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불만의 대리만족을 위해 영화를 본다면 쥴리아 로버츠의 '프리티 우먼'.
반면 현실의 도플갱어를 영화로 확인하고 싶다면 '연애의 온도'.

 

'연애의 온도'는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주인공의 인터뷰가 중간중간 삽입되는 다큐멘터리 기법을 가미해 현실감을 높였다. 좀 뜬금없는 구성이긴 하지만, 인터뷰가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전지적 작가시점을 차용했다고나 할까. 덕분에 관객들은 캐릭터의 괴짜스런 행동을 귀엽게, 혹은 감정이입 된 또 다른 나로 볼 수 있게 된다. 영화가 그렇게 관객을 몰입할 수 있게 하면 성공아닌가.

 


사랑은 현실이다 라고 이영화는 얘기한다. 그래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즈음 관객은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갖기 보다, 사랑에 대한 회의를 품을지도 모른다. 그게 나쁘냐고? 글쎄 어차피 환상 속의 사랑은 일종의 우유주사와 비슷하다고 보면 현실을 직시하는게 나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환상을 깨는 과정을 통해 사랑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낮추게 되고, 그만큼 더 진지하게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사랑을 하거나 시작하려는 연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굳이 미사려구로 사랑을 찬양하는 영화는 주위에 널려있지 않은가.

 

한가지 안타까운건 이왕 리얼리티 러브스토리를 표방했으면 주위 배역들의 사랑이야기도 그러했음 좋았을텐데, 조연들의 사랑은 차라리 만화에 가깝다. 같은 직장에서 벌어지는 불륜이나 이혼을 지나치게 희화화하는 바람에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뜨린건 아닌지. 어차피 리얼리티와 재미는 서로 맞물리지 않는 구석이 있다는걸 인정해야 하지만, 영화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도 헷갈리게 하는 점은 흠이 아니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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