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넥센전에 올 시즌 첫 직관갔습니다. 결과는 바람대로 김성배의 QS에 힘입어 깔끔하게 1승 챙겼구요. 덕분에 편안하게 지켜본 직관이었네요. 첫 잠실출격은 알렉스와 같이 했는데, 간만에 봐서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가끔씩 야구장에서...^^
 
선발이 안정되고 클린업이 터지니 경기의 긴장감은 상당히 떨어지더군요. 이런 야구만 보면 아마 장수할 수 있을 듯... 대신 넥센선수와 관중을 유심히 지켜봤는데, 적군이라기보다 안쓰러운 마음이 컸습니다. 예전 명문구단의 위용은 어디 가고 조금은 초라한 모습이 짠해지더군요. 특히 손꼽을 수 있을 만큼의 관중과 소박한 응원소리는 착잡하기까지 하더이다. 정말 롯데가 달해야 한국 프로야구가 사는게 아니라, 넥센이 잘해야 비로소 한국 프로야구가 중흥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부디 좋은 구단주만나서 꼭 현대시절의 영광을 되찾기 바랍니다.
 
이날 경기는 김성배가 당연히 잘해줬고, 두목곰의 3점홈런 포함 4타점, 오재원의 멀티히트, 최준석의 결승타점 등 흠잡을데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김성배가 이렇게만 해준다면 우리도 선발야구를 할 희망이 생길 것 같구요. 불펜도 쉬엄쉬엄 체력관리 할 수 있겠네요. 이번주 5승 1패면 만족, 4승 2패면 불만이라고 했는데, 일단 2승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덧글 1...
져지를 구입하려다 점퍼같은 트레이닝복으로 바꿨습니다. 27번, 53번 져지가 없기도 했지만, 왠지 이뻐보이더군요.색깔은 군청색과 빨간색의 조합입니다. 집 근처에서 입고다녀도 무난할 것 같네요. 그나저나 왜 이렇게 멋있는 져지가 많은겁니까? 잠실 갈 때마다 하나씩 구입...할 것 같네요.
 
덧글 2...
2군에서 윤석민이 본즈놀이 하고 있습니다. 한번 올려서 키웠으면 하네요. 그나저나 알렉스와도 얘기했지만, 투수 유망주들은 왜 이리 더디게 성장하는건가요? 홍삼이, 노갱이, 원재, 강률이, 야곱이, 승수, 능금이, 민석이, 현진이, 현호... 잠실에서 보고 싶네요.

삼성과의 경기는 늘 재밌습니다. 작년 포스트시즌이 워낙 명승부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두 팀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해왔죠. 80년대에는 김영덕감독 일로 인해 거의 앙숙관계였구요. 요새 싸대기동맹이니 뭐니 해서 라이벌관계로 발전 중입니다. 참고로 작년 플레이오프 이후 계속 한점차 승부를 이어가고 있네요.

1차전 : 1-2 패 삼성, 2-1로 두산 꺾어…'카도쿠라 첫승, 오승환 4S'
2차전 : 3-2 승 '이종욱 결승포' 두산, 19시간만에 승리 확정
3차전 : 4-5 패 '채상병 결승타' 삼성, 두산 3연전 우세로 장식

이 라이벌간의 첫 3연전은 기싸움인데 삼성에 1승을 더 내주고 말았네요. 아쉬운건 달세... 달세가 선발이 좀 아니다 싶어 계투로 돌렸는데, 중간에서도 달세는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랜디민익이 선발로 올라간 이상 왼손 불펜이 부족한데, 달세 자꾸 이러면 반칙입니다. 일본유학까지 갔다 왔음서... 자꾸 그러면 2군으로 내릴 수도 있다능... 음... 그리고 김ㅋㅋ의 스윙은 왜 그렇게 자신이 없을까요? 덕아웃에 앉아있는 스트레스를 훌훌 털고 야구를 즐기겠다고 했다던데, 설마 주장곰의 수비용 백업으로 그냥 만족하는건 아니겠죠? 재호재호를 외치는 아직도 많은 여성팬들을 무시하면 안됩니다. 고젯도 마찬가지구요. 빨리 부상을 털고 그라운드에서 변태짓을 맘껏 펼쳐주기 바랍니다. 그나마 오승환으로부터 오똘이 홈런을 뽑아 3차전 패배의 아쉬움을 달랬네요.

다음주는 넥센과의 주중 잠실 3연전과 대전 원정 3연전입니다. 뒤로 물러설 데가 별로 없는 두팀인만큼 한게임 한게임 신중하게 임해야 할 것입니다. 5승 1패면 만족, 4승 2패면 불만족입니다.

덧글...
대구구장 정전사태로 토요일 경기는 1박2일로 승부를 가렸습니다. 비록 이기기는 했지만 창피합니다. 대한민국 3위의 도시가 이 정도라니 씁쓸하네요. 절대 수빈이의 안타가 날라가서 그런건 아닙니다. 흠흠흠...

두산이 넥센한테 약한 징크스를 갖고 있다고 하죠. 이종욱도 물방망이질 많이 했구요. 하지만 징크스는 그냥 하는 말이고, 넥센이 원래 전통의 강팀입니다. 최근에 야구에 입문한 사람들의 기억엔 현대유니콘스가 없겠지만, 2000년대 초반 유니콘스는 현대왕조라는 소리까지 듣던 강자였죠. 구단주를 잘못 만나 지금에 이르렀지만, 투수진이 참 강했던 명문구단이었습니다. 지금 김시진감독, 정민태코치, 이숭용선수는 그 주인공들이었구요. 2000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현대에게 3승 4패로 눈물로 패배했던 쓰라린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늘 넥센의 유니폼이 노란색 유니콘스의 로고가 함께 겹쳐보입니다. 롯데가 살아야 한국 프로야구가 사는게 아니라 넥센이 살아야 한국 프로야구의 중흥기가 오고 있다고 믿고 있구요.
 
1차전 : 3-4 김선우 패 넥센, 두산 4대3으로 잡고 시즌 첫승
2차전 : 5-2 이현승 승 이현승 5.1이닝 1실점! 두산, 넥센 5-2 꺾고 연패탈출
 
그런 넥센의 홈 개막전을 두산이 함께 했습니다. 결과는 1승 1패. 한 경기는 방사능 우천으로 연기되었네요. 고마운건 이현승입니다. 라미레스의 퇴출로 땜방 선발로 자리매김한 첫 선발에서 준수한 성적을 올렸네요. 게다가 1차전 써니의 패배로 우울했었는데, 그나마 희망의 불꽃을 지켜줬습니다. 만약 이현승까지 패했다면, 아마 두산 선발진의 총체적 부실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르죠. 전에도 포스팅했지만, 이혜천보다는 이현승이 투수로서 훨씬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달세는 기복이 워낙 커서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인데요. 그런 이유 때문에 달세가 선발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중간계투진에게 롤로코스터는 2군행을 의미하니까요. 어쨌든 달세만큼 빠르진 않아도 안정감있는 공을 던진다는 이유로 이현승이 중간으로 내려간거 같은데,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올 시즌 선발과 중간을 번갈아가며 달릴텐데 모쪼록 아름다운 완주를 해주기 바랍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재미있었던건 오재원의 마수걸이 홈런이었네요. 그간 오재원의 홈런과 최준석의 3루 도루중 어떤게 먼저 나올 것인가 하는 얘기도 많았는데... 그만큼 본인에게도 의미있는 홈런이었을겁니다. 오재원 팬으로서도 기분 좋았구요. 근데 오재원의 스윙을 보면 좀처럼 홈런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 궤적입니다. 위에서 약간 내려치는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자세히보면 내려치다가 끝에는 또 살짝 올라갑니다. 이런 스윙은... 글쎄요... 유사한 레퍼런스를 찾기 힘든 타법입니다. 오재원만의 타법인데, 어쨌든 깎아치는 스타일이다 보니 당연히 담장을 넘기기는 어렵죠. 좀더 파워풀한 타격 매커니즘을 찾았음 하네요.
 
덧글...
이대수의 끝내기 홈런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일명 이대수 방사능포... 한화의 끝내기였지만 두산못지않게 기뻤고, 특히 늘 짠한 모습의 이대수여서 더욱 남다르더군요. 한화에서 꼭 성공시대를 열기 기대&응원하겠습니다. 

(중간에 야구 보면서 포스팅을 쓰고 있었는데, 완전히 지우고 다시 쓰기 시작합니다.)
 
이건 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감동의 쓰나미가 심장을 사정없이 휘몰아치는군요. 11회말 타신의 동점 2루타와 반장곰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는 순간, 심장 박동수는 저멀리 안드로메다를 향해 치닫고, 억누른 목소리는 터져나오고, 이제 정말 한이 서린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현장에 계신 분들 너무 부럽습니다. 이런 대첩을 직접 관람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그것도 포스트시즌에서의 대첩이라 격을 달리 하거든요. 어떻게든 표를 구해보는거였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오늘 0-4에서 6-4로 역전 그리고 6-6으로 동점, 연장전 돌입한 후 6-8로 재역전 당했을 때도, 왠지 질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죠. 설사 지더라도 다시 4, 5차전을 승리로 이끌어 한국시리즈 티켓은 우리가 따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구요. 그리고 이어진 11회말에서 믿음이 현실로 둔갑하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그것도 가장 극적인 시나리오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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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매력은 가장 숫자에 근접한 스포츠이면서도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늘 묵직하게 존재한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곧잘 인생과도 비교합니다만, 사실 11회초에 2점을 내줘 패색이 짙었을 때, 이걸 역전시킬 수 있는 3점을 낼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수렴하죠. 단 세명의 타자만 잡으면 되는데, 투수의 방어율을 보나, 연속안타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을 보나 그렇죠. 하지만 야구공은 둥글고 배트도 둥글기 때문에 그 순간에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하구라선생이 '야구 몰라요~', 요기 베라는 '경기가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라는 명언을 남기신거겠지요.

선두타자 이종욱이 안타로 출루하는 순간 역전할 수 있다는 느낌... 저만 가졌을까요? 아마 두산팬 뿐만 아니라 삼성팬, 선감독, 마운드에 정인욱투수까지 느꼈을겁니다. 공 하나로 1년 농사의 결과가 왔다갔다 하는 그 무게를 정인욱이라는 신인급 투수가 견디기는 힘들었을테죠. 백전노장인 박진만도 수비의 달인 손시헌도 에러를 하는 자리인걸요. 결국 정인욱은 두목곰과 고젯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타신에게 동점 2루타를 맞았습니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두목곰은 그렇다해도 고젯을 볼넷으로 내준게 참 뼈아팠네요. 포스트시즌에서 이름값 못하는 그를 감안한다면 맞더라도 무조건 승부했어야 하는데... 만루가 되는 순간 이미 경기는 끝내기 수순으로 접어든 셈이었습니다. 사색이 된 정인욱의 낯빛만 봐도 알 수 있었네요. 그 끝내기의 주인공이 반장곰인건, 참 하늘이 드라마를 써도 이렇게 잘 써주셨나 싶습니다. 반장곰이 앞서 9회 끝내기 찬스를 날려버린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거니까요. 그리고 그 기회를 반장곰은 놓치지 않고, 팬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했습니다.   
오늘 결승타를 날린 손시헌, 누가 뭐래도 두산의 자존심인 김동주, 투혼의 야구를 보여준 임태훈, 동점타를 날린 임재철, 6타수 3안타의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오재원, 든든한 허리를 지켜준 왈론드, 허슬플레이의 원조 이종욱, 두산의 신형 엔진 정수빈, 좋은 구질을 보여준 이현승, 홈런 맞아도 늘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정재훈,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 탄탄한 수비를 보여준 이원석... 정말 잘해줬구요. 그리고 개점휴업 중인 김현수, 서서히 컨디션 찾고 있는 고영민, 미래의 희망 성영훈, 한국시리즈에선 선발로 내보냈음 하는 김성배, 좌완 김창훈, 대주자로 잠깐 나온 용덕한, 아직 타격감 조율 중인 이성열, 오늘 모처럼 타석에 섰지만 불발에 그쳤던 김재호, 대주자로 나왔던 민병헌... 모두 자랑스럽습니다.(혹시 빼놓은 선수 없나요?)

성급하긴 하지만 누가 이번 가을야구를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미러클 두산의 어게인 베이징 버젼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가을야구가 무르익을수록 말할 수 없는 야망이 점점 탐스럽게 영글어만 갑니다. 너무 두레발치면 안되겠죠...? 제발... 이번 가을만은...

덧글 1...
제가 원하는 야구는 이렇게 용찬이가 빠지면 태훈이가 막아주고, 현수가 낙담해 주저앉으면 종욱이가 일으켜 세워주는 야구입니다. 특히 팀에 악재가 닥쳤을 때, 오히려 더 똘똘 뭉쳐서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야구, 이제야 비로소 두산다운 야구를 하는 것 같아 흐믓하네요. 이제 두산은 힘도 없지만 무서울 것도 없습니다.

덧글 2...
뭘 중계해도 sbs는 찌질합니다만, sbs 라디오 중계한 정동진 해설은 참... 명경기에 티만 남겼네요. 해설이란게 말 그대로 해설이어야 되는데, 게다가 지금 야구팬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데, 마냥 되도 않는 소리만 해대고 있으니... 잠깐 외출하면서 들었는데 임팩트 강한 헛웃음 여러번 했습니다. 해설할 사람이 그렇게 없나요? 


어차피 대구에서 1승만 거두면 목표 달성이었습니다. 적지에서 1승만 거두고 돌아온다면, 그것도 2차전을 이겨 두산 특유의 분위기만 타준다면, 그닥 어렵지 않게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그렇게 돌아가는거 같아 일단 희망적이네요. 이건 지난 포스팅에서 밝혔 듯이, 1차전에서 비록 졌지만 내용은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구요. 중간계투진이 살아있었던 덕분입니다. 게다가 왈론드가 부적처럼 붙여둔 WHY NOT 스티커의 효험이기도 하구요. 아주 깜찍한 왈롱입니다.

2차전은 막판에 어이없는 실수로 역전당할 뻔 했네요. 고젯이 글러브 안에서 공을 더듬는 바람에 병살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송구에러를 범해서 위기를 자초했죠. 바로 김재호로 교체되었음은 당연한 달감독님의 응징이었구요. 고젯은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주전은 이미 그의 자리가 아니구요. 이대로 가다간 백업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내년엔 오똘이 군대가야 하는데 참...

대신 오재원의 더블 플레이 2개는 초반에 승리를 예감하기에 충분했네요. 원래 이런 포텐셜이 충만한 선수였는데, 그간 고젯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았었죠. 그간 벤치에 앉아있던 오똘을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온 보람을 느끼게 해주네요. 고맙다 오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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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수훈갑은 히메네스입니다. 히메공주님의 7이닝 무실점은 이닝이터 역할 겸 중간계투에게 꿀맛같은 휴식까지 챙겨준 효자손이었죠. 거의 사하라사막 한가운데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과 맞먹는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중간에 한시간 넘게 우천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은 점도 칭찬해줘야 되구요. 나중에 기사 보니 7회에는 자진등판했다고 하네요. 아... 정말 와락 안아주고 싶군요.

또 한명 빼먹을 수 없는 오늘의 히어로...! 우리에겐 아기곰 임태훈이 있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자신의 공을 믿고 마지막 타자를 삼진잡아 승리를 지켜낸 장면은 시리즈 최고의 압권이었네요. 임태훈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승부이자, 에러쟁이 고젯의 목숨을 살린 삼진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사직 무사 만루 상황에서 이대호 삼진잡고 홍성흔 병살로 잡았던 그 경기의 데쟈뷔였네요. 마운드는 외로운 자리라고 누가 그럴 때 별로 실감 안했었는데... 그순간 우리 아기곰 정말 외로웠을겁니다. 야수들이 뻘짓하는 동안 혼자 다 헤쳐나가고... 게임 마무리짓고... 1차전의 메시아와 2차전의 아기곰, 격하게 안아주고 싶네요. 관중석에서도 여러명 감격의 눈물 흘리던데... 정말 중계보면서 짠했습니다. 가뜩이나 우리 아기곰... 허리도 안좋은 상태인데...ㅜㅜ 이제 잠실에서의 승부를 겸손하게 맞을 때입니다.
그리고 투혼의 승부, 열정의 응원 다짐합니다.
역전의 명수 두산이 갑니다.
닥치고 V4!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의 우세를 예상했던 우모를 무색케하는 반전 드라마가 쓰여지고 있습니다. 잠실에서 2연패 후 사직에서 다시 2연승을 거둬 시리즈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네요. 이제 잠실벌에서의 마지막 혈투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만약 이길 경우 2패후 3연승이라는 미러클 두산의 기적을 또 볼 수 있게 되었네요.

오늘 경기는 저녁약속으로 하이라이트만 보고 짧게 남깁니다. 우선 오재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4회말에 보여준 오똘의 수비는 정말 소름을 돋게 하더군요. 감히 올 시즌 최고의 수비였다고 말할 수 있을겁니다. 아름답고 다이내믹한 수비동작도 그렇지만, 그 수비 덕분에 경기의 흐름을 지켜나갈 수 있었거든요. 1, 2차전의 허술한 수비로 화난 우모를 달래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정수빈의 홈런도 눈물나게 대견스러웠습니다. 폼이 예쁘고 스윙인 빠르고 간결해 분명 포스트 이종욱으로 손색이 없구요. 부담이 많았을 임태훈과 정재훈의 호투도 너무 고마웠습니다. 또 용덕한의 멋진 수비와 멀티 안타 최고였구요. 이종욱의 허슬플레이...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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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황재균의 유격수 수비가 의외로 불안하더군요. 3루에선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데, 유격수에서는 스텝이 딱딱해 보였습니다. 특히 3유간의 깊숙한 땅볼은 잡더라도 1루로 던지는 송구동작이 느리고 부정확해서 내야안타 만들기 어렵지 않아 보이네요. 손캡틴의 간결한 송구동작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두산은 이 점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을 듯 하네요.

걱정스러운건 투수진과 야수진의 소모가 심해 플레이오프에 오른다해도 삼성의 무지막지한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겁니다. 특히 선발투수는 김선우와 홍상삼을 제외하곤 선발 중간으로 모두 활용해 이제 어떻게 짜야할지도 모르게 되었네요. 그래도 우리 선수들 투혼을 발휘해서 미러클 두산의 면모를 과시해주기 바라구요. 화요일 경기에서도 꼭 승리해 우모의 예상을 깨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애초에 오재원의 광저우 대표 선발 가능성이 높진 않았지만요. 그래도 최근 3할을 때리는 멀티플레이어에 발까진 빠른 왼손이라 최소한 60인 로스터에는 들지 않았을까 했는데... 여기에도 들지 못했네요. 오똘을 아끼는 팬심으로는 좀 안타깝습니다.

내야수 엔트리를 보면 1루에 이대호, 박정권, 채태인, 김태균이 2루에는 고영민, 정근우, 안치홍, 3루는 최정, 이원석, 황재균, 송광민, 이범호, 유격수에 손시헌, 나주환, 박기혁, 강정호 등이 뽑혔는데요. 이중 멀티플레이어는 이원석이 유일합니다. 결국 한명의 멀티플레이어로 조뱀은 일찌감치 이원석을 선발했는데, 오재원까지 포함해서 둘의 상태를 끝까지 지켜봐도 좋았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물론 이원석도 충분히 자격이 있고, 또 아끼는 두산선수지만요. 오재원 역시 광저우의 1차 예비 엔트리에는 들 수 있는 실력임에 틀림없거든요.

어쨌든 조뱀의 선택은 드러났고, 오똘은 마음을 추스려 나머지 시즌을 치를 수 밖에 없습니다. 오똘이 경희대 출신 선수인만큼 이제 군대를 생각해야하는 나이구요. 2~3년 안에 입대 시점을 잡아야 하는데, 현재의 성장속도로 봤을 때 조만간 커리어 하이를 찍을 수도 있을겁니다. 그런면에서 많이 아쉽죠.  물론 요새 상무나 경찰청 가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실력향상에 도움은 됩니다만, 어쨌든 금전적으로나 기회면에서도 깎이는건 사실이니까요.

오똘이 상무나 경찰청 가면 응원하러 2군 경기장에 한번 가야겠네요. 오똘 유니폼 입고...^^

덧글...
1차 예비 엔트리 명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밑줄은 군미필...

. 비룡 : 송은범 김광현 이승호 정우람 정대현 박경완 박정권 최정 정근우 나주환 김강민 (11명)
. 두산 : 임태훈 이용찬 고창성 고영민 이원석 손시헌 이종욱 김현수 (8명)
. 기아 : 윤석민 곽정철 양현종 손영민 김상훈 안치홍 이용규 (7명)
. 롯데 : 조정훈 송승준 장원준 강민호 이대호 박기혁 홍성흔 (7명)
. 삼성 : 정현욱 오승환 안지만 진갑용 채태인 박한이 (6명)
. 한화 : 양훈 유원상 류현진 송광민 김태완 (5명)
. 넥센 : 손승락 금민철 황재균 강정호 유한준 (5명)
. 쌍둥 : 봉중근 조인성 이대형 이진영 이택근 (5명)
. 해외 : 추신수 김태균 이범호 (3명)
. 아마 : 임준혁(상무) 나성범 김명성 (3명)


거의 매년 두산은 초반에 고전했던 기억이 많았는데요. 올해는 확실히 다르네요. 좀 오버 페이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한 각목질을 해대고 있습니다. 한편 기쁘기도 하구요. 우승도 손아귀에 닿을 듯 느껴지네요. 하지만 야구란게 시즌을 치르다 보면 투타 밸런스가 맞는 타이밍이 있구요. 그 때는 누구도 꺾기 힘든 포스를 뿜거든요. 두산이 지금 그 시기를 맞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삼성, SK, 기아, 넥센이 무섭게 치고 올라올 날이 있을거구요.

일단 흐믓한건 오재원...! 홍성흔 이후 관중을 흥분케 하는 멋진 세리머니를 가진 선수... 달감독이 최다안타왕이 될 소질이 다분하다고 예언했던 선수... 그리고 우모가 쫌 많이 아끼는 선수... 오재원입니다. 그간 1루에서 3루까지 전 포지션을 커버하면서 멀티플레이어의 진수를 보여줬었죠. 그 얘기는 역으로 딱히 자기 자리가 없다는 것도 됩니다. 그게 오재원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올해 고영민의 부상을 틈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기분 좋네요. 개인적으로는 오재원이 1루로 가고 최준석을 DF로 돌리고 이성렬을 포수로 돌렸음 하는데... 어쨌든 오똘의 존재감을 빛내고 있으니 다른 내야수들 많이 긴장해야 할겁니다.

아쉬운건 성영훈입니다. 작년에 부상때문에 마운드에 오를 일이 드물었었죠. 대신 동계훈련에서 보여준 구위는 두산 최고수준이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1군에 없네요. 이용찬과 함께 마무리 후보로까지 거론이 되었는데 말이죠.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변화구는 감히 말하건대, 오승환급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일단 올해는 KILL 라인에서 이재우가 선발로 가고 남은 그 자리를 성영훈이 채워 SILK 라인으로 갔음 하구요. 경험을 쌓아 장래에는 김경원, 이용찬의 대를 잇는 두산의 파이어볼러 마무리가 되었음 합니다.

날도 풀려가니 이제 슬슬 직관을 다녀야겠네요. 일단 9일 LG전에 우모 출격합니다.^^


두산은 한화를 상대로 승리를 챙겼고, 기아는 롯데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이로써 두산이 기아에게 1.5게임차로 따라 붙었네요. 미친 듯 질주하는 기아에 주눅들 것 없이 두산은 페이스만 지키면 된다고 했는데, 생각대로 된 것같아 기쁩니다. 

퇴근하면서 3:0으로 이기고 있는거 확인하고 출발했는데, 잠실에 도착하니 3회말이더군요. 1회에 이어 4회에도 김동주의 석점홈런이 나와 승부는 일찍 갈렸습니다. 두목곰이 이 2개의 홈런으로 통산 900타점 돌파한 10번째 선수가 되었다네요. 이후의 상황은 뭐 두산의 일방적인 곡갱이질에 독수리는 힘도 못쓰는 상황이 쭈욱~ 이어졌죠. 오히려 한화가 안쓰러웠습니다. 전통의 명가 한화가 왜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진건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이번 경기는 선발 니코스키를 주시했는데요. 괜챦은 투수인건 확실합니다. 우선 폼이 참 유연하네요. 무리가 안가는 폼이면서도 공은 힘이 있더라구요. 6회까지 147km를 빵빵 찍어대는거 보면 기본 바탕은 갖춘 선수입니다. 게다가 110km대의 느린 커브에서 130km대 슬라이더까지 다양한 구위를 가진게,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SK에서 버렸다는게 조급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여간 두산으로서는 행운이구요. 두산과 궁합이 잘맞는 것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경기 끝나고 수훈선수 인터뷰하는데, '두산팬~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외치는데, 연습한 것 같더군요. 이에 7관중들 환호성으로 답했구요. 흐믓했습니다.

두번째 언급하고 싶은 선수는 오재원입니다. 최근에 타석에서 자신없는 모습으로 공을 맞히기에 급급했는데요. 오늘도 교체로 출전해서 그닥 좋은 스윙은 못보여줬습니다. 다행히 내야안타를 만들어 타점을 올리긴 했지만, 작년 포스트시즌에서의 포스는 아직 보이지 않네요. 그리고 타격폼이 좀 변했습니다. 처음엔 꼿꼿하게 서서 치는 이치로 스타일이었는데, 이젠 무릎을 굽히고 치더군요. 나름의 돌파구를 찾는거겠지만, 프로 데뷔 때부터 폼이 자주 바뀐다는게 좋은건 아닐겁니다.

마지막으로 조승수... 신인인데요. 홍상삼처럼 키가 큰 35번 선수가 불펜에서 몸을 풀길래... 누군가 했습니다. 근데 왠지 차분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더군요. 마치 서울에 처음 올라온 시골아이처럼... 다행히 마운드에 올라와서 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폼은 몸집만큼이나 홍상삼을 연상케 하구요. 직구는 140km를 겨우 찍는 130km 수준이었습니다. 공이 그닥 위력적이진 않았는데, 호리호리한 몸을 좀 찌우면 쓸 만하지 않나 싶네요.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한가지 부탁하자면... 불펜에서 두리번 거리지 말고 여유있게 자기 공을 다듬었으면 한다능...^^

재밌는 장면 보기
아기곰을 패는 두목곰 모습

한편 기아는 가르시아에게 홈런 맞고 11연승에서 멈췄습니다. 더불어 이대진의 100승 도전 게임이었는데, 아깝긴 하네요. 그래도 지금까지 쉬임없이 달려온 발자국보며 한템포 쉬어가라는 하늘 뜻이니, 너무 기아팬들 상심하진 마시고... 그나저나 갈샤 덕분에 게임차는 줄었네요. '그라시아~ 가르시아~'

덧글...
의외로 야구장에 혼자 오는 분들 많습니다. 특히 여자분들도 꽤 되구요. 방해받지 않고 야구를 감상한다는 점에서 괜챦죠. 응원할 때 혼자 소리 높이기는 좀 뻘쭘한거 빼고는...^^


두산의 전반기 성적은 47승 2무 37패에 승률 0.547로 SK에 못미친 2위입니다. 관중동원도 평균 15,782명으로 롯데에 이어 2위구요. 결과만 놓고보면 못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간 주전들의 부상공백을 고려한다면 잘했다고도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아래위를 살펴보면 그닥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5위까지는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정도의 차이구요. 여러 조건을 감안하면... 솔직히 올해도 우승하기는 쫌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두산이 우승하려면 우선 정기리그 1위를 하고 한국시리즈에 투수력이 많이 훼손된 팀이 올라와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보는 이유는 단기전에서는 투수력과 수비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데, 극강의 수비력에 비해  투수력에서 두산은 그닥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다는데 있습니다. 불펜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마무리 경험이 많지 않아서 많이 불안하죠. 더구나 한국시리즈의 마무리는 정규시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압박이 따릅니다. 그 터프한 상황을 1년차 마무리 이용찬이 견딜 수 있을까요? 의문입니다. 따라서 두산은 이용찬을 필두로 한 집단 마무리체제를 가동해야 하는데, 투수력의 소모가 크므로 2, 3, 4위로 겨우겨우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그만큼 확률은 줄어들죠. 결국 정규리그 1위는 한국시리즈 우승의 필수조건입니다. 지난 SK의 우승도 마찬가지였구요.

긍정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SK 또한 그닥 좋지는 않다는 겁니다. 불타는 그라운드에서 정근우 인터뷰를 보니 요새 왠지 이상하게 방망이 감을 못잡겠다고 하더라구요. 본인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는데... 그거 십중팔구 연속 우승에 따른 목표상실 피로증세입니다. 우승 한번 하기도 어려운데 2회 연속으로 했으니 더 이상 올라갈데가 없지 싶죠. 그건 무의식적으로 생기는 증상인지라 개개인의 정신상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거 보면 해태의 9회 우승은 정말 말도 안되는 전설이었죠. 어쨌든 SK가 올해 예전의 포스를 보여주지 못하기에 두산은 1위만 해준다면 우승 가능성은 쬐끔 더 올라갑니다.

그렇담 정규리그 1위를 하기 위한 조건은 뭘까요? 두산의 아킬레스건인 선발투수가 안정되어야 할텐데, 써니, 세데뇨, 니코스키가 발군의 기량을 뽐내주기 바라는건 사실상 무리구요. 홍상삼이 잘 버텨주고 있긴 하지만, 언제 바닥이 드러날지 모르죠. 혼자서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구요. 따라서 지금 필요한건 눈에 보이는 전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튀어나와야 합니다. 두산 특유의 휘몰아치는 분위기, 두려움없는 허슬플레이, 혹은 소위 미친 선수가 필요한 시점이죠. 여기에 대역전극 한두경기 만들어주면 금상첨화입니다. 바람만 타면 두산을 막기 어렵거든요. 그 키플레이어로는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 오재원, 정수빈이었음 좋겠구요. 이들이 그라운드를 흔들어 놓는다면 가장 두산다운 야구를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중에서 고영민은 살아났으니, 한국시리즈의 경험이 있는 이종욱과 오재원만 살아나 준다면야 뭐 SK, 롯데, 기아가 무섭겠습니까? 흠... 특히 오재원... 많이 기대하고 싶네요. 아끼는 놈이기에...

아울러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인 롯데, 기아의 부진을 기원합니다. SK가 내려가고 삼성과 중간에서 물고 물려준다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너무 큰 욕심인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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