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한라가 오늘 세이부전에서 이겼다면 아시아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는데요. 연장전까지도 비겨 결국 빅토리샷에서 6명이 나오는 혈투끝에 7:6으로 이겼네요. 이로써 안양한라는 남은 경기에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2위 세이부보다 승점 2점을 앞서고 있고 한경기 덜했기에 여전히 유리한 위치에 있네요.

오늘 경기는 개인 사정상 직접 가지는 못했습니다. 집에서 아프리카 보면서 응원했는데 최고의 접전으로 경기 내내 정말 짜릿짜릿하더군요. 아이스하키가 이런 매력이 있는줄 새삼 느꼈습니다. 덕분에 아이스하키 용어도 많이 배웠고, 경기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을 할 수 있었네요. 연장전에 가면 골리 제외하고 4명만 나선다는 것도 처음 알았구요. 마이너 페널티(2분간 퇴장)라는 용어도 오늘에야 익혔습니다. 참고로 4분간 퇴장은 더블 마이너 페널티라고 하구요. 5분간 퇴장은 메이저 페널티라고 하네요. 그리고 5분 연장전에서도 비기면 빅토리샷으로 골리와 공격수 1:1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도 오늘 처음 봤습니다. 아이스하키, 보면 볼수록 흥미진진하네요.

축구에서는 승부차기가 70% 이상의 성공률을 보이는데, 아이스하키의 빅토리샷은 꼭 그런건 아닌 것 같더라구요. 대개 골리를 제치고 넣거나 바로 앞에서 슛을 날리는데요. 쉬울꺼 같으면서도 은근히 어렵더군요. 오늘은 한국 국가대표 골리 손호성이 일본 국가대표 골리 기구치에 판정승했습니다. 마지막에 마르티넥이 골을 넣고 승부를 확정짓는 순간 순서들이 모두 뛰어나와 포옹을 하는 장면은 야구에서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을 때처럼 감동적이더라구요. 아쉽지만 오늘 경기는 잘 싸워줬습니다. 1피리어드 0:2로 지고 있다가 2피리어드에서 3:3까지 쫓아갔고, 3피리어드에서 3:4, 4:4, 그리고 4:5에서 마지막 몇십초를 남기고 라던스키의 골로 5:5 연장으로 끌고 갔으니 일본선수들 경기 내내 후덜덜했을겁니다.

그리고 드디어 좋아하는 선수가 생겼네요. 오늘 헤트트릭을 기록한 25번 라던스키(Brock Radunske)인데요. 프로필을 보니 캐나다 출신의 83년생이네요. 신장이 196cm에 몸무게가 95kg으로 보디첵하기 딱 좋은 체형을 갖고 있구요. 하지만 그 거구에도 불구하고 유연성이나 스틱웍은 다른 선수들을 압도합니다. 덕분에 공격포인트 52개(골 32개, 어시스트 27개, 17일 현재)로 1위를 달리고 있네요. 아무래도 백인의 장점인 파워와 기술을 겸비한 선수라서 아시아권에서는 적수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한가지 아쉬운건 안양한라의 주전이 대부분 라던스키, 존 아, 마르티넥 등 외국인선수라는 점이네요. 아직은 송동환, 김기성, 박우상 등의 국내 선수들이 일본선수를 확실히 제치지는 못하는 것 같아 좀 더 분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역사가 짧지만, 잠재력은 무한하니 앞으론 갈수록 나아지리라 봅니다. ^^


안양한라가 라이벌 하이원에게 어제의 1:4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습니다. 무려 스코어 6:1로 대승을 거뒀죠. 어제 경기는 못봐서 잘은 모르지만, 오늘 경기도 스코어만큼 일방적인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2피리어드는 스코어상으로는 1:0으로 이겼지만 거의 몰리다시피한 열세였구요. 3피리어드도 2:0으로 이기긴 했지만 우세라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만약 안양의 골리, 손호성의 선방이 없었다면 경기는 예상할 수 없는 국면으로 흘렀을지도 모르겠네요.

1피리어드는 팽팽하게 1:1의 박빙 상황에서 2골을 넣으면서 순조롭게 끌고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피리어드 들면서 하이원의 파상공격에 많이 고전했네요. 다행히 한골을 더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3피리어드는 중반 이후 스코어가 5:1로 벌어지자 하이원이 약간 포기하는 듯한 인상이었구요. 한골을 더 넣어 6:1로 경기는 승리했습니다. 우모가 관람한 두경기 모두 승리해서 기분이 좋네요.


하지만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은 집단 난투극을 벌였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우모가 앉은 자리에서 봤을 때, 승리한 안양한라 선수가 경기 끝난 후에 퍽을 골대로 툭 밀어 넣으려 하자 하이원의 용병이 기분이 상했던 듯 싶네요. 바로 치고 받고 싸우더군요. 그러자 다른 선수들끼리도 붙고 한동안 싸움이 이어졌습니다. 아이스하키가 어느 정도의 폭력을 용인하는 스포츠긴 하지만 직접보니 살벌하데요. 그리고 꽤 볼만 했습니다. ^^

다행히 난투극 이후 모두 악수하며 좋게 헤어졌네요. 돌아서면 다들 선후배, 동료사이인데 뭐 원수질 일은 없죠. 다만 라이벌이라는 점이 민감하게 작용한 듯 싶네요. 오늘도 경기장은 거의 꽉 들어찼는데요. 입장료는 안받고 대신 불우이웃돕기 모금행사를 하더군요. 덕분에 선행도 하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관중석에는 하이원 원정관중들도 꽤 오셨던데요. 한라 신입사원들의 패기넘치는 응원도 볼 만했구요.


특이했던건 오늘 경기에서 2피리어드 종료후 리틀한라 어린이팀의 시범경기였는데요. 스피디한 경기를 보다가 완만한 어린이 경기를 보니 너무 귀엽더군요. 얼음 위에서 제대로 몸도 못가누면서 퍽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안나올 수 없더라구요. 무럭무럭 자라서 아이스하키를 짊어지고 나갈 대스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같이 보기로 한 회사 선배가 안 온 모양이네요. 전화 안받더라구요. 딸이랑 같이 온다고 했는데... 흠... 일단 다음 홈경기가 1월 10일이니 다시 한번 꼬셔봐야겠습니다. ^^


안양한라 홈페이지에를 유심히 보니 아이스하키에 관한 정보가 많네요. 경기를 보면서 가졌던 궁금증이 많이 풀렸습니다. 안양한라는 자체 중계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고 예상했던대로 아프리를 통해 중계방송을 하고 있더군요. 지난 경기 하이라이트도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구요.


한가지 안타까운 소식은 일본의 명문 아이스하키팀 Seibu Princerabbits가 세계 경제위기 여파로 해체했다고 하네요. 우모가 관전했던 그날의 무기력한 플레이가 원인이 있었더라구요. 이제 리그가 7팀에서 6팀으로 줄었다니 이제 막 관심을 갖게된 아이스하키지만 참 아쉽네요.

홈페이지에 아래처럼 재미있는 내용이 있네요. 조금 유머스럽게 들리기도 하고... 한편 서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하여간 홈경기가 자주 열리지는 않지만 가급적 시간날 때마다 경기장에서 응원을 해야겠습니다. 겨울 스포츠에 대한 자그마한 관심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중계 안해주면 우리가 하면 되고...
기사 안써주면 우리가 쓰면 되고...
비인기종목이라고 놀리면...
인기종목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겨울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가져볼 겸, 홍성흔에 대한 상실감도 치유할 겸해서, 지난번에 농구장을 찾았었는데요. 결국 '나의 팀'은 찾지 못했었죠. 대신 아이스하키에 애정을 붙여볼까 해서 경기를 관람했는데, 드디어 두산베어스에 이은 또 하나의 '나의 팀'을 찾았습니다. 바로 국내 최고의 아이스하키 명문 '안양한라'인데요. 과거 전설적인 심의식 선수가 활약했던 팀이기도 했죠. 지금은 감독님이시라는...


일단 안양한라는 엠블럼이 맘에 드네요. 두산베어스와도 유사한 톤이구요. 게다가 마스코트도 곰입니다. 두산이 반달곰이라면, 한라는 백곰... 거의 자매구단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유사성을 갖고 있죠. 전통의 명문이라는 점도 두산과 같구요. 이제 경기를 보면서 '나의 팀'에 대한 애정만 확인하면 됩니다.

첼로레슨 때문에 경기장에는 약간 늦게 도착했습니다. 부랴부랴 표를 끊고 들어가니 1피리어드는 종료했구요. 4:3으로 지고 있더군요. 경기장은 아담하지만 무척 깨끗하고 아늑한 느낌이었습니다. 스피디한 선수들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숨소리 목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는 현장감이 더욱 흥분시키더군요. 야구장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던데요. 아이스하키장의 특성상 약간 추웠구요.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 담요를 덮고 있는 관중들도 눈에 띄었구요. 관중들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경기장이 1,284명 수용가능하다고 했는데 평일에 80% 정도 찼으니 적은 숫자는 아니었네요. 특이한건 외국인들이 상당히 많았는건데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아이스하키와 접했던 친구들인지라, 아이스하키를 가까이하게 되지 않았나 싶네요. 아기곰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경기는 일본 Seibu Princerabbits와 맞붙었는데요. 이름이 좀 독특하죠? 보디첵이 난무하는 격렬한 스포츠팀 이름이 Princerabbits라니... 마스코트는 또 얼마나 귀엽던지 꼭 여자팀을 연상케 하더군요. 하지만 세이부는 49점으로 현재 1위하고 있는 팀입니다. 안양은 48점으로 2위를 마크하고 있구요. 하지만 2피리어드와 3피리어드는 거의 일방적으로 안양이 몰아붙여서 손쉽게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36번 박우상선수가 헤트트릭을 기록했구요. 세이부는 1위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부실한 뒷심을 보여준데 반해 안양은 한명이 2분 퇴장 받은 상황에서도 한골을 넣을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는데요. 단독으로 몰고가면서 골리를 제치고 넣은 골은 정말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아쉽게 그 선수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정말 짜릿했습니다. 수비진영에서부터 거침없이 쇄도하던 모습이란... 후덜덜... ^^


2피리어드에 먹은 유일한 실점은 우리 팀 골리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이었네요. 걷어낸다는 것이 퍽이 스틱에 제대로 맞지 않아 상대 선수에게 갔고, 상대 선수는 비어있는 골문으로 쳐넣었죠. 축구에서 이기타의 헛발질이 골로 연결되었던 장면이 연상되더라는... 그 외에는 거의 완벽하게 경기를 매조지했습니다.

처음 본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멋지게 역전승을 해서 더욱 기뻤구요. 중간에 흥겨운 rock 음악이 곁들여져 아기곰도 신명나게 관전했습니다. 경기 끝나고 져지를 사러 나갔는데 안양한라 상점은 문을 닫더군요. 다음 경기가 이번달 27, 28일에 있으니 그 때 하나 구입해야겠습니다. 장내 안내방송에서 27일 경기는 자선경기로 입장료는 안받는 대신 기부금을 받아 안양지역 불우이웃을 돕는다고 하네요. 좋은 의미로 행사를 하니만큼 많이들 왔으면 좋겠네요.

경기를 기분좋게 보고 나오는데 라디오의 스포츠 프로그램에서는 야구와 농구만 얘기하고 아이스하키는 일언반구도 없네요. 좀 섭섭했습니다. 정말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아이스하키인데 언론에서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아쉽네요. 대신 오늘 찍은 동영상도 몇개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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