠비의 이야기. 전자는 성공 스토리고 후자는 러브 스토리다. 둘다 결말이 불꽃처럼 사그라드는 공통점을 지녔기에 연출하기에 따라 여운도 강하게 줄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은 두 스토리 중 어느 하나도 잡지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영화로 만들어 버렸다. 아마도 감독은 여성관객들에게 어필하고자 디카프리오를 백설공주에게 키스하러 온 왕자로 꾸미고 싶었을게다. 왕자의 화려한 면면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동원했고. 1920년대 뉴욕 졸부를 상징하는 그의 웅장한 저택, 초호화 파티, 최고급 노란색 스포츠카, 최신 유행의 명품의류 등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그의 매력을 강조했던 이런 소품들이 오히려 영화의 본질을 가려 버렸다. 개츠비는 소품의 그늘 뒤에 숨겨졌다. 결국 영화는 산으로 가고 말았다.

 


우선 첫번째 뼈대인 개츠비의 성공스토리를 톺아보자. 개츠비의 성공담은 팩트와 과장이 교묘하게 엉켜 있다. 단숨에 주류사회에 진입한 개츠비는 자신을 둘러싼 몇몇 소문들을 과장할 필요가 있었을 터. 군인 신분으로 잠시 옥스포드에 있었던걸 옥스포드 출신으로 둔갑시킨게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이름까지 개츠비로 개명할 정도로 그는 철저하게 새로 태어나길 원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적어도 세속적으로는. 그러나 개츠비의 실상은  사상누각이었다. 도박사 울프심의 심복으로서 역할이었을 뿐, 진정 그가 가진건 없었다. 영화는 이 스토리를 심도있게 묘사하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대사로만 처리했기에 관객들은 그가 막연하게 사기꾼이었음을 유추할 뿐이다. 


두번째 뼈대인 개츠비의 러브스토리는 더 아쉽다. 비록 불륜일지라도, 개츠비는 첫 사랑을 잊지 못하는 로맨티스트다. 아스라한 사랑의 아련함에 포커싱했다면 영화가 여운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데이지의 애매모호함과 개츠비의 다혈질에 영화는 이도 저도 아닌 해프닝성 스캔들로 인식되고 말았다. 그런 스토리는 굳이 피츠 제럴드의 원작을 가져오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이 영화의 스토리텔러인 닉 캐러웨이는 개츠비를 이렇게 묘사한다. 자기가 본 가장 희망적인 사람이 개츠비였다고. 그럴 수 밖에 없다. 순수한 첫사랑을 평생 간직한 로맨티스트이자 개천에서 용난 입지전적인 캐릭터를 모두 흐지부지 지워버렸으니 남는건 희망을 쫓는 사람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재료로 만든 요리치곤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밖에 없는게 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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