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권에 이어 2권을 읽었습니다. 1권이 시골의사 자신이 봤던 이야기들이라면, 2권은 자신과 연관되어 있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썼더군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책을 잡은지 두어시간만에 한달음에 읽어 제꼈으니까요.

2권은 1권과 유사한 톤으로 씌여져서 특별히 새롭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코멘트를 추가할 것도 별로 없구요. 우리 주위에 드라마틱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는 것, 그리고 시골의사의 말대로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진지하게 던져봤습니다. 하지만 사랑하고 사는게 누구나의 꿈이지만, 누구나의 소유물은 아닌 듯 싶네요. 사랑이 그렇게 쉽게 만져질 수 있도록 널려 있는거라면 드라마에서 허구헌 날 사랑타령은 하지 않을꺼니까요. 그렇다고 사랑이 밤하늘의 별처럼 먼나라의 얘기도 아니구요. 주위를 돌아보는 따뜻한 시선만 있으면 언제든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 시선을 갖기엔 우리의 이기심이 워낙... 음...

읽고나면 기분좋은 책이 있는 반면, 읽고나도 착잡해지는 책도 있죠.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은 두가지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따뜻해지면서도 먹먹해지는...


주식 투자에 대한 탁월한 식견으로 유명한 시골의사 박경철씨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내가 주식에 그닥 관심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의사가 주식을 한다는 자체도 그닥 좋아보이진 않았던게 사실이었거든요. 의학을 돈버는 데만 사용하는 일부 의술쟁이들에 대한 환멸 때문이랄까요. 의사가 주식투자 도사가 되었다는건 선생님이 과외로 돈벌이 한다는 것처럼 세속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실제는 그렇지 않을지라도 적어도 그 연장선으로 이해했던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가 지은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읽다보니 그에 대한 선입견을 가졌던게 부끄러워지더군요. 적어도 그는 약자에 대한 연민에 고민해왔다는걸 알게 되니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구요. 더불어 이웃에 대한 사랑, 주변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되더군요. 책을 읽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슴 뭉클한 다큐멘터리를 본 듯한 경험이었습니다. 한번쯤 보셔도 좋을듯 싶네요.

책은 의사를 하면서 겪게 되는 환자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정확히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 관심을 가지라는 외침이죠. 돈이 없어서 수술을 받기 힘든 사람, 나병환자라는 죄책감에 말기암이 되도록 병원을 거부하던 할아버지, 치매로 자신이 사랑하는 손자를 죽이게 된 할머니 등 그늘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담담하게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너무 담담한 필체 때문에 슬픔이 더욱 커지는 느낌이네요.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수십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탓에 뒤쳐진 사람들에 대해 멸시와 냉소를 보냈던게 사실입니다. 구조적인 모순으로 낙오자가 되었지만, 모든건 그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돌려버리고 무관심해왔죠. 산업화의 병폐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같이사는 사회를 만들기에는 아직도 대한민국은 성공신화만 꿈꾸며 미친듯 달리고만 있습니다.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말이죠. 남이야 어찌됐든 성공만 하면 되고, 도덕성이야 누가 뭐래고 하든 돈만 잘벌면 대접받는 사회가 현재 우리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청와대에 살고 있는 사람부터 대표적인 케이스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병원 르뽀 프로그램과 다른 시각에서 그늘진 사람들에 대한 이면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이게 과연 한국의 현실인가 싶기도 하구요. 아직은 따뜻한 손길이 많이 필요한 대한민국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사가 보는 의료보험체계의 비현실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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