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그리 두꺼운 책이 아니다. 오가며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내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번역의 한계 때문인진 몰라도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채긴 쉽지 않다. 


우선 뫼르소라는 난해한 인물이 등장한다. 어머니 장례식에서 보여주는 행태나 재판에서의 자기 변호 방식 등으로 보아 뫼르소는 보통 사람은 아니다. 여기에서 '보통이 아니다'라는 단어는 비범하다기 보다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마치 20세기초 프랑스에서 살았음직한 일베충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을 보면 일베충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는 일베충이 아니다. 그는 이방인이자, 부조리 인간일 뿐이다. 


우선 뫼르소는 제목 그대로 이방인이다. 뫼르소는 어머니 장례식에서 슬퍼하기 보다 자신의 욕구를 멈추지 않았으며, 태양이 뜨겁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고, 이런 행위에 대해 관습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다. 아니 그로서는 자신의 행위를 합리적으로 설명했으나, 아무도 그 의견을 이해해주지 않았다는 게 정확하겠다. 심지어 그는 죽음을 앞둔 시점 사제와의 만남에서도 신과 화해하지 않았다. 어쩌면 뫼르소로선 존재하지 않는 신과 화해할 것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관습과 괴리된 그를 품어줄 제도는 없었고, 그는 제도의 틀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말았다. 오직 그가 바라는 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형대에 오르는 것 뿐. 아마도 그 사형대만이 관습과 뫼르소가 유일하게 합의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자기행위의 총합이라는 사르트르의 말을 적용하면, 관습과 융화될 수 없는 사고의 누적분이 바로 뫼르소인 셈이다. 어떤 글에는 작가인 카뮈마저 이방인의 삶을 살았다던데, 그렇다면 카뮈는 이방인을 그린 게 아니라, 자신을 그린 셈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카뮈는 뫼르소를 이방인으로도 부조리의 인간(L'homme absurde)이라고도 정의했다. 여기서 부조리의 의미는 부조리한 상태를 늘 의식하며 살아가는 인간을 뜻한다. 합리성을 지향하는 인간이 불합리한 외부세계와 끊임 없이 부딪치는 감정, 그 황당함이 뫼르소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다. 뫼르소는 장례식에서 행해지는 여러 관습적 절차가 합리적이지 않았을 뿐이고, 아랍인을 살해한 이유가 뜨거운 햇살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태도는 불합리한 외부세계의 눈에 소시오패스처럼 비쳤을 뿐이다. 완전히 도덕적이지도 완전히 부도덕적이지도 않은 '부조리'를 의식하는 부조리 인간이었던 것이다. 


한 가지 법률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건 살인혐의로 기소된 뫼르소에게 가해지는 검사의 심문이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어머니 장례식장에서의 행태가 아랍인을 살해한 혐의와 아무 관련 없는데도, 심문은 줄곧 뫼르소의 행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사형을 언도한다. 마치 어머니 장례식에서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할 정도라면(A), 아랍인을 고의로 살해했을 것이다(B) 라는 취지다. 하지만 A와 B는 뫼르소의 인식을 판단하는 추론일 뿐, 사건의 연속성과는 어떤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뫼르소의 변호인은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재판관들도 뫼르소를 단죄하고 말았다.


참고로 상단은 어떤 출판사 표지에 등장한 사진이다. 처음엔 배우나 모델인줄 알고 사진에서 뫼르소의 반항기를 느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알베르 카뮈의 실제 모습임을 알고선, 역시 뫼르소는 카뮈의 분신이었구나 싶었다. 고뇌가 담긴 눈빛과 깊게 패인 주름살, 영락 없는 이방인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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