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었는데요.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네요. 근데 기대가 커서인지 실망스러운 부분이 주로 기억에 남더군요. 전체적으로는 김치 웨스턴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서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칭찬이고 아쉬운 부분은 영화보는 내내 계속 눈에 밟히더군요.

우선 스토리가 어색합니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영화에서 완성도있는 스토리를 바란다는게 어쩌면 무리일 수 있겠지만, 설득력이 없는 영화는 눈만 즐겁게 할 뿐이죠. 어떤 사람은 인디아나 존스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는 그래도 구성이 탄탄했습니다. 줄거리를 이어나가는데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부분은 별로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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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영화는 세사람이 이어나가는 모험과 주변 인물들의 연계가 생뚱맞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붙여놨다고 해야할까요. 어떤 장면은 킬빌에서 보기도 했고, 어떤 장면은 정통 서부영화에서 본 듯도 합니다. 그래서 김치웨스턴이라기 보다는 서부영화에 대한 오마쥬에 가깝지 않나 생각되기도 하네요. 독립군과 일본군, 만주군, 마적 등의 상관관계는 아직도 의문이며, 그톨록 매달린 보물이 결국 석유라는 설정도 어설픕니다. 게다가 석유를 찾고 난 후의 사용처는 모호하게 끝내 허무하기까지 하더군요. (왜 석유를 찾은거였지?)

그리고 디테일에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말타고 추격하는 장면이나 격투하는 장면 등은 꽤 볼 만한데요. 오락적인 요소를 강조하다보니 비현실적인, 뭐 영화가 당연히 비현실적인 거긴 하지만, 장면 등이 서부영화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니고, 그렇다고 액션활극도 아닌 뭔가 애매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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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세명의 결투장면은 지근거리에서 총이 난사되지만 별로 맞는 것도 없고, 맞아도 죽지 않으며, 죽어도 그냥 죽지 않습니다. 이런 세명이 만주에서 최고를 다투는 총잡이라는게... 흠...쩝...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바로 캐릭터입니다. 아마 캐릭터만 잘 살렸어도 이 영화는 수준급으로 남았을지 모릅니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세명이 주인공입니다. 좋은 놈의 정우성, 나쁜 놈의 이병헌, 이상한 놈의 송강호가 각각의 역을 맡고 있죠. 하지만 정우성은 좋은 놈이라고 하기엔 너무 나지막한 목소리와 선이 약한 연기를 보여줬고, 이병헌은 나쁜 놈이라고 하기엔 너무 멋있어 보이려고 애쓰는, 그래서 더 부각되지 않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오히려 이병헌이 숀펜처럼 진정한 악인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진짜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었을텐데... 정우성과의 경쟁을 너무 의식했다는 느낌이 지워지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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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송강호는 이상한 놈이라는 캐릭터에 딱 맞는 맞춤형 연기를 보여줘서 역시 송강호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하더군요. 결국 이 영화는 캐릭터 영화를 표방하지만 2/3의 캐릭터는 모호하고 1/3의 캐릭터만 살아있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하게 나왔습니다. 역시 연기자는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에 녹아들어야 하는가 봅니다.

만약 정우성과 이병헌이 송강호만큼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했을겁니다. 영화흥행은 물론이고 각종 캐릭터상품이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컸을테죠.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아쉽습니다. 극장문을 나서면서 참신한 영역 개척만큼 더욱 세심한 영화적 표현과 농익은 연기가 어우러졌다면 참 괜챦은 영화가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더군요. 하지만... 영화는 한번은 볼 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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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TV에서 하는 설특집 영화가 좀 진부했었는데 간만에 재밌는 영화 한편 봤습니다.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인데요. 송강호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영화더군요. 다른 배우들도 잘하지만 역시 송강호는 연기를 참 맛깔나게 잘합니다.

이 영화에서 의미하는 우아한 세계는 누구나 꿈꾸는 그냥 평범한 바람입니다. 돈 많이 벌어 좋은 집에서 가족들과 오손도손 사는 그렇고 그런 대한민국 남자의 로망, 이걸 의미하죠. 근데 이런 우아한 세계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피튀기는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합니다. 그리고 유지하기 위해서도 치열한 싸움에서 지지 말아야 합니다. 백조가 호수에서 우아하게 떠있지만 속에서는 발버둥을 치듯이, 보이지는 않지만 하부구조가 튼실히 받쳐줘야 상부구조가 존재하는 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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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가 이 하부구조의 리얼리티를 연기합니다. 직장에서는 조직폭력배 중간 보스로서 회장님을 빛나게 하는 하부구조 역할을, 가정에서는 유학간 아들, 딸과 아내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현금인출기 신세를 극명하게 보여주죠. 하지만 송강호는 정작 우아한 세계의 진정한 의미를 모릅니다. 진정한 우아한 세계는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는 사랑이라는걸 말이죠. 물론 나중에 깨닫기는 합니다. 너무 늦게...

가족을 위해 직장에서 일벌레가 되어버린 남자가 있다면, 그리고 그게 가정의 행복을 위한 당연한 희생이라고 여기는 아버지가 있다면, 이 영화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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