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노래 중에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라는 곡이 있습니다. 왠지 그 노래를 들을 때면 코끝이 시큰해져옴을 느끼는데요. 가사는 파란만장한 삶을 같이 살아온 아내를 먼저 보내는 남편의 애절한 심정을 담았죠. 하지만 이 노래는 이상하게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나게 해서, 김광석 노래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슬픈 노래로 꼽기도 합니다. 


그런데 연극 중에서 '늙은 부부이야기'라는게 있더라구요. 몇년 전부터 대학로에서 공연을 해왔는데, 포스터를 볼 때마다 '언젠가는 꼭 봐야지' 하고 마음 먹곤 했습니다. 왠지 김광석의 가사만큼 애절하고 아름다운 스토리일꺼 같았거든요. 와이프는 그렇진 않다고 했지만, 그래도 눈으로 확인을 해야 직성을 풀리는 성격인지라 늘 마음속 위시리스트에는 있었습니다. 그 연극을 드디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포스터에 끌린지 거의 3~4년만이지 싶네요.

결론부터 말하면 연극은 와이프 말대로 김광석의 노래 가사와는 약간 빗겨 서있었습니다. 노래가사와는 달리 연극의 늙은 부부는 백년해로한 커플이 아닌 늙으막에 다시 재혼한 커플의 이야기였구요. 자식들을 키우느라 온갖 풍상에 늙어간 부부라기 보다는,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는 연인의 이야기에 가까웠습니다. 부성애, 모성애를 기대했던 저로서는 실망이 아닐 수 없었죠.

하지만 연극은 뛰어난 배우의 연기로 저의 실망을 상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점순 역의 성병숙, 박동만 역의 윤여성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리얼하게 연기했고, 덕분에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죠. 막판에는 많이 슬펐습니다.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홀로 남은 사람은 무척 쓸쓸하게 보이거든요. 특히 눈물로 그리워하는 장면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하죠.

객석은 연극 제목처럼 중년 이상의 부부들이 많으셨는데요. 연극을 보면서 관객의 반응도 살폈는데, 여자분만큼 남자분들도 많이 우시더라구요. 남자도 늙으면 센치해지는가 봅니다. 바로 앞줄에 앉았던 할아버지는 혼자 오셔서 내막이 궁금하기도 했는데, 연극을 보시면서 우시지는 않으시더군요. 대신 눈만 껌벅껌벅...

연극 마지막에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배경음악으로 흐르더군요. 진한 김광석의 음성을 들으니 그제서야 속에서 뭔가 후련하게 씻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토리야 어찌 됐든 노부부가 추구하는 사랑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제목 때문에 본 연극이었지만, 그렇다고 보고 후회할 만한 연극도 아니었네요.
 
극장을 나오면서 대학로 거리를 걸으면서 김광석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광석이 형은 왜 그렇게 빨리 세상을 떳는지... 참 아쉽습니다. 그만한 가수도 없는 것 같아서... 

덧글...
김광석의 노래를 안들어볼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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