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트렌드를 소개한 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출판 과정의 특성상 출간되었을 때는 이미 트렌드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글 회장이라는 네임밸류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임에서 선택한 책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한 번 읽어보는 수 밖에.


읽어보니 일개 기업 CEO가 쓰기엔 거대담론을 다룬 책이다. 거시경제학과 미래사회학을 섞어 놓은 듯한 내용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IT 업계를 선도하는 구글의 회장이라면 이 정도의 중후장대한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게 어울리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만큼 이 책은 인터넷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켜왔고 어떻게 변화시킬지 차원 높은 관점에서 이야기를 한다. 


인터넷과 IT 기술이 우리 생활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직지심경이 나온 이후 지식의 전파가 빨라졌듯이, 인터넷의 전파는 또 하나의 정보 고속도로로 기능했다. 그건 정보권력의 분산이자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을 의미한다. 에릭 슈미트는 온라인으로 하나 되는 지구촌에서 권력이 어떻게 나뉘어지고 어떻게 혁명을 야기하는지 실증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연결성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고 권력은 이를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온라인을 활용한다. 아쉽게도 그 예에는 대한민국도 포함된다. 


가장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온라인 기술 혁명으로 인한 개인정보의 심각한 침해다. 검색엔진 기술의 향상과 광대한 개인정보의 수집이 무분별한 개인정보의 상업적 이용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자칫 국가권력의 개인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것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수 천 만건씩 해킹당한 주민등록번호는 이미 너덜너덜해진지 오래다. 카카오톡 감청논란 또한 오래된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I Origins'에서는 홍채로 개인인증을 하는데 실제로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기술의 발전이 편의성을 증대시켜주지만 그만큼 통제하기 용이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예전에 구글에서 제작한 미래사회 예측 동영상을 본 게 기억이 난다. 위치기반으로 편리하게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였는데, 내가 느꼈던 건 신기함 보다는 무서움이었다. 개인 정보를 통합한 질서있는 서비스가 활성화된다면, 개인은 구글에 모두 편입될 것이며 구글을 벗어난 개인은 불편함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모인 개인정보는 구글의 검색력을 강화시켜주고, 이윤창출의 리소스가 되고, 다시 개인정보를 수집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구글이 빅브라더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에릭 슈미트는 이 책에서 온라인으로 변모할 세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구글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지금은 허황된 이야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IoT 혁명까지 감안한다면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조지 오웰이 1984년의 빅브라더를 문학적으로 그렸다면, 에릭 슈미트는 21세기의 빅브라더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 번 쯤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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