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포스팅에서 시간에 쫓겨 츠지 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를 다 못 읽었다고 했었는데요. 오늘 마침내 소설의 마지막을 확인했습니다. 교보빌딩에 일이 있어 갔다가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서 잠깐 본다는게 거의 한시간 넘게 선 채로 책을 보고 말았네요.

우선 소설 중간에 토우코의 호화스러운 생활의 비밀이 드러납니다. 교민사회에서 부모가 재벌이다, 돈많은 사람의 애인이다 억측이 많았는데, 토우코가 유타카에게 고백하는 식으로 밝혀지죠. 그녀의 부는 엄청난 재벌이었던 전남편의 막대한 이혼 위자료였다는걸... 그리고 유카타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됩니다.  토우코가 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용하려 접근했다는 것이었죠. 토우코는 백인의 미녀에게 재혼한 전 남편에게 자기도 멋진 남자가 생길 수 있다는걸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카타를 유혹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토우코는 유카타에게 빠져버리게 되구요. 결혼을 앞둔 둘은 큰 혼란에 빠져듭니다.

어쨌든 토우코는 이별을 결심하죠. 유카타와 그의 약혼녀에게 짐이 될 수는 없다고 판단한거죠. 토우코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쿄로 떠나고 기약없는 작별을 합니다. 유카타는 토우코를 보낸지 3시간 후에 같은 공항에서 미츠코를 맞이하구요. 결국 이렇게 시간은 흘러갑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어느 날 둘은 방콕에서 꿈처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유카타가 방콕 취항 40주년 기념행사차 방문한 오리엔털 방콕 호텔에 토우코가 일본인 상대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던거죠. 그리고 둘은 다시 추억속으로 빠져듭니다. 마치 예전의 격렬했던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하지만 이미 너무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이 이별의 시간만큼이나 크죠. 항공사의 부사장이 되어버린 유카타는 너무 바빴고 토우코는 현실속에서 묻혀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카타는 토우코의 편지를 받고나서야 그동안 토우코가 자신을 잊지 못한채 독신으로 살아왔음을 알게 되구요. 그리고 다시 날아온 두번째 편지에는 암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가 적혀있었죠.

유카타는 급히 방콕으로 날아가 그녀를 만납니다. 창백하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토우코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했던 기억과 사랑을 받았던 기억중 어떤걸 떠올리겠느냐는 유카타의 질문에 사랑했던 기억을 간직하겠다고 말하죠.

이야기는 토우코의 죽음으로 끝을 맺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기에 현재의 사랑에 충실하라는 역자의 메시지처럼 언젠가는 누구나 다 이별을 합니다. 사랑도 그렇고 삶도 그렇죠. 죽음의 공포도 외로움도 온전히 혼자의 몫입니다. 토우코는 사랑했던 기억을 안고 갔기에 그리 쓸쓸하지만은 않은 죽음을 맞이한 셈입니다. 그래도 쓸쓸한 여운은 어쩔 수 없이 진하게 남는 소설이네요.


안녕 언젠가...

지난 일요일 강남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서점에서 우연히 본 책입니다. 츠지 히토나리라는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인데 두껍지 않아 시간 때울 생각으로 집어들었죠. 비록 다 읽지는 못했지만...

내용은 1975년 태국의 방콕에서 일본 이스턴 항공사 홍보부 직원인 유타카가 크리스마스에 있을 자신의 결혼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토우코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유타카를 지켜보던 관능적인 토우코가 며칠 후 유타카의 아파트를 방문하고 관계를 맺게 되구요. 둘은 급작스런 사랑을 맞게 됩니다.

친구가 오는 바람에 여기까지만 읽었는데요. 책을 사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결말이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그 이후는 이렇더군요.

토우코와 사랑에 빠진 유타카는 고민에 빠집니다. 안정적인 결혼과 성공이 보장된 미츠코와의 결혼이냐, 사랑에 빠진 토우코와의 사랑이냐... 하지만 유타카는 현모양처형인 미츠코와의 결혼을 위해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죠. 그로부터 25년이 흐릅니다. 유타카는 어느새 전무로 승진하고,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구요. 방콕 취항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출장을 오게 됩니다. 그리고 오리엔탈 방콕 호텔 직원으로 있던 토우코를 재회하게 되죠.

두 사람은 서로를 한시도 잊지 않고 살아왔음을 확인하지만, 2박 3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유타카는 일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4년 뒤, 유타카는 토우코에게 편지를 받게 되고, 다시 한번 방콕행 비행기에 오른다고 하네요.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네요. 결말을 대충 훑고 나니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 가벼운 갈등이 생기는군요. 요새 일본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서 사고 싶긴 한데 말이죠. 그나저나 읽을 마음의 여유가 생길래나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마구 떠다니는 이 소설의 한 부분을 발췌해 봅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건 참으로 많은 아픔을 내면화 했기에 가능하지 않나 싶네요. 결국 수많은 고통을 삭혀야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란걸 깨닫게 되니까요. 참 깨닫기 싫은 깨달음입니다.

그리고 소설을 읽은 분께 질문하고 싶습니다. 추억은 돌이킬 수 없기에 의미가 있는걸까요? 돌이킬 수 있기에 추억을 간직하는걸까요? 궁금합니다...


안녕, 언젠가

인간은 늘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 전에,
우산을 사야해

아무리 뜨거운 사랑 앞이라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돼

죽을 만큼 사랑 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되는거야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 버리는 얼음 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
영원한 불행도 없는 거야

언젠가 안녕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 츠지 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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