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취소로 두산경기가 없는 한가한 토요일 오후...
스카이라이프에서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가 <스카우트>라는 영화를 봤는데요. 안봤으면 후회할 뻔 했네요. 배꼽잡게 웃다가도 결코 웃기지 않은 진한 메시지를 발견하면서 감탄하곤 했습니다.

영화는 뭐 불세출의 야구선수 선동렬을 스카웃하기 위한 스카우터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인데요. 하지만 선동렬은 낚시일 뿐, 정작 주인공은 그 주변 인물들입니다.

우선 등장하는 이호창(임창정 역)은 야구만 아는 다소 무대뽀 스카우터인데요. 선동렬을 스카웃하러 광주에 갔다가 뜻하지 않게 첫사랑을 만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중에 떨어진 깃발을 돌려주려고 나섰다가 졸지에 시위주동자로 몰리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호창이 그런 캐릭터로 생각하면 될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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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의 애인역으로 나오는 김세영(엄지원 역)은 과거 운동권 학생이었고, 전두환 독재권력에 맞서 싸우는 시민군으로 나오죠. 다소 단순무식한 이호창과 사랑에 빠졌을 만큼 순수한 면이 있는 여자죠.

영화는 이 두사람의 사랑이야기를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5.18 민주항쟁을 핵심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실에 둔감했던 남자가 우연한 기회에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고 할까... 하여간 선동렬 영화에서 선동렬은 그저 실마리에 불과합니다. 세월이 흐른뒤 김세영은 선동렬과 이종범을 TV에서 보며 이호창과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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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영화에서 선동렬이 등장하기는 합니다. 귀여운(?) 순돌이가 선동렬 역을 맡는데요. 의외로 비슷하더군요. 과연 둘중에 누가 더 기분이 나쁠지... ^^

그리고 영화 패러디한 부분도 재미있더군요. 김세영을 사랑하는 서곤태(박철민 역)가 당구대 위에서 시를 쓰는 장면은 아마데우스를 따온거 같구요. 이호창이 진압대원들의 머리를 밟고 김세영을 만나러 가는 장면은 크로커다일던디의 뉴욕 지하철역 장면과 유사하더군요.

이 영화 덕분에 두산경기 없는 무료한 주말 오후를 유쾌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야구없는 우울한 날엔 가볍고 재밌는 영화가 제격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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