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어딘가로 무조건 떠나야 한다는 욕망이 가슴 속에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간절하게... 지금까지 이토록 절박하게 일상탈출을 원했던 때도 없지 않았나 싶네요. 때 마침 회사에서 부상으로 받은 여행상품권이 있어 이번 연말에 '아무 생각없이' 바로 떠날 수 있는 곳을 정말 '아무 고민없이' 골랐습니다. 하이난 3박 5일 짜리 상품입니다...

사실 출발하기 전에 징후가 좋지 않았죠. 회사일도 바빴지만 아기곰이 열이 있어서 떠나기 하루 전까지도 꼭 지금 떠나야만 하나 하는 고민에 빠졌거든요. 다행히 감기기운은 잦아들던 상태여서 상비약을 준비하기로 하고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게다가 내년에는 시간내기가 더 힘들 것 같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구요. 하지만 개인적인 욕망이 결정타였음은 부인하지 못하겠네요. 어쨌든... 떠났습니다...


하이난(海南)

면적 : 33,920 km²
인구 : 8,030,000 명
별칭 : 중국의 하와이라고 불리움

솔직히 하이난에 대해 잘 모릅니다. 올해 초 하이난에 워크샵 한번 갈 기회가 있었다가 무산되었다는 점 빼고는 정보가 거의 없었죠. 게다가 이번 여행의 컨셉은 '묻지마 여행'이었기에 떠난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었습니다. 일정표에는 대략 시내관광과 해양스포츠로 되어 있어서 여차하면 스킨스쿠버 하고, 귀챦으면 호텔에서 수영이나 하고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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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호텔에 있는 수영장을 보는 순간 수영이나 하고 지내야 겠다는 생각은 깨끗이 접었습니다. 시설도 4성급 호텔치고는 만족스럽지 않았구요. 바람도 많이 불어 수영하다가는 감기가 더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반 관광코스대로 쫓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어쨌든 첫날은 새벽 1시 넘어 도착했기에 일단 숙소에 짐풀고 잠자기 바빴습니다. 다행히도 아기곰의 상태도 나빠지진 않았구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둘째날 여행에 나섰습니다. 코스는 원숭이섬이라고 하네요. 예전에 뉴스에서 저질 관광지로 어느 나라의 원숭이섬인가 원숭이공원인가를 언급했던걸 본 기억이 있어서 혹시 거기는 아닌가 했었죠. 거기는 그냥 돈내고 갈만한 데가 아닌데 유료상품으로 판매해서 뉴스에서 얻어 맞았었는데 다행히 하이난의 원숭이섬은 아닌것 같더군요.

섬은 케이블카로 이어져 있어서 홍콩의 구룡공원인가 가는 코스와 비슷했습니다. 위의 사진이 케이블카에서 찍은 모습인데요. 수상가옥촌 모습입니다. 자세히 보면 가정집 뿐만 아니라 잡아놓은 물고기들을 모아놓은 양식장 같은 시설도 있더군요. 주거를 넘어 생산의 기능까지 담당하는 수상가옥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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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섬에는 시설이 잘 정돈되어 있었구요. 몇가지 간단한 쇼도 있었죠. 원숭이와 사람의 만담극도 있엇고, 원숭이가 자전거 타고 다니는 쇼도 있었고, 원숭이가 말이나 염소들과 함께 하는 코너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물을 학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하이난이 생각보다는 커서 원숭이섬에 다녀오니 오후시간이 거의 다 가버리더군요.

저녁에는 발맛사지를 받았습니다. 전에 홍콩에서 받았을 때보다는 덜 시원했지만 1시간 정도 받았고, 가격은 저렴했습니다. 20달러 정도니까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안들었구요. 덕분에 여행 첫날의 피로는 어느 정도 말끔히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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