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가 조선시대 왕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였다면, '쌍화점'은 고려시대 왕의 그것을 소재로 삼아 유사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왕의 남자'가 왕의 스캔들 대상을 광대로 삼은 대신 '쌍화점'은 무사와의 격정 스토리가 중심을 이루고 있죠. 아직까지 동성애 코드가 충무로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네요. '왕의 남자'의 흥행성공에 이어 '쌍화점'도 탄탄한 흥행을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그런대로 볼 만은 했지만, 좀 산만한 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홍림(조인성 역)의 감정선이 뚜렷하지 못한게 원인이지 싶습니다.

영화는 고려시대 말 공민왕으로 추정되는 왕(주진모 역)과 호위무사 총관인 홍림간의 동성애에 원나라 출신인 왕후(송지효 역)와의 삼각관계가 변화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왕을 중심으로 홍림과 왕후간의 신경전이 이어졌지만, 왕이 후사를 빌미로 홍림과 왕후간의 합궁을 명하면서 홍림과 왕후 사이에 사랑이 싹트게 되죠. 왕만을 바라봐야 하는 두 사람이 치명적인 사랑에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눈치를 채게 된 왕의 질투가 영화를 파국으로 치닫게 합니다.


결말은 뭐 직접 보시는게 낫구요. 중간에 조인성과 주진모의 자극적인 동성애 장면이 좀 충격적이긴 합니다. '왕의 남자'에 비하면 하드코어급에 속하더군요. 조인성과 송지효의 정사장면이 오히려 밋밋하게 느껴졌다는... 하여간 그런대로 괜챦은 영화입니다. 장면 하나하나를 성실히 찍었다는게 화면에서 느껴질 정도로 탄탄합니다.

다만, 왕의 캐릭터가 너무 인자한 나머지 홍림의 분노가 잘 이해가 안가기도 했구요. 중간중간 느낌표 보다는 물음표가 더올랐던 장면이 있어 아쉬웠습니다. 어쩌면 나만 이해 못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왕후를 연상케 하는 인물을 포함한 5명의 목을 성밖에 걸어놓고 홍림을 끌어들인 왕의 의도는 져전히 아리송하군요. 그리고 그렇게 끌어들인 이유가 단지 홍림이 자신을 진정 사랑했었는지 알고 싶었던건지도 궁금합니다. 결국 자신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양날의 칼이었는데 말이죠.

공민왕의 천산대렵도를 스캔들의 모티브로 삼은 점은 꽤 신선했습니다. 좀더 섬세한 터치로 시나리오를 만들었으면 훨씬 더 완성도가 높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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