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한라가 리그 2연패를 했습니다. 우승만으로도 감격스러운데 4-3으로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두니, 정말 짜릿짜릿 하더군요. 평생에 몇번 안되는 명경기를 본 것 같아 영광스럽기까지 하네요. 지난 목요일과 토요일 오지이글스와의 경기에서 2연승을 거둬 한 경기만 더 이기면 정규리그 우승 확정 지을 수 있는 경기였는데요. 리그 2위의 강팀을 맞아 투혼을 발휘한 끝에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우승 헹가레와 샴페인, 링크를 도는 선수들, 그리고 환호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네요.

경기는 완전히 마르티넥을 위한, 마르티넥에 의한, 마르티넥의 경기였습니다. 경기 상황은 3피리어드 종료 30초 전까지 3-2로 지고 있었구요. 우리 선수들이 파상공세를 펼치고는 있었지만, 오지의 디펜스 라인 또한 견고했죠. 특히 오지의 골리는 참 유연한 몸놀림을 갖고 있더군요. 세이브도 여러 차례 기록했습니다. 헬멧을 벗을 때 보니 잘생기기까지.. 흠.. 어쨌든 마지막 남은 순간 30초... 슬랩샷에 이은 리바운드를 마르티넥이 걷어 올려 동점골을 만들었네요. 그리고 박주영처럼 무릎을 꿇으며 미끄러지는 멋진 세리머니... 빙상장은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

이후 연장전은 분위기상 안양의 페이스임은 당연하구요. 아시아 최강자의 위용은 오래지 않아 증명됐습니다. 또 한번 문전 혼전 중에 날린 마르티넥의 리바운드 슛은 오지 골리의 몸을 날린 방어를 가볍게 뚫었구요. 환호하는 마르티넥 위로 선수들은 인간탑을 쌓았습니다. 그동안 두산베어스 경기를 그렇게 많이 갔지만 우승순간은 늘 TV와 함께 였는데요. 이렇게 직접 현장에서 우승의 감격을 맛보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선수들이 링크에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내내 아기곰을 무등태우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구요.

개인적으로 안양한라 선수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마르티넥이 동점골, 결승골을 넣어 너무 기뻤지만요. 그 외에도 여전히 든든하게 세이브 해준 손호성, 골은 못넣었지만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김기성, 아랫 입술이 터지는 투혼을 보여준 박우상, 코리안 로켓 송동환, 날카로운 드리블을 보여준 꽃미남 라던스키, 신인왕 예약한 조민호, 그리고 늘 다람쥐같이 민첩성을 보여준 오노 등 정말 출전했던 모든 선수들이 최고의 투혼으로 얼음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로 인해 아이스하키 동호인구도 늘고 저변확대도 이뤄졌음 하는데, 이런 최고의 경기를 스포츠TV에서는 중계를 해줬느지 모르겠네요. 늘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울러 작년엔 안양이 리그 1위를 하고도 크레인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아깝게 져서 결승에 오르지 못했는데요. 올해는 무조건 통합우승을 하기 바랍니다. 할아버지 마르티넥도 통함우승이 꿈이라고 했고, 또 통합우승이 진정한 챔피언이기에... 남은 기간 심혈을 기울여 승리해 우승트로피를 안양으로 가져왔으면 하네요. 링크에서 심의식 감독이 정말 좋아서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통합우승으로 또 한번 그 환희를 팬들과 함께 했으면 합니다.

덧글...
처음으로 안양한라 서포터스 분들과 인사를 나눴네요. 아직은 북으로 응원을 리드하는 정도지만, 시간이 지나고 차츰 체계적으로 이끌면 아이스하키를 대표하는 팬들의 모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비록 지금은 20여명에 불과하지만...


그게 1995년이니까 군대에 있을 때 입니다. 한창 쫄병 시절인지라 내무반에서 찍소리도 못하고 군기 바짝 든 상태로 일만 하고 있었죠. 그날도 그냥 마대자루로 바닥 밀고 걸레로 침상 닦고 있었습니다.

한 내무반에 고참들이 모두 모여 TV를 보고 있었는데요. 바로 두산(당시 OB)과 롯데의 한국시리즈 7차전이었죠. 1995년의 챔피온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였기에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일병이 TV를 볼 수 있나요. 그랬다간 당장 집합 걸릴텐데요. 내무반 밖으로 들려나오는 고참들의 함성소리로 짐작만 할 뿐이었죠.


그러다 어렵사리 걸레로 침상을 닦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다른 내무반은 후딱 닦고 TV가 있는 내무반에서 정말 광이 나게 닦고 또 닦고 했습니다. 다 닦아도 나가기 싫어서 눈치를 보며 밍기적 대고 있었죠.

그때 누구였는지 고참이 저를 보며 얘기하더군요.

고참 : "야 너 야구 보고 싶지?"

속에서는 "네!~~" 외쳤지만 그럴 수야 있나요.

쫄병 : (당황한듯) "아.. 아닙니다. 괜챦습니다."
고참 : "마 괜챦긴 뭐가 괜챦아. 보고 싶으면서 뭘~ 그냥 앉아서 봐"
쫄병 : (머뭇...)
고참 : "그냥 보래두~ 괜챦아. 내가 보라면 보는거야"
쫄병 : (긁적긁적) "아.. 예 알겠습니다!"

그 때 그 고참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누가 면회오는 것보다 훨씬 더 반가운 말이었죠. 아쉽게도 그 고참이 누구였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1995년의 우승은 좀 특별합니다. 박철순 형님이 13년을 기다려온 마지막 현역 우승이었거든요. 허리 디스크로 몇년을 재기했다 실패하고 다시 재기했는데, 현실적으로 95년이 형님에겐 거의 마지막 도전이었죠. 그런 까닭에 박철순은 우승한 후 그라운드에서 목놓아 울었습니다. 저도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속으로는 눈물을 엄청 흘렸구요.

아직도 마지막 투수 앞땅볼을 처리하던 권명철의 마지막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그라운드에서 뒤엉킨 선수들도 또렷이 기억하구요.^^

올해는 SK에 복수전으로 꼭 우승했음 싶네요. 그 때의 감격을 또 한번~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