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강자가 이기는 영화는 그리 감동적이지 않을껍니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니까요. 스포츠도 영화도 약자가 이길 수 있는 스토리가 더 기억에 오래 남겠죠. 요새 영화를 보는 맛에 빠져서 집에 굴러다니는 DVD를 꺼내보고 있는데요. 어제 밤에 고른 것이 씨비스킷(Seabiscuit)입니다.

씨비스킷은 이런 감동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그래서 백과사전에 찾아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실제 백과사전의 기록을 보니 더 생생하게 감동이 느껴지네요.

씨비스킷 : 6년(1935~40) 동안 89차례의 경마에 출전해 33번 우승했고, 총 43만 7,730달러의 상금을 받아 그때까지의 미국산 서러브레드종 말로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1942년 깨짐). 유명한 종마인 맨 오워의 새끼인 수말 하드 택과 암말인 스킹 온 사이에서 태어난 옅은 밤색의 수망아지인 시비스킷은 2, 3세 때에는 성장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1937년이 되자 1.8㎞를 1분 48초 80에 뛰는 기록을 세웠고(이 기록도 결국 깨짐), 1938년에는 한 유명한 경마에서 전년도 서러브레드종 3세 마 종목의 트리플크라운을 받은(3관왕) 워 애드미럴을 물리쳤다. 시비스킷은 1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캘리포니아의 샌타아니타 핸디캡 경마에 마지막으로 출전해 우승한 뒤 은퇴해 종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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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경마에 관한 얘기입니다. 시대적 배경은 대공황을 겪은 직후인 1930년대 미국이구요. 주요 인물로는 아들을 잃고 이혼한 마주 찰스 하워드와 어릴 때 부모로 버림받은 기수 레드, 까다로운 말을 잘 단련시키지만 뒷전에 있는 조련사 톰, 그리고 가능성은 있지만 거칠어서 다루기 힘든 말, 씨비스킷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비주류 인물들이라는거죠. 게다가 기수는 외눈박이에 기수로서는 큰 몸집을 갖고 있구요. 씨비스킷은 작은 체형의 말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불리한 조건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믿음이 존재했고, 이를 기반으로 당대 최고의 말인 제독(War admiral)과 세기의 대결을 펼칩니다. 1:1 싸움인데 경마장 조건도, 경기규칙도, 모두 제독에게 유리한 조건이었죠. 하지만... 결과를 짐작할 수 있듯이 멋지게 이겨냅니다.


이 동영상이 바로 실제의 경기 장면을 찍은거라고 하네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금액인 10만달러의 상금이 걸려있었구요. NBC에서 중계권을 따서 생방송할만큼 전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던 경기입니다.

근데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는 않습니다. 한번 더 시련이 찾아오죠. 씨비스킷이 인대가 끊어지고, 레드도 다리가 부러지는 상황이 닥칩니다. 하지만... 이들은 멋지게 재기를 해냅니다. 비록 제독과의 경기처럼 화려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들은 자신을 위한 무대에서 모두의 우려를 씻고 재기함으로써 건재를 과시하게 되죠.

이 영화가 괜챦은 이유도 이런 재기의 모습으로 끝냈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화려함 뒤에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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