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의 우세를 예상했던 우모를 무색케하는 반전 드라마가 쓰여지고 있습니다. 잠실에서 2연패 후 사직에서 다시 2연승을 거둬 시리즈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네요. 이제 잠실벌에서의 마지막 혈투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만약 이길 경우 2패후 3연승이라는 미러클 두산의 기적을 또 볼 수 있게 되었네요.

오늘 경기는 저녁약속으로 하이라이트만 보고 짧게 남깁니다. 우선 오재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4회말에 보여준 오똘의 수비는 정말 소름을 돋게 하더군요. 감히 올 시즌 최고의 수비였다고 말할 수 있을겁니다. 아름답고 다이내믹한 수비동작도 그렇지만, 그 수비 덕분에 경기의 흐름을 지켜나갈 수 있었거든요. 1, 2차전의 허술한 수비로 화난 우모를 달래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정수빈의 홈런도 눈물나게 대견스러웠습니다. 폼이 예쁘고 스윙인 빠르고 간결해 분명 포스트 이종욱으로 손색이 없구요. 부담이 많았을 임태훈과 정재훈의 호투도 너무 고마웠습니다. 또 용덕한의 멋진 수비와 멀티 안타 최고였구요. 이종욱의 허슬플레이...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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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황재균의 유격수 수비가 의외로 불안하더군요. 3루에선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데, 유격수에서는 스텝이 딱딱해 보였습니다. 특히 3유간의 깊숙한 땅볼은 잡더라도 1루로 던지는 송구동작이 느리고 부정확해서 내야안타 만들기 어렵지 않아 보이네요. 손캡틴의 간결한 송구동작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두산은 이 점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을 듯 하네요.

걱정스러운건 투수진과 야수진의 소모가 심해 플레이오프에 오른다해도 삼성의 무지막지한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겁니다. 특히 선발투수는 김선우와 홍상삼을 제외하곤 선발 중간으로 모두 활용해 이제 어떻게 짜야할지도 모르게 되었네요. 그래도 우리 선수들 투혼을 발휘해서 미러클 두산의 면모를 과시해주기 바라구요. 화요일 경기에서도 꼭 승리해 우모의 예상을 깨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김선우와 김광현... 제대로 붙었습니다. 
2008년 한국시리즈의 후속판이자 미리보는 2009년 한국시리즈이기도 했죠.

오늘 두산과 SK 양강의 에이스끼리 선발 맞대결을 펼쳤는데요. 1, 2위팀 답게 한 단계 높은 수준을 보여줬네요. 최근 무박2일 경기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잘해서라기 보다는 막장에 가까웠다는 야구팬들의 평이 많았죠. 하지만 두산과 SK의 지난 경기도 그렇고 오늘 경기도 그렇고 야구의 묘미란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진정한 명승부를 보여줬습니다. 경기 내내 심장이 잘근잘근 씹히는 느낌의 연속이었네요. 9회말 투아웃 만루에 투쓰리 풀카운트라는 보기 힘든 장면도 나왔죠. 그걸 임태훈이 9구까지 가는 승부끝에 김재현을 내야땅볼로 잡아냈구요. 오늘 분장실의 강선생님이 봤으면 한마디 같습니다. "태훈아~ 니가 고생이 많다~"

결과는 두산의 4:2 역전승이었구요. 승리투수는 임태훈, 세이브는 이용찬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기쁜건 꼬꼬마 정수빈이 연장 12회에 결승 홈런을 쳤다는건데요. 워낙 선구안 좋고 히팅 포인트 뒤에서 잘 받쳐줘서 언젠가 터뜨리리라 예상은 했었는데 SK 가득염을 상대로 밀어서 좌측 홈런을 뽑아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종욱 없으면 정수빈, 고영민 없으면 김재호, 손시헌 없으면 이대수, 김동주 없으면 이원석... 정말 두산의 뎁스 정말 깊네요. 그리고 비록 12회에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세이브를 끝까지 지켜준 이용찬, 참 잘했습니다.

오늘 경기의 관전포인트는 양팀 에이스의 맞대결, 그리고 포수싸움에서 누가 이기냐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SK에게 2년 연속 발린 이유가 바로 박경완이었다 보구요. 박경완에게 완벽하게 털렸기에 SK투수들이 실력 이상의 구위를 보였고, 덩달아 두산의 빠른 발야구까지 죽었더랬죠. 올해도 투수와 포수 싸움에서 밀리는 한 두산은 SK를 제치고 우승하기는 힘들껍니다. 안타깝지만 사실이죠.

우선 선발투수 싸움은 김선우도 잘 던졌지만 김광현이 더 잘 했기에 판정패라고 볼 수 있네요. 김선우는 5이닝 4안타 1실점을 기록했는데요. 1실점도 자책이 아닌 1루수 실책으로 내준 점수였죠. 최준석이 잡을 수 있는 공을 그만 놓치는 바람에... 음... 우리의 오똘 오재원은 어디에 있는지... (두리번 두리번) 두산이 다른 팀과 경기에서는 수비로 기를 죽이곤 했는데, SK만은 예외네요. 하지만 김선우의 피칭도 충분히 칭찬받을만 했습니다. 불안불안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임무는 완수했습니다. 꾸역꾸역... 덕분에 후반에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구요.

김광현은 7회까지는 완벽했지만, 8회에 동점을 허용해서 승리투수 기회를 놓쳤습니다. 김광현은 경기가 잘 안풀릴 때 얼굴이 상기된다거나, 심판이 안도와줄 때 멋적은 웃음을 짓거나, 에러가 나올 때 찡그리거나 하는 등의 감정변화를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는데요. 이럴 때 한번만 더 밀어부치면 김광현은 스스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역할이 이종욱에게 왔는데, 2사 1, 2루에서 그만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8구까지 끌고 갔음에도 아쉽네요. 그만큼 김광현이 잘 던진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포수싸움은 용덕한이 선전했습니다. 투수 리드도 좋았구요. 인사이드 웍도 훌륭했습니다. 타격도 안타 2개나 쳐냈으니 이 정도면 준수했죠. 전 채상병, 최승환, 김진수, 용덕한 중에서는 용덕한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일단 제대한지 얼마 안되었기에 투수와의 호흡면에서 밀릴 수는 있지만, 상무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였기에 충분히 1군에서도 통하리라 봤습니다. 특히 나이가 젊다는 점은 체력소모가 많은 포수에겐 큰 무기가 될 수 있죠. 그래서 나름 용덕한의 별명으로 The Khan(더칸, 덕한)으로 지어줬는데요. 괜챦지 않나요...? 음... 아직 뭐 나만 부르는 별명이라는게 아쉽다능...

하지만 SK 박경완 역시 여전히 명불허전이더라구요. 수빈 어린이의 도루를 간발의 차로 저지했구요. 영리한 리드로 김광현의 구위를 더욱더 날카롭게 해줬습니다. 거의 20승급 포수라 불러도 손색없다능... 특히 가장 무서운 점은 발야구가 박경완 앞에서는 곰들의 빠른 야구가 꼬리 내리더란거죠. 좀 보란 듯이 도루를 시도하고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 없나요? 정수빈은 두번이나 실패했구요. 물론 한번은 박경완이 아닌 투수 견제에 걸린거지만... 다른 선수들은 9회까지 시도조차 없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맘에 걸려요. 악어는 사냥할 때 무조건 물속으로 끌고가죠. 이게 자신의 장기를 살릴 수 있는 곳으로 상대를 몰아가는거거든요. 이미 물속에 들어온 이상 게임은 끝나는거구요. 두산의 창조적인 베이스 러닝은 상대 팀에게는 완전 악몽일 뿐니다. 다행히 오재원이 10회에 도루 성공해서 이기긴 했습니다. 그나마 투수가 정대현이었기에 가능했구요. 역시 두산은 뛰어야 이깁니다.

덧글...
김현수가 3회 정근우의 평범한 안타를 쓸데없는 슬라이딩으로 놓쳐 2루타로 만들어줬습니다. 아무래도 타율 1위 경쟁을 벌이는 정근우였기에 잡으려는 의욕이 앞서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이걸 김경문감독은 놓치지 않고 지적했네요. 이종욱과 교체... 아마 김현수도 이걸 계기로 좀더 마음을 다잡길 바랍니다. 가뜩이나 김광현한테 약한 모습만 보여줬는데 오늘도 2타수 무안타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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