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수하면 떠오르는건 우동수 트리오입니다. 과거 두산베어스의 전설적인 클린업 우동수 트리오의 한 축을 심정수가 담당했었죠. 우즈-김동주-심정수로 이어지는 우동수 트리오는 지금 세월이 흘러 우즈는 일본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고, 김동주는 일본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심정수는 은퇴했지만,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최고의 히트상품이자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해태 시절의 김성한-김봉연-김준환으로 이어지는 클린업을 능가하는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거포군단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런 심정수가 은퇴선언을 했습니다. 60억을 받고 삼성으로 간 이후에 그닥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해 먹튀의 이미지도 남아있지만, 두산팬에게 심정수는 아련한 추억이자 자부심이었죠. 한때 베어스가 두점베어스라는 오명을 썼을 때 팬들은 '심정수만 있었어도...' 하며 그의 장쾌한 홈런포를 그리워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김동주, 홍성흔이 없는 중심타선을 보면서 도 한번 심정수의 추억을 떠올리지도 모르겠네요.

심정수는 94년 OB로 입단해서 현대에서 2001년~2004년, 삼성에서 2005년~2008년 선수생활을 보냈구요. 15시즌 동안 통산 2할8푼7리에 328홈런, 1029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심정수의 하이라이트는 두산과 현대시절이었는데요. 특히 2000년 LG와의 플레이오프 6차전에서 날린 홈런을 많이들 기억하고 계시더라구요. 안경현이 장문석에게 9회초 투아웃에서 동점을 만든 이후 11회초에 날린 심정수의 결승홈런은 거포군단 두산의 정점이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심정수는 플레이오프에서 안타 3개인가를 쳤는데 모두 홈런이었을겁니다. 부진했던 그를 믿어준 김인식감독도 대단했지만요, 중요한 순간에 홈런을 날려준 심정수도 레젼드급이었습니다.

하지만 심정수는 결국 무릎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많지 않은 나이에 은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생활은 정리하고 미국유학을 간다고 하네요. 뭐든 열심히 잘하기 바라고, 먼 훗날 우동수 트리오가 모두 잠실야구장에 서는 감동적인 장면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두산베어스의 클린업은 우동수에 대한 향수가 있죠. 우즈-김동주-심정수로 이어지는 가공할 핵폭탄급의 클린업이 등장하면 투수들은 기가 죽었더랬죠. 김동주는 리그를 대표하고, 심정수는 삼성의 대표타자, 그리고 우즈는 일본의 대표 용병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그 위력이야 뭐 두말할 나위 없겠죠.

요새는 고동수 트리오가 뜨고 있습니다. 고영민-김동주-김현수로 이어지는 타선인데요. 고영민과 김현수의 눈부신 성장이 있기에 가능한 타선입니다. 고영민은 테이블 세터의 성격이 강한 타자구요. 김현수는 작년까지 2번타자를 맡았었죠. 근데 무럭무럭 성장해서 어느덧 클린업을 맡겨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든든합니다. 이게 바로 두산의 강점인데요.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가 있다는건 팬으로서는 참 행복한 일입니다.

최준석이나 홍성흔이 제 컨디션을 찾으면 어떻게 될런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두산의 장래를 생각하면 이 두 선수가 제몫을 해주는게 바람직하다고 보이네요.

특히 김현수는 파워를 키우고 홈런수를 늘리면 두산에 부족했던 왼손 거포의 갈증을 해결해줄꺼라 믿습니다. 생각해 보니 두산의 왼손거포는 김형석 이후 딱히 없었네요. 그리고 고영민은 호타준족의 계보를 이었으면 합니다. 수비야 뭐 이미 국가대표급이고, 타율만 좀더 올리고 홈런수를 잠실에서 20개 이상 쳐준다면 더 바랄게 없을꺼 같네요. 잠실구장 20-20클럽은 남다른 의미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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