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하키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챔피언결정전을 일본 사정상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는 불상사없이 잘 치르고 또 우승했으면 좋겠네요. 올해 우승한다면 3연속 우승인데 하키 불모지인 한국으로선 대단한 일이죠. 더불어 동계스포츠의 메카로 자리잡고 관심도 높아졌음 합니다.

나름 일찍 경기장을 찾았는데, 티켓사려는 줄이 꽤 길더군요. 거의 20분 정도 서서 샀던 것 같은데요. 짜증나기는 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 하키의 저변확대가 이루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 경기장 안에는 당연히 매진으로 복도까지 앉아있는 상황이었구요. 우모는 자리 하나에 아기곰을 안고 지켜봤습니다. 개막전 행사는 그럭저럭 괜챦았으나 좀더 안양한라의 역사를 언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안양한라의 역사가 하키의 역사이기에... 개인적으론 재작년 우승순간도 큰 화면에서 봤다면 훨씬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개막전에 약한 징크스 떄문에 걱정은 했지만, 경기는 우여곡절 끝에 잘 마무리지었습니다. 1피리어드에 3득점 성공시키며 완승하는가 싶었는데, 왠걸 2피리어드에 3실점해서 역시 징크스는 무시할 수 없구나 했네요. 특히 파워플레이 상황에서 리바운드를 내줘 먹은 골은 쫌 열받았습니다. 다행히 연장전에서 정병천의 골로 이기긴 했습니다만... 쿨럭~ 베스트 선수는 라던스키를 꼽고 싶구요. 새로운 외국인 선수 잭맨도 움직임이 좋았습니다. 알렉스킴은 역시나 스틱웍이 한수위임을 보여줬는데 수비가담률에서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박우상, 송동환 등의 해외진출로 국내파들의 무게감이 떨어진건 사실이나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지리란 기대는 해봅니다.

참 하이원으로 이적한 이유원은 여전히 민첩하더군요. 응원단도 많이 오고.. 중간에 이돈구와 마찰이 있긴 했지만 하키에서는 일상다반사입니다. 어쨌든 반가웠습니다.


어제 안양한라의 올시즌 정규경기에 처음 직관을 갔습니다. 지난번엔 블라디보스톡과의 연습경기였구요. 원래 예전 회사 동기들과 같이 가기로 했는데, 하나같이 집안일이 생겨 혼자 가게 되었네요. 다들 미안하다고 하지만, 뭐 혼자 가는데 익숙한지라 부담없이 갔습니다. 왠만하면 아기곰을 데리고 가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감기기운이 있어 못갔구요.

경기는 도후쿠 프리블레이즈와와의 시즌 1차전입니다. 프리블레이즈는 가장 젊은 팀답게 터프한 경기 운영을 즐겨 상대하기 껄끄러운 팀이죠. 공격이건 수비건 몸을 아끼지 않습니다. 스피디하면서 와일드한게 개인적으로는 맘에 드는 스타일이네요. 이번 시즌에 김혁이라는 한국 선수가 입단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구요. 그래서인지 경기는 초반에 답답하게 흘러갔습니다. 1피리어드에 선취골을 내줬구요. 이렇다할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았죠. 작년 챔피언이라는 부담때문이지 움직임도 상대적으로 수줍은 새색시같았습니다.

하지만 2피리어드 들어 몸싸움에 밀리지 않으면서 경기 양상은 서서히 바뀌어 갔습니다. 동점골에 이어 역전골도 그닥 어렵지 않게 나왔죠. 특히 파워플레이 골이어서 조직력이 살아났음을 보여줬고, 전반적으로 경기를 지배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3피리어드 막판에 사단이 났네요. 과열 조짐이 보이는 와중에 집단 패싸움이 벌어졌는데요. 작년 시즌 어느 팀인가 기억이 안나는데, 그 때 싸움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주 화끈하게 붙더군요. 프리블레이즈가 골리를 빼고 포워드를 보강하는 스페셜플레이를 할 때 김기성이 인터셉트해서 텅빈 골문으로 쇄도해 골을 성공시키자 시비가 발생했습니다. 가뜩이나 약이 올랐을 프리블레이즈 선수가 골세리머니를 하는 김기성을 밀친거죠. 김기성은 넘어졌구요. 이후 한데 엉켜 주먹질을 했는데, 말리는 상황에서도 한두명씩 멱살잡고 주먹질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치열하게 싸운건 박우상이었는데요. 키 191에 몸무게 96kg 넘어 국내선수중에서 가장 몸집이 좋은 편인데도 용병선수에게 쉽지 않더군요. 얼굴에 상처를 입은채 끝났습니다. 뭐 아이스하키에서 패싸움은 경기의 일부분이라 그리 쾌념치 않습니다. 실제로 NHL에서는 심판이 처음엔 말리지도 않구요. 결국 4~5명이 2분간 퇴장당한채 경기는 속개되었고 4-1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늘 경기로 안양한라는 4승 3패로 리그 3위로 올라섰구요. 김기성은 6골로 득점 선두가 되었습니다. 서서히 V2를 향해 시동을 거는 분위기네요. 정상 정복보다 더 어려운 정상 수성이겠지만, 좀 더 힘을 내어 화이팅~!

덧글...
홈페이지에 보니 김우재는 턱부분에 25바늘 꿰맸고, 박우상은 얼굴이 많이 긁혔다고 하네요. 모두 경기 출장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는데... 어휴... 그냥... 프리블레이즈 이놈들을...


하키시즌 개막이 얼마 안남았습니다. 휴가기간 중 안양한라 연습경기가 있다길래 안양빙상장을 찾았는데요. 상대는 러시아 2부리그 블라디보스톡이었습니다. 연습경기인데도 관중들은 꽤 오셨더군요. 서포터스 회장님도 간만에 뵙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말씀 중간에 2기 임원진으로 활동해달라고 하시던데... 글쎄요... 여러가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시즌 전이라 선수들의 호흡이 톱니바퀴처럼 맞진 않아서... 게임이 시원시원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톡도 수준이 그닥 높은 팀은 아니었구요. 다만 신체조건이 월등하다보니 안양으로선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 봅니다. 1차전에서 이미 2-0으로 이겼고, 직관한 2차전에서도 4-2로 비교적 여유있게 따돌렸네요. 몇몇 안보이던 백넘버가 있어서 봤더니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있더군요. 그중에 하이원의 엄현승 골리도 있었는데요. 손호성 골리의 군입대로 새로 영입했는데, 손호성에 버금가는 실력을 보유한만큼 기대가 됩니다. 

반면 박우상선수는 부상중이라 출전을 안했다고 하더군요. 시즌전에는 돌아와야 할텐데 어떨런지 모르겠네요. 오늘 경기에서는 89번인가 87번인가 선수가(아마 김한성선수인듯) 눈에 띄더군요. 한국선수치곤 신체조건이 좋아서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구요. 또 큰 체격에 비해 몸놀림도 느리지 않고... 올시즌 좋은 경기력 기대해봅니다.

덧글...
성실함의 대명사 패트릭 마르티넥이 올시즌부터 코치가 되었습니다. 코치석에 서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군요. 오래오래 한국에 남아서 아이스하키 발전에 큰 버팀목이 되어줬음 합니다.


안양한라가 극적인 골든골로 우승을 차지했네요. 한국빙상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인데요. 온몸으로 기쁘긴 한데, 주위에 별로 관심들이 없어서 좀 뻘쭘도 하네요. 이렇게 중요한 경기는 TV 중계가 있어야 하건만... 아프리카 중계도 없고 아시아리그 홈페이지에서 간간히 뿌리는 문자중계만 보는 열악한 환경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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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보니 선취점은 내줬지만 끈질기게 따라붙었네요. 특히 3피리어드 마지막 17초를 남기고 라던스키의 어시스트를 받아 김기성이 골을 넣어 연장으로 돌입한게 경기 장악에 결정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4차전에서 2초 남기고 동점골을 먹은 후 골든골로 진거 보면 동점골을 넣는 팀이 분위기상 절대적으로 유리한거 같네요. 특히 작년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에선 크레인스에게 17초 남기고 결승골을 먹어 눈물을 흘렸던걸 감안하면 참... 통쾌합니다. 이 감격을 안양에서 팬들과 함께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어쨌든 3승 2패로 우승을 차지한 우리 선수들 너무 자랑스럽네요. 이제 내년 시즌에는 챔피언기가 안양빙상장에 걸리겠군요. 생각만 해도 흐믓~^^
올 시즌에는 팀도 우승하고, 서포터스도 출범하고, 팬들도 더 많아진거 같고, 여러모로 의미있는 한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모쪼록 내년에는 좀더 저변이 확대되고 관심이 높아진 하키를 즐기고도 싶구요. 직접 와서 보면 정말 재밌다는걸 알 수 있는데 말이죠. 주위 친구들에게 알리긴 하는데 아직은 생소해 하네요. 만원관중들의 함성으로 들썩거리는 안양빙상장과 이를 생방송하는 TV 중계방송 기대해봅니다.




퇴근하자마자 빙상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우승장면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거든요. 안양한라는 2승을 이미 얻은 터라 1승만 추가하면 아시아리그 챔피언에 오르는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홈에서 우승컵을 안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나요? 전반적으로 경기를 장악당한채 끌려가다 2-5로 석패했습니다. 3골 차이였지만 승부처는 1-2로 따라간 상황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잇지 못하고 실점한 순간이었네요. 1-3이 된 순간 이미 게임은 넘어간거나 다름없었습니다.

빙상장에 들어서자마자 농구장 로비에는 우승축하연이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우승을 축하한다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었구요. 음식도 세팅을 하고 있었죠. 좀 성급하다 싶긴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에서 지고나자 필승결의파티(?)로 성격이 바뀌었더군요. 어쨌든 시즌의 마지막 홈경기인만큼 기쁜 자리였습니다. 안양한라 스탭들 준비하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경기에서는 크레인스의 율(Chris Yule)을 막지 못한게 아쉬웠습니다. 거의 링크를 헤집고 다녔는데 제대로 방어해내지 못하더군요. 페널티 킬링 상황에서의 집중력 저하도 지적되어야 하구요. 하지만 이 모든게 결과론 아니겠습니까? 꼭 여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선수들 몸을 무겁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쪼록 27일 열리는 4차전에서는 1, 2차전의 감각을 찾아 반드시 승리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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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장에 가수 채연이 왔더군요. 제 옆쪽 10미터 정도에 앉아있었는데 TV와 달리 코만 보이더군요. 쉬는 시간에 사인해주느라 정신이 없어 보이긴 하던데... 야구에 홍수아가 있다면 하키엔 채연이 있다고 할 정도로 자주 온다고 하네요. 흠...


하필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이 있던 일요일, 지방에서 집안일이 있어 올라오는 날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늦게 출발한데다 고속도로가 막혀 빙상장에 도착한 것은 3피리어드 시작할 때였죠. 바삐 안으로 들어가 전광판을 보니 1-1이더군요. 일단 지고 있지 않다는데 안도하며 자리를 찾았습니다. 서포터스석은 모두 꽉 차서 그 위에서 서서 관전했는데 관중 열기는 정말 시즌 최고였네요. 하키장에서 파도타기 응원까지 나온건 처음 봤으니까요. 한라대학교 학생들과 서포터스의 열정은 여전했구요. 일반 관중들도 정말 목이 터져라 응원하더군요. 어떤 외국인 4명은 동물 복장으로 응원해서 눈요깃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안양한라는 선취점을 먼저 얻고 동점을 내주는 패턴을 3피리어드에서도 반복했습니다. 2-1로 앞서는 골을 넣고 3분뒤 바로 어이없는 동점골을 내줘 2-2가 됐죠. 긴장의 순간에 승리의 함성이 터진건 라던스키의 개인기에 의한 골이었습니다. 서든데스방식의 연장전에서 라던스키가 골리의 왼쪽을 파고들다 수비수 2~3명을 제치며 결승골을 성공시킨거죠. 순간 모든 관중들은 모두 자리에 일어서 환호했구요. 선수들은 라던스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지난 마르티넥의 결승골을 본 이후 최고의 골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로써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은 안양이 가져갔구요. 2차전과 3차전만 이기면 홈에서 우승컵을 안게 됩니다.

부디 이번에는 크레인스에게 3-0으로 스트레이트로 이겨 작년의 패배를 갚고, 홈팀 팬들과 함께 기쁨을 함께 했음 하네요. 우승한다고해도 일본에서 한다면 중계가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참 아쉬운 일이거든요. 오늘이 2차전인데 눈이 많이 오네요. 승리를 부르는 폭설이기를 기원합니다.^^


이틀 연속 하이원과의 플레이오프를 관전했습니다. 1차전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터라 2, 3차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였는데, 다행히 이겼습니다. 이제 남은 두 경기에서 한경기만 이기면 대한민국 최초로 아시아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갑니다.

하이원 경기를 직접 본건 처음입니다. 그동안 하이원의 간판 알렉스킴에 대한 기사는 읽은 터라 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요. 역시 큰물에서 경헙을 쌓았던 선수는 달라도 뭔가 다르더군요. 스케이팅이나 스틱웍이 여느 선수들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마치 베트남인가에서 잠깐 자선경기를 뛰었던 지단을 연상시키더군요. 여유있으면서도 시야가 남다른게 매직 존슨의 현란한 어시스트를 떠올리게 하구요. 3차전에서 몸을 날리면서 넣은 골은 정말 NHL급이었습니다. 적이었지만 기립박수를 쳤다능...^^;; 하지만 하키는 팀스포츠입니다. 하나로 똘똘 뭉친 힘은 안양한라가 더 나았네요.

2차전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졌는데, 3차전에서는 2피리어드 2-2에서 6-2까지 달아나자 사실상 승부는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성급하긴 하지만 플레이오프의 승패도 갈린게 아닌가 싶네요. 하이원이 골리를 뺐던 승부처에서 오히려 안양한라가 골을 넣은게 쐐기를 박았구요. 전체적으로 기싸움에서 지지않은게 경기를 장악했던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상적이었던건 허벅지 부상중인 마르티넥이 계속 응원을 보내던 장면이었습니다. 청바지를 입은채 골을 넣을 때마다 환호하고 동료를 격려하던 모습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과거 두산의 리오스를 보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에 서포터스는 마르티넥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부상이 빨리 회복되어 결승전에서는 출전하길 기원합니다.

이제 춘천으로 옮겨 남은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꼭 4차전에서 결승행을 확정지었으면 하네요. 비록 가지느 못하지만 성원은 보냅니다. 안양한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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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에서는 혼자였지만 3차전에서는 안양한라 서포터스와 같이 처음으로 응원했습니다. 재미있네요. 응원단장의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구요. 하키를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네요.


안양한라가 리그 2연패를 했습니다. 우승만으로도 감격스러운데 4-3으로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두니, 정말 짜릿짜릿 하더군요. 평생에 몇번 안되는 명경기를 본 것 같아 영광스럽기까지 하네요. 지난 목요일과 토요일 오지이글스와의 경기에서 2연승을 거둬 한 경기만 더 이기면 정규리그 우승 확정 지을 수 있는 경기였는데요. 리그 2위의 강팀을 맞아 투혼을 발휘한 끝에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우승 헹가레와 샴페인, 링크를 도는 선수들, 그리고 환호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네요.

경기는 완전히 마르티넥을 위한, 마르티넥에 의한, 마르티넥의 경기였습니다. 경기 상황은 3피리어드 종료 30초 전까지 3-2로 지고 있었구요. 우리 선수들이 파상공세를 펼치고는 있었지만, 오지의 디펜스 라인 또한 견고했죠. 특히 오지의 골리는 참 유연한 몸놀림을 갖고 있더군요. 세이브도 여러 차례 기록했습니다. 헬멧을 벗을 때 보니 잘생기기까지.. 흠.. 어쨌든 마지막 남은 순간 30초... 슬랩샷에 이은 리바운드를 마르티넥이 걷어 올려 동점골을 만들었네요. 그리고 박주영처럼 무릎을 꿇으며 미끄러지는 멋진 세리머니... 빙상장은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

이후 연장전은 분위기상 안양의 페이스임은 당연하구요. 아시아 최강자의 위용은 오래지 않아 증명됐습니다. 또 한번 문전 혼전 중에 날린 마르티넥의 리바운드 슛은 오지 골리의 몸을 날린 방어를 가볍게 뚫었구요. 환호하는 마르티넥 위로 선수들은 인간탑을 쌓았습니다. 그동안 두산베어스 경기를 그렇게 많이 갔지만 우승순간은 늘 TV와 함께 였는데요. 이렇게 직접 현장에서 우승의 감격을 맛보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선수들이 링크에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내내 아기곰을 무등태우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구요.

개인적으로 안양한라 선수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마르티넥이 동점골, 결승골을 넣어 너무 기뻤지만요. 그 외에도 여전히 든든하게 세이브 해준 손호성, 골은 못넣었지만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김기성, 아랫 입술이 터지는 투혼을 보여준 박우상, 코리안 로켓 송동환, 날카로운 드리블을 보여준 꽃미남 라던스키, 신인왕 예약한 조민호, 그리고 늘 다람쥐같이 민첩성을 보여준 오노 등 정말 출전했던 모든 선수들이 최고의 투혼으로 얼음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로 인해 아이스하키 동호인구도 늘고 저변확대도 이뤄졌음 하는데, 이런 최고의 경기를 스포츠TV에서는 중계를 해줬느지 모르겠네요. 늘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울러 작년엔 안양이 리그 1위를 하고도 크레인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아깝게 져서 결승에 오르지 못했는데요. 올해는 무조건 통합우승을 하기 바랍니다. 할아버지 마르티넥도 통함우승이 꿈이라고 했고, 또 통합우승이 진정한 챔피언이기에... 남은 기간 심혈을 기울여 승리해 우승트로피를 안양으로 가져왔으면 하네요. 링크에서 심의식 감독이 정말 좋아서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통합우승으로 또 한번 그 환희를 팬들과 함께 했으면 합니다.

덧글...
처음으로 안양한라 서포터스 분들과 인사를 나눴네요. 아직은 북으로 응원을 리드하는 정도지만, 시간이 지나고 차츰 체계적으로 이끌면 아이스하키를 대표하는 팬들의 모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비록 지금은 20여명에 불과하지만...


지금은 사라졌지만, 초창기 한국 아이스하키 리그에는  동원드림스, 현대오일뱅커스 등 여러 팀이 있었는데요. 모두 해체하고 현재는 안양한라가 유일합니다. 하이원은 이후에 창단된 팀이구요. 그래서1994년에 창단되어 1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안양한라는 충분히 박수받을만 합니다. 척박한 동계스포츠에서 별 이득도 없어 보이는 구단을 15년간 운영해왔다는 자체가 아이스하키에 대한 애정없이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작년에는 아시아리그 정규시즌 1위까지 했구요. 이런 이유만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클럽이자 희망인 안양한라의 창단 15주년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아낌없이 축하하구요. 더 많은 팀들이 생겨서 저변이 확대되었으면 하네요.

오늘 있었던 차이나 드래곤과의 경기는 15주년 기념경기였습니다. 홈3연전에서 이미 2연승을 거둔데다, 팀 차이나가 최약체이기 때문에 경기에 진다는건 생각도 하지 않았죠. 당연히 이겨야 할 팀이기에 경기장을 향하면서 긴장도 되지 않았더랬죠. 하지만 1피리어드 끝나자마자 도착한 빙상장의 전광판엔 스코어 1-1이라 적혀있더군요. 조금 의아했습니다. 마지막 경기인만큼 팀 차이나가 힘을 내나보다 했었죠. 하지만 2피리어드부터 보여준 경기력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우선 퍽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 있더군요. 아마 약팀이기에 방심하기도 했겠지만, 3-1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연이은 수비실수는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었습니다. 한번은 수비수가 어이없이 넘어지는 통에 우리쪽 파워플레이 상황인데도 골을 먹었구요. 또 한번은 퍽 컨트롤이 안되어 실점을 했죠. 손호성 골리도 성질났는지 스틱으로 골대를 치더군요. 전반적으로 들떠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3-4로 역전당했구요. 누군가 분위기 쇄신용으로 강력한 보디체크했음 했는데, 강력하진 않았지만 끈질기게 상대 공격을 괴롭히긴 하더군요. 혹시나 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했나 봅니다.

결국 경기는 꾸역꾸역 송동환, 김우재, 김원중의 골로 다시 뒤집어 6-5로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막판 팀 차이나에 골을 허용해 끝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까지 갔구요. 아시아리그 제패를 노리는 팀답지 않은 경기였네요. 사자가 토끼를 잡을 때도 신중을 기하는데 말이죠. 아쉬웠습니다.

경기장엔 많은 관중들이 왔구요. SBS에서 중계까지 하더군요. 생중계였는지는 모르지만, 참 고마웠습니다. 미디어가 역할을 해준다면 저변확대에 큰 도움이 될테니까요. 로비에는 안양한라의 역사를 보여주는 동영상과 그간 받은 트로피 등을 전시했더군요. 예전 코리아 아이스하키 리그 동원과의 경기를 보여주는데 그때도 수준이 꽤 높았네요.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여전하더군요.

덧글 1...
자는 아기곰을 깨워 갔는데 다행히 아이스하키 보는걸 너무 좋아하네요. 빙상장 안에선 연신 웃음가득 얼굴입니다.

덧글 2...
창단 15주년 기념으로 선수 팬사인회가 있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선수는 김원중이더군요. 조각미남은 아니지만 꽤 잘생겼더라구요. 경기장에 김원중을 응원하는 플래카드가 괜히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역시 인기는 잘생기고 봐야 한다능...


안양한라가 크레인스에게 3-4로 졌습니다. 홈 3연전 경기중 지난 목요일 1차전에 이어 2차전인 토요일 경기까지 연패했네요. 크레인스가 강팀인건 인정하지만, 좀 서운하군요. 볼 때마다 지네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7차전, 17초 남기고 결승골을 허용해 졌던, 그 통한의 경기도 직관했었는데... 어찌나 아쉽던지요. 오늘 경기도 그렇네요.

지난 일본 원정에서 부상선수가 많아 고전하리라고는 봤는데, 전반적으로 선수들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더군요. 3피리어드 막판에 반짝 화이팅을 제외하곤 플레이가 느슨했습니다. 파워플레이 상황에서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고, 수비진영에서도 실수가 잦았네요. 특히 코리안로켓 송동환은 1피리어드에 2번인가 스틱웍 미스를 했는데, 그 중 한번은 단독찬스까지 내줬습니다. 하마터면 실점할 뻔 했구요. 고참이기에 더 아쉬웠네요. 나중에 한골로 만회하긴 했지만...

그래도 1-4로 뒤진 가운데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모습 아름다웠습니다. 운이 좋았다면 종료부저와 함께 골을 넣을 수도 있었는데... (아래 동영상 참조) 결국 3-4에서 마지막 한고비를 넘지 못해 졌지만, 내일 경기의 희망을 보기에 충분했네요. 돌이켜보면 파워플레이 상황에서 연달아 2명이 2분간 퇴장을 당한게 패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마르티넥의 퇴장은 좀 미심쩍었구요. 상대 선수의 진로를 방해했다고 내린 판정같은데... 글쎄요. 둘이 그냥 볼다툼하다 뒤엉킨것 같았는데... 일본선수가 전진하려는 상황이어서 그랬나요? 어쨌든... 뭐 경기는 졌습니다. 잘 싸웠구요. 그게 스포츠죠. 내일 이기면 됩니다.

이번 직관은 쌍둥이들과 아기곰과 같이 응원갔구요. 쌍둥이 누나들 덕분에 아기곰은 신나는 시간을 가졌죠. 경기 끝나고는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집에 들어갔네요. 겨울을 이한치한으로 제대로 즐겼습니다.

덧글...
크레인스 원정 응원단이 7~8명 왔더군요. 그중 한명 희끗희끗한 스포츠 머리의 아저씨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역시나 북치고 계셨습니다. 대단한 열정이네요. 우모도 언젠가 일본 원정응원도 가보고 싶긴 한데... 흠... 그리고 원정응원단 옆에는 한라직원들이 응원하고 있었는데, 중간에 서로 뭔가 교환하고 얘기도 하고 악수도 하더군요. 적이기 전에 같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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