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올림픽 폐막식에 비가 나온다기에 예전 LA올림픽 때의 마이클 잭슨을 떠올렸던 내가 바보였나 봅니다. 하루종일 물놀이로 피곤했던 탓에 일찍 잠들었기에 망정이지, 밤늦게 그런 어이없는 모습을 지켜봤다면 화가 좀 났을꺼 같네요. 비를 아끼는 마음에서 이번 폐막식 공연은 안습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동영상으로 보니 폐막식의 비는 그냥 중화권 가수의 one of them이었습니다. 한국적인 의상도, 한국적인 노래도, 한국적인 춤도 없는 그냥 중화주의에 입각한 화류축제에 어설프게 낀 오랑케에 불과했죠. 그렇다고 비(Rain)라는 존재감이 드러나지도 않는 그냥 '중국 잘났다' 춤판에 세워진 짝퉁 중국인형이었습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비는 脫아시아 가수의 기수였는데 말이죠.

이렇게 연출을 한 장예모감독도 참 얄밉지만, 이런 모습이란걸 알고도 출연을 결정했다면 비도 그닥 판단력 또릿한 친구는 아니란 생각입니다. 예전엔 비가 참 올망졸망 신통방통한 청년이었는데...

그냥 동영상을 보며 떠오르는 단어는 오랑케, 이이제이(以夷制夷), 짱께, 중화주의(中華主義), 무개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벌고... 뭐 대충 그런 것들이네요.

인터넷에서는 비의 폐막식 참여를 두고 논쟁이 있는 것 같은데요. 비를 격하게 아끼는 사람들은 괜챦다, 뭐가 어떠냐? 라고 하지만 외국사람들이 봤을 때 비를 한국의 가수로 인식했을지 중화권의 가수로 여겼을지 생각해보면 답은 자명하지 않나 생각되네요.


한국이 일본을 준결승에서도 물리쳤습니다. 다들 1점차 승부일꺼라 했지만 6:2로 두 말할 필요없는 깨끗한 완승을 거뒀죠. 덕분에 일본의 호시노 감독은  입치로에 이어 혀시노로 불리게 되었구요. 김경문감독은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올림픽 결승진출을 해냈으니까요.  

우선 김경문감독의 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던 박동희기자를 비롯한 일부 안티 두산 기자들, 그리고 죄없는 임태훈에게 욕지거리를 했던 일부 몰지각한 기아 팬들, 그리고 김경문 감독에게 트집잡기 욕하기에 골몰했던 일부 엘지팬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줘서 김감독님에게 감사하고 싶네요.

김경문감독이 안경현, 홍성흔과 충돌하면서 두산팬들조차 안티 달감독이 많아졌던게 사실이지만... 그리고 프랜차이즈를 홀대하는 듯한 모습에 나조차도 격분했던 것이 사살입니다. 하지만 김감독님의 운영방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수긍을 해왔었구요. 어쨌든 올림픽을 통해 그간의 팬으로서 입었던 마음고생을 다 보상받은 듯한 느낌입니다.


이번에 얻은 성과 중에 가장 큰건 대표팀의 세대교체입니다. 그동안 이종범, 구대성, 이승엽, 박재홍 등을 필두로 국제대회에서 버텨왔는데요. 이번에는 이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죠. 이제 확실히 세대교체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랑스러운 두산선수들이 있습니다.

우선 타자로는 김현수, 정근우, 이종욱, 이대호, 이용규, 고영민 등이 대표팀의 확실한 기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김현수는 이승엽을 능가할꺼라는 국내외 야구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칭찬이 줄을 이었죠. 부드러운 폼에 안정된 폼, 탁월한 컨택능력에 파워까지 보강한다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타자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근우는 얄밉지만 참 야구 성실히 하는 선수구요. 송구능력에서 좀 떨어지지만 분명 힘을 갖춘 선수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종욱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리드오프구요. 발야구의 선봉입니다. 그리고 고영민은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한방 능력을 갖춘 뛰어난 2루수임을 부인할 수 없죠. 김경문감독의 말처럼 대한민국 2루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껍니다.

투수로는 김광현, 류현진, 권혁, 윤석민 등이 눈에 뜨이네요. 특히 김광현은 경험만 쌓는다면 류현진을 능가할 잠재력이 넘치는 재목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선 류현진이 우위지만요.


정리를 해보니 세대교체의 중심은 역시 두산, SK 선수들이네요. 역시 1, 2위를 다투는 팀은 우연이 아니라 선수의 실력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란걸 증명해줍니다. 그간 어떤 팀 팬들은 두산선수가 듣보잡이다, 운빨로 경기한다, 못생겼다, 심지어 자기들한테만 강하다 등 어이없는 헐뜯기를 했었는데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자기팀과 제대로 수준차이를 느꼈으리라 봅니다.

아울러 김경문감독에 대한 비난도 정리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적어도 김경문 감독에 대한 비난을 하려면 그간 역대 대표팀 감독의 성적과 비교를 한 후에 해야 이성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김재박감독은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사회인야구팀에게도 졌고, 대만에게도 깨지지 않았나요? 이번 올림픽을 그가맡았다면 어땠을까요? 끔찍합니다. ㅡㅡ;;

어쨌든 두산의 꿈나무들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성장했으리라 봅니다. 앞으로도 허슬두의 팀컬러를 더욱 발전시켜서 명문구단의 이미지를 굳혔으면 하네요. 밥 안먹어도 배부른... 기분 좋은 밤입니다. ^^


스포츠가 국가간의 대결을 대리한다는 견지에서 본다면 이번 올림픽에서 한일전의 의미는 여느 때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교과서 파동도 그렇고 독도 관련 망언도 그렇고 현재로선 결코 화합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죠. 오늘 올림픽 야구 한일전은 그런 특수관계 속에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역시 관중석에도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플래카드가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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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인식 때문인지 대결도 역시 팽팽했습니다. 김광현에 이어 나온 윤석민이 홈런을 맞아 2:0으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호는 바로 투런홈런으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2:2 동점. 그리고 운명의 9회. 후덜덜덜....

김동주의 안타에 이어 이대호의 보내기 번트로 맞은 1사 2루의 찬스. 하지만 이진영은 범타로 물러났구요. 이어 진갑용이 볼넷을 골라 나간 순간 김경문감독은 김현수를 대타로 내세웁니다. 김현수! 김현수가 누군가요? 두산의 상징 아닙니까? 호시노 감독이 가장 믿는 이와세를 상대로 김현수가 깨끗한 중전안타를 터뜨리네요. 푸하하하하하... 아유.. 눈물이 다나네요. 역시 김현수입니다. 아유 이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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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김현수의 도루가 이어지면서 2사 2, 3루. 여기서 이종욱은 이종욱 다운 기습번트를 성공시키면서 진갑용을 홈으로 불러들이죠. 점수는 순식간에 4:2!!! 푸하하하하하하... 역시 대한민국 리드오프는 이종욱입니다.
 
이종욱의 진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종욱이 타석에서 안타로 한점을 뽑았다면 주루 플레이로 한점을 더 뽑게 되죠. 이종욱의 도루를 잡으려던 아베 포수의 송구가 터무니 없이 중견수 방향으로 날라가면서 3루 김현수도 득점에 성공합니다. 덕분에 5:2로 달아나네요. 완전히 두산의 발야구가 일본의 혼을 빼놓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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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도 만만치 않더이다.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한기주의 난조를 틈타 1점을 뽑았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구요. 경기는 5:3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늘은 경기 내내 긴장감이 낮아지지 않았는데, 역시나 태극전사들은 승부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하하하^^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통쾌한 한일전 승리에 떠오르는 독도 광고가 있습니다. 예전에 김장훈씨가 뉴욕타임스에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광고를 냈었죠. 바로 선행가수 김장훈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일이었는데요. 오늘의 한일전 승리는 감동이었지만, 그때의 광고는 기쁘기도 하면서 우리 자식을 우리 자식이라고 꼭 광고해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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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이 다른 국가와의 경기처럼 평범하게 여겨지는 날이 어서 빨리 왔음 좋겠는데, 일본이 정신을 언제 차리느냐가 관건이 되겠지요. 일본이 군국주의 망령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스포츠에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재밌긴 하지만 과도한 긴장으로 피곤하기도 하니까요. ㅋㅋ


이번 올림픽에서도 감동적인 장면이 많이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역도의 이배영 선수가 유난히 눈에 밟히네요. 이배영 선수는 역도 결승 용상 경기에서 왼쪽 종아리에 근육경련이 일어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는데요. 결국 아쉽게도 메달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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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구요. 감동적이었습니다. 별로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중국 관중들도 이배영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을 정도였으니 뭐... 특히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았던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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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격 이배영 "쥐 풀려고 바늘로도 찔러 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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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보니 근육경련을 풀기 위해 바늘로 찌르기도 했다네요. 본인으로서는 얼마나 절실했을까요. 4년을 준비한건데요. 하여간 그 투혼 정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국은 실패했고, 이 모습을 지켜본 전병관 해설위원도 속상해서 말을 잇지 못하더군요. 선수생활을 해봤던 전병관도 동병상련의 심정이었겠죠. 원통했을겁니다.

하지만 이배영의 투혼 덕분에 역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비인기종목으로 올림픽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낯선 스포츠였지만 역도가 이렇게 감동적일 수 있구나 하고 많이 느꼈을겁니다. 저도 그렇구요.

박태환의 수영사상 첫 금메달도, 여자 양궁 단체전의 6연패도, 최민호의 한판승만으로 금메달을 딴 것도 이배영의 투혼보다는 덜 감동적이었습니다. 승리못지 않게 승리를 향한 집념도 아름다운 법이니까요.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겠지만 사격만큼 멘털리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있을까 싶어요. 마음이 조금만 흔들려도 결과로 바로 드러나는게 사격이죠. 지난 아테네 올림픽에서 진종오 선수가 한발의 실수 때문에 금메달을 놓쳐서 참... 안타깝다 싶었습니다. 마음속의 조그만 파장이 실수로 이어지고, 결국은 막판 평정심을 잃는 결과를 낳는게 사격이구나... 알게된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4년 후... 그런 진종오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10m 은메달에 이어 50m에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이번에도 진종오 선수는 어이없는 한방을 날리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도 막판까지 0.2점차로 선두를 놓치지 않았죠. 결과는 막판 총을 쏘고 나서야 정해졌기에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더군요. 그만큼 감동도 두배~ ㅋ

다른 선수에 비해 진종오 선수가 기억에 남는건 아쉽게 은메달을 땄을 때도 눈물을 보이기 보다는 여유있는 쿨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승부욕도 좋지만 너무 결과에 연연하는 모습도 이제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은메달, 동메달 땄다고 눈물흘리고 애석해 하는게 한편으론 이해는 가지만, 승리 지상주의의 한 단면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어쨌든 진종오 선수! 기분 좋은 여름날의 쿨샷 한방을 날려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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