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네이버가 개편을 했죠. 개편에 대한 얘기는 전에 포스팅으로 한 바 있는데요. 며칠 쓰다보니 눈에 밟히는게 있네요. 바로 네이버 뉴스섹션인데요. 간단하게나마 뉴스섹션 변화에 대한 생각을 포스팅으로 남길까 합니다.

과거 네이버 초기화면에 노출되는 뉴스섹션은 모든 신문사의 기사들이 한데 혼합되어 있어 특정 뉴스의 노출빈도를 네이버가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포털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방식이지만, 종이 신문사의 관행상 편집권을 네이버가 행사한다는건 그닥 유쾌한 일은 아니었죠. 그래서 포털을 유사언론으로 규정되기도 했구요. 뉴스가 가지는 힘은 기사 고유의 논조 뿐만 아니라 어디에 배치하고 어쩧게 헤드라인을 뽑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기에 신문사의 불만도 뭐 이해는 할만 합니다. 바람직하다는건 아니구요. 웹을 종이로만 이해하려는 무식의 소치로 표현하는게 정확하지 싶네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문과 포털, 특히 네이버와의 협상은 쭈욱 이어져왔고, 결국 현재의 모습으로 타협점을 찾은 듯 싶습니다. 지금은 신문사별로 기사가 구분되어 있어 어떤 기사를 전방에 배치하고 어떻게 헤드라인을 뽑을지에 대해 어느 정도 신문사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클릭하면 해당 신문사의 홈페이지로 넘어가는데요. 써본 결과 상당히 불편하네요.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가 소비자의 니즈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다음, 파란, 네이트가 초기화면 개편을 할 때 이런 방향을 채택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닥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느낀 바를 대충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누리꾼은 기사를 클릭했지 신문사 홈페이지를 클릭한게 아니다
일단 네이버 내의 뉴스페이지가 아닌 신문사 페이지로 넘어가는 자체가 불편합니다. 누리꾼이 클릭한건 기사를 보기 위함이지 신문사 홈페이지를 들어가기 위함이 아니거든요. 신문기사가 어디에 실려있든 웹에서는 하나의 컨텐츠에 불과한데 어느 특정 신문사 소속의 기사라는걸 굳이 구분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네이버 뉴스페이지에서 보더라도 클릭한 뉴스가 한겨레였는지 조선일보였는지는 쉽게 알 수 있구요. 모니터에 여러 창이 뜨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나중에 어디를 클릭해서 뭐를 띄웠는지조차 헷갈리거든요. 이럴바엔 미디어 다음으로 가겠습니다.

2. 다양한 기사를 비교하기 힘들다
간과할 수 없는게 기사들끼리의 논조를 비교하기 곤란하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인 이용방식이긴 한데, 웹이라는게 결국 다양한 의견이 모이는 광장인 만큼 서로 비교/대조해서 정답에 근접해가는게 기본 철학에 부합하지 않나요? 그걸 웹2.0에서는 집단지성이라고도 하구요. 근데 현재의 섹션에서는 신문사를 선택한 이후 기사를 클릭하는, 다시 말해 본인이 원하는 신문사의 논조만 편식하게될 확률이 높아진겁니다. 인터넷이라는 링 위에서 각기 다른 신문사의 기사들이 계급장 떼고 붙어볼 기회를 원천박탈했다는게 못마땅하네요. 특히나 우리나라같이 신문사간 불균형이 심각한 나라에서는 지양해야할 방식이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다양한 의견의 교환이라는 철학과 맞지 않습니다.

3. 신문사의 저질 홈페이지 광고는 어떡할래?
그리고 신문사 홈페이지의 품질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네이버 페이지는 최적화를 해서 로딩속도라든가 UI라든가 상당히 고객친화적으로 되어있고, 또 누리꾼들이 그런 네이버에 학습이 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신문사 사이트는 구조가 너무 생소하구요. 정신건강에 해악을 끼치는 성인광고들로 도배되어 있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특히 스포츠신문의 경우 낯 뜨거운 배너광고가 번쩍거리기에 신문기사를 보러온건지 유흥가에 뿌려진 룸싸롱 찌라시를 줏은건지 헷갈리 때가 많죠. 그러고도 사회의 공기라는 언론사라는 타이틀을 고집하는거 보면 안쓰럽기도 합니다. 어쨌든 과거 네이버 페이지 안에서 뉴스를 모두 소비하던 시스템보다 불편하고 짜증스러운건 사실이네요.

이러한 네이버의 변화는 과도기라고 보여집니다. 신문사의 압박이 강해지자 편집권을 아예 신문사로 넘겨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네이버의 고육지책이 아닌가 싶네요. 일단 신문사로서는 자신의 파워를 관철시켰으니 기분이 좋을겁니다. 늘어나는 페이지뷰도 흐믓할꺼구요. 다소나마 광고수익도 늘어나겠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고객의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오래 가진 않을꺼 같습니다. 저만의 희망사항일까요? 글쎄요. 고객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퇴출되는게 시장의 원리니까... 이 과도기의 생명은 짧다고 봐야겠죠? 그리고 늘어나는 누리꾼의 방문을 효과적으로 수익화하는 노하우도 그들에게는 없습니다. 아마 광고수익 몇푼 더 벌자고 서버를 증설하면 그 비용이 몇배 더 들겁니다. 결국 매스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능력은 보유하지 않은채 무조건 뺐고보자는 심보에 불과한거죠.

오히려 주목하고 싶은건 신문사의 과도한 피해망상증입니다. 종이신문의 불안한 미래가 과도한 공포감으로 이어져서, 네이버에 이런 뻘짓까지 시키고 있는건데요. 그렇게 신문사가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올드미디어가 퇴출된 적은 역사적으로 한번도 없었으니까요. 다만 공존의 길로 들어서기에, 예전 기자의 위상이 향후 그닥 높지 않을꺼라는 정도만 감수한다면, 종이신문은 어떻게든 명맥은 유지할겁니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대중음악계 내부의 문제는 덮어둔채 음악산업의 불황을 오로지 불법파일 때문이라고 우기는한 음반산업은 계속 쪼그러들꺼구요.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처하고 과감하게 개방하는 웹의 정신을 살리는 길 만이 생존법임을 왜 애써 외면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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