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대구에서 1승만 거두면 목표 달성이었습니다. 적지에서 1승만 거두고 돌아온다면, 그것도 2차전을 이겨 두산 특유의 분위기만 타준다면, 그닥 어렵지 않게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그렇게 돌아가는거 같아 일단 희망적이네요. 이건 지난 포스팅에서 밝혔 듯이, 1차전에서 비록 졌지만 내용은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구요. 중간계투진이 살아있었던 덕분입니다. 게다가 왈론드가 부적처럼 붙여둔 WHY NOT 스티커의 효험이기도 하구요. 아주 깜찍한 왈롱입니다.

2차전은 막판에 어이없는 실수로 역전당할 뻔 했네요. 고젯이 글러브 안에서 공을 더듬는 바람에 병살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송구에러를 범해서 위기를 자초했죠. 바로 김재호로 교체되었음은 당연한 달감독님의 응징이었구요. 고젯은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주전은 이미 그의 자리가 아니구요. 이대로 가다간 백업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내년엔 오똘이 군대가야 하는데 참...

대신 오재원의 더블 플레이 2개는 초반에 승리를 예감하기에 충분했네요. 원래 이런 포텐셜이 충만한 선수였는데, 그간 고젯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았었죠. 그간 벤치에 앉아있던 오똘을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온 보람을 느끼게 해주네요. 고맙다 오똘~~^^

관련기사 보기
히메네스 완벽투 두산 1승1패 승부 원점
'슈퍼세이브' 임태훈, 두산 불펜 에이스의 귀환
두산 김경문 감독 "오늘 같은 경기는 처음이다"
두산 2루수 오재원, 우천 속 철통수비의 진수를 보였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수훈갑은 히메네스입니다. 히메공주님의 7이닝 무실점은 이닝이터 역할 겸 중간계투에게 꿀맛같은 휴식까지 챙겨준 효자손이었죠. 거의 사하라사막 한가운데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과 맞먹는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중간에 한시간 넘게 우천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은 점도 칭찬해줘야 되구요. 나중에 기사 보니 7회에는 자진등판했다고 하네요. 아... 정말 와락 안아주고 싶군요.

또 한명 빼먹을 수 없는 오늘의 히어로...! 우리에겐 아기곰 임태훈이 있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자신의 공을 믿고 마지막 타자를 삼진잡아 승리를 지켜낸 장면은 시리즈 최고의 압권이었네요. 임태훈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승부이자, 에러쟁이 고젯의 목숨을 살린 삼진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사직 무사 만루 상황에서 이대호 삼진잡고 홍성흔 병살로 잡았던 그 경기의 데쟈뷔였네요. 마운드는 외로운 자리라고 누가 그럴 때 별로 실감 안했었는데... 그순간 우리 아기곰 정말 외로웠을겁니다. 야수들이 뻘짓하는 동안 혼자 다 헤쳐나가고... 게임 마무리짓고... 1차전의 메시아와 2차전의 아기곰, 격하게 안아주고 싶네요. 관중석에서도 여러명 감격의 눈물 흘리던데... 정말 중계보면서 짠했습니다. 가뜩이나 우리 아기곰... 허리도 안좋은 상태인데...ㅜㅜ 이제 잠실에서의 승부를 겸손하게 맞을 때입니다.
그리고 투혼의 승부, 열정의 응원 다짐합니다.
역전의 명수 두산이 갑니다.
닥치고 V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