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꼭 보고 싶었던 영화, '워낭소리'를 회사 동료들과 함께 봤습니다. 영화라기 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실제인물을 덤덤하게 그려내서 더욱 호소력이 느껴지더군요. 특히나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매우 인간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게 관객들을 많이 끌어모은게 아닌가 싶은데요. 워낙 입소문이 강해서 그런지 기대만큼은 눈물샘을 자극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무리수를 두지 않아 오히려 담백했습니다.

영화는 평생을 소와 함께 농사를 지어온 노인과 소의 이야기입니다. 노인은 농사지을 힘이 없고, 소는 수레를 끌 힘이 부치고, 집에 뒹구는 라디오는 작동을 하지 않죠. 모두 고물이 되어버린 인생 끝자락에 놓여있는 신세죠. 하지만 이들은 의지하면서 버텨왔고, 힘들지만 그 생활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건 불편함이 아니라 생활 자체였기 때문이죠. 우모의 친척 중에도 그런 분이 한분 계시는데요. 충분히 쉬면서 여생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굳이 힘든 일을 멈출 생각을 안하시죠. 주위에서 보면 안타깝지만 좀처럼 고집을 꺾지 않으시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고집불통, 워커홀릭으로 보이지만 그게 그 분의 삶인걸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영화 속의 최노인을 안쓰럽지만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끝부분에 이 땅에서 자식을 위해 힘들게 일해온 아버지와 소를 위해 이 영화를 바친다고 자막을 올렸습니다. 평생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아버지와 소는 가슴 찡하게 울리는 공통의 감동코드를 지녔는데요. 영화 보는 내내 아버지를 많이 생각하게 하더군요. 당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버지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게 되구요. 영화에서 잠깐 비쳤던 아버지와 가족의 거리감, 소외감 등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동시에 저렇게 늙으면 안되겠구나 생각도 되구요.

동료들과 맥주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토론의 주제가 딱딱한 업무에서 탈피한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었구요. 영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얘기하다보니 서로의 성향도 잘 알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영화는 78분으로 짧게 끝났지만 술자리는 200분 가깝게 이어진걸 보면 모두 유익했던 시간에 공감했던 것 같네요. 결국 다음 달 회식 스케쥴로 금~토요일에 동해바다로 가자는 제안까지 나왔습니다. 1박2일이 못내 부담스럽긴 한데 동료들은 부리나케 날짜까지 잡더군요. (헉!)

음... 동해바다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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