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었는데요. 로마가 번성했던건 개방된 사회였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로마는 그 사람이 어디 출신이건 관계없이 능력만 있으면 중용했다는거죠. 심지어 식민지 사람에게도 이 원칙을 적용되었는데요. 로마의 이런 유연한 문화가 구성원의 강한 충성심을 이끌어내고, 또 이런 충성심이 모여 역사에 남을만한 제국을 만들어 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롯데를 사랑하는 부산출신 후배'랑 같이 퇴근하는 길에 롯데가 삼성에 진 이유에 대해서 토론(?)을 했었는데요. 저는 롯데가 삼성에 대비해 세가지를 준비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이대호를 1루나 지명으로 돌리고, 둘째, 강민호를 지명이나 대타로 돌리고, 셋째, 정수근을 어떻게든 출전시켜야 한다고 했죠. 이건 준플레이오프 시작 전부터 주변의 지인들에게 얘기했던 것인데요. 정말 롯데가 이기길 바라는 충정(?)에서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더랬죠.

근데 '롯데를 사랑하는 부산출신 후배'는 이대호와 강민호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세번째 정수근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더군요. 이유를 물었더니 정수근은 롯데출신이 아니라는 겁니다. 흠... 역시 롯데에도 순혈주의가 있구나 싶었죠.

정수근이 잘한건 없지만, 그래도 롯데에서 포스트시즌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입니다. 손민한, 조성환 등에 비해 월등히 많은 양질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구요. 그리고 분위기를 띄울 수있는 톱타자란 면에서, 정수근의 결장은 롯데에게 재앙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인구나 김주찬 등이 선두타자 역할을 잘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경험많은 선수가 앞에서 뚫어주는 것과는 차이가 크거든요.

어느 팬이나 자기가 응원하는 팀으로 입단해서 스타가 된 프랜차이즈 선수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마련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외부에서 온 선수, 특히 이질적인 성향을 지닌 선수에 대한 포용력이 없다면, 그 팀은 변화하기 힘듭니다. 롯데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천방지축 이미지인 정수근이 딱 그 예가 되겠군요. 어쨌든 정수근에 대한 추억이 많은 저로서는 롯데에서도 잘해주길 바랬지만, 여러모로 롯데팬들의 마음을 잡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다 정수근 선수의 덕이 모자란 결과가 아니겠나 싶네요. (아쉬워라..)

더불어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모팀이 왜 하위권에서만 노는지 생각해보면 실력을 무시한 텃새가 성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짐작할 수 있을겁니다. 롯데는 그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데, 어떨런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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