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야구 보면서 포스팅을 쓰고 있었는데, 완전히 지우고 다시 쓰기 시작합니다.)
 
이건 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감동의 쓰나미가 심장을 사정없이 휘몰아치는군요. 11회말 타신의 동점 2루타와 반장곰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는 순간, 심장 박동수는 저멀리 안드로메다를 향해 치닫고, 억누른 목소리는 터져나오고, 이제 정말 한이 서린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현장에 계신 분들 너무 부럽습니다. 이런 대첩을 직접 관람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그것도 포스트시즌에서의 대첩이라 격을 달리 하거든요. 어떻게든 표를 구해보는거였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오늘 0-4에서 6-4로 역전 그리고 6-6으로 동점, 연장전 돌입한 후 6-8로 재역전 당했을 때도, 왠지 질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죠. 설사 지더라도 다시 4, 5차전을 승리로 이끌어 한국시리즈 티켓은 우리가 따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구요. 그리고 이어진 11회말에서 믿음이 현실로 둔갑하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그것도 가장 극적인 시나리오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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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매력은 가장 숫자에 근접한 스포츠이면서도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늘 묵직하게 존재한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곧잘 인생과도 비교합니다만, 사실 11회초에 2점을 내줘 패색이 짙었을 때, 이걸 역전시킬 수 있는 3점을 낼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수렴하죠. 단 세명의 타자만 잡으면 되는데, 투수의 방어율을 보나, 연속안타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을 보나 그렇죠. 하지만 야구공은 둥글고 배트도 둥글기 때문에 그 순간에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하구라선생이 '야구 몰라요~', 요기 베라는 '경기가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라는 명언을 남기신거겠지요.

선두타자 이종욱이 안타로 출루하는 순간 역전할 수 있다는 느낌... 저만 가졌을까요? 아마 두산팬 뿐만 아니라 삼성팬, 선감독, 마운드에 정인욱투수까지 느꼈을겁니다. 공 하나로 1년 농사의 결과가 왔다갔다 하는 그 무게를 정인욱이라는 신인급 투수가 견디기는 힘들었을테죠. 백전노장인 박진만도 수비의 달인 손시헌도 에러를 하는 자리인걸요. 결국 정인욱은 두목곰과 고젯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타신에게 동점 2루타를 맞았습니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두목곰은 그렇다해도 고젯을 볼넷으로 내준게 참 뼈아팠네요. 포스트시즌에서 이름값 못하는 그를 감안한다면 맞더라도 무조건 승부했어야 하는데... 만루가 되는 순간 이미 경기는 끝내기 수순으로 접어든 셈이었습니다. 사색이 된 정인욱의 낯빛만 봐도 알 수 있었네요. 그 끝내기의 주인공이 반장곰인건, 참 하늘이 드라마를 써도 이렇게 잘 써주셨나 싶습니다. 반장곰이 앞서 9회 끝내기 찬스를 날려버린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거니까요. 그리고 그 기회를 반장곰은 놓치지 않고, 팬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했습니다.   
오늘 결승타를 날린 손시헌, 누가 뭐래도 두산의 자존심인 김동주, 투혼의 야구를 보여준 임태훈, 동점타를 날린 임재철, 6타수 3안타의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오재원, 든든한 허리를 지켜준 왈론드, 허슬플레이의 원조 이종욱, 두산의 신형 엔진 정수빈, 좋은 구질을 보여준 이현승, 홈런 맞아도 늘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정재훈,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 탄탄한 수비를 보여준 이원석... 정말 잘해줬구요. 그리고 개점휴업 중인 김현수, 서서히 컨디션 찾고 있는 고영민, 미래의 희망 성영훈, 한국시리즈에선 선발로 내보냈음 하는 김성배, 좌완 김창훈, 대주자로 잠깐 나온 용덕한, 아직 타격감 조율 중인 이성열, 오늘 모처럼 타석에 섰지만 불발에 그쳤던 김재호, 대주자로 나왔던 민병헌... 모두 자랑스럽습니다.(혹시 빼놓은 선수 없나요?)

성급하긴 하지만 누가 이번 가을야구를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미러클 두산의 어게인 베이징 버젼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가을야구가 무르익을수록 말할 수 없는 야망이 점점 탐스럽게 영글어만 갑니다. 너무 두레발치면 안되겠죠...? 제발... 이번 가을만은...

덧글 1...
제가 원하는 야구는 이렇게 용찬이가 빠지면 태훈이가 막아주고, 현수가 낙담해 주저앉으면 종욱이가 일으켜 세워주는 야구입니다. 특히 팀에 악재가 닥쳤을 때, 오히려 더 똘똘 뭉쳐서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야구, 이제야 비로소 두산다운 야구를 하는 것 같아 흐믓하네요. 이제 두산은 힘도 없지만 무서울 것도 없습니다.

덧글 2...
뭘 중계해도 sbs는 찌질합니다만, sbs 라디오 중계한 정동진 해설은 참... 명경기에 티만 남겼네요. 해설이란게 말 그대로 해설이어야 되는데, 게다가 지금 야구팬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데, 마냥 되도 않는 소리만 해대고 있으니... 잠깐 외출하면서 들었는데 임팩트 강한 헛웃음 여러번 했습니다. 해설할 사람이 그렇게 없나요? 


싸대기 동맹 삼성에 1승 2패를 기록한 후 두산이 맞은 상대는 기아입니다. 기아는 최근에 타력은 몰라도 투수력은 상당히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는터라 부담스러운데요. 손시헌의 재역전 투런홈런으로 승리했습니다. 경기는 후반부터 봐서 흐름은 잘 모르겠는데요. 인상적인 선수는 단연 최준석과 손시헌이네요.

최준석은 오늘 3타수 3안타를 기록했습니다. 마지막 타석을 봤는데 정말 스윙이 가볍더라구요. 작년까지는 뱃살 때문인지 스윙을 다 돌리다가 멈춘 느낌이었는데, 그냥 가볍게 휙 휘두르네요. 김경문감독이 올해 최준석은 일을 낼 것이라고 칭찬했던데... 정말 올해 일 내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복덩이 손시헌... 9회초에 한기주를 상대로 역전 투런홈런을 뽑아냈습니다. 한기주는 볼은 좋지만 왠지 한방 맞을꺼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기분좋은 투수인데요. 최준석에게 안타맞은 상황에서 이성렬을 삼진으로 잡더니 결국 손시헌에게 시원하게 한방 맞았습니다. 그리고는 폭풍같은 두산타자들의 연속안타로 5점을 뽑았습니다. 겅기 내내 팽팽하게 이어지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일방적인 게임으로 끝나버렸네요. 9:5 두산 승리로 올 시즌 기아전 3전 전승을 기록했습니다.

덧글...
요새 에이클라와 방송사 간의 신경전으로 중계방송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아팬 짱개토대왕이라는 분이 해설하는 자체 중계방송을 봤는데요. 상대팀이긴 하지만, 정말 해설 잘하더군요. 편파방송이면서도 중립적인 얘기도 해줘서 두산팬으로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2루심의 오심에 대해 오심이라고 얘기하는거 보고, 참 괜챦은 야구팬이구나 싶더군요. 그리고 야구 흐름을 파악하면서 해설하는게 여느 프로 해설자보다 훨씬 낫더이다.


두산의 내야진이 얼마나 뎁스가 깊고 럭셔리인지 보여주는 사례가 나왔네요. 어제 한화전에서 막판에 이원석-김재호-손시헌-이대수로 이어지는 내야라인을 선보였거든요. 모두 유격수 출신인데다 다른 팀에 가면 주전을 할 선수들인데 후보로 출전해 1루에서 3루까지 채워놓은거죠. 주전멤버는 오재원-고영민-손시헌-김동주로 국대급 수준인데요. 백업으로 구성해도 왠만한 다른 팀 1군보다 면면이 화려하네요.(수비력만 보면...)

그래서 한편 이대수, 김재호, 이원석에게는 미안한게 사실이에요. 풀타임 주전의 실력을 갖추고도 벤치에서 응원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래서 지난 스토브리그에 트레이드를 주장하기도 했었는데요. 지금 보니 트레이드가 별로 필요없을꺼 같네요. 오재원 부상에서 보듯 한 시즌 내내 부상선수 없이 구단을 운영하기는 힘들구요. 탄탄한 백업멤버가 있어야 기존 선수들도 실력이 일취월장하죠. 그리고 결국 수비가 탄탄한 팀이 단기전에서 유리하다는 측면에서 백업멤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기아의 양현종이나 히어로즈의 이현승과의 트레이드를 꿈꾸기도 했는데... 이젠 접을랍니다. 쏠쏠한 좌완도 좋지만 탄탄한 내야가 더 눈에 쏙 들어온다능... 넘 설레발 팬심인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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