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허점 투성이의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비교적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으로 메운 영화입니다. 그냥 내용만 본다면 어떻게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까 싶은데, 직접 보면 한편 고개가 끄덕여지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되죠. 이런게 영상의 힘이고 연출의 힘이겠죠? 

영화는 주인아(손예진)가 노덕훈(김주혁)과 한재경(주상욱)을 거느리고 사는 21세기판 '일처이부제(一妻二夫制)'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중심에는 손예진이 있지만, 실질적인 이야기는 김주혁이 끌고 나가죠. 이 세명 가운데 가장 상실감이 큰 사람도, 가장 많은 양보를 해야 하는 사람도, 가장 고뇌하는 사람도 김주혁이기 때문이죠. 그런 김주혁이 인정한 '일처이부제'이기에 관객들도 손예진을 공감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서 영화는 최대 피해자(?)인 김주혁의 나레이션에 의해 굴러갑니다.


영화 내내 김주혁은 다양한 감정의 질곡을 거치는데요. 아내의 별난 행각에 황당-분노-이별-애정구걸-수용-적응의 단계를 밟게 되죠. 종착지가 결국 적응이라는게... 남자로서는 참 이해하기 힘든 낯선 곳이지만요. 근데 김주혁은 정착 뿐만 아니라 주상욱과 라이벌 이상의 인간적인 교감까지 갖게 되거든요. 과거 '일부다처제'에서 부인들끼리 형님 아우하면서 오손도손(?) 살았던 것처럼...

이 영화는 '지금까지 믿어온 사랑과 가족의 정의가 정말 정답인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의 카피처럼 '평생 한명만을 사랑할 수 있는가?' 의 질문에 단호하게 '네'라고 답변할 수 없는 한, 손예진에게 손가락질할 필요는 없어 보이구요. 영화 속의 손예진처럼 예쁘면서 시댁에도 완벽한 여자에 인생을 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김주혁에게도 한심하다고 혀를 찰 필요는 없을껍니다. 다만 누구의 말대로 가족이란게 핏줄이 섞인 사람이 아닌, 같이 사는 사람들로 바뀌는 날이 올 것이라고 하는데 일면 공감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사회적 통념의 관용범위가 그리 넓지 않은 게 현실이지 싶네요. 

하지만 주위를 둘러 보면요. 미국 오레곤주에서도 최초의 프랜스젠더 시장이 탄생했구요. 몰몬교에서는 일부다처제가 아직도 관습처럼 내려오고 있죠.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관습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들도 주위에 많습니다. 어찌보면 지금의 관습은 선택한게 아니라, 단지 선택되어진 것일 뿐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뭔가 좀 정돈되지 않은 중구난방 관람평이긴 한데... 한마디로 하면 이렇습니다.
영화는 영화일뿐 괜히 흥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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