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을 중심으로 프로야구 선수노조 설립이 재추진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삼성과 LG 선수들은 불참했지만, 찬성률은 90%를 넘겨 일단 추진력은 얻었네요. 하지만 과거 선수노조를 추진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에 비추어 이번에도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그 이면에는 구단들의 묵시적 협박, KBO의 무능, 언론의 비겁한 눈치보기 등이 있겠죠. 

우선 노조를 반대하는 측의 의견은 구단이 100억 수준의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노조는 말이 안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100억 적자의 원인을 선수에게만 돌리는건 온당치 않다고 봅니다. 국내 프로야구가 흑자기반을 구축하지 못하는건 시장이 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중계권 수입이 현실화되어 있지 않구요. 구단의 마케팅 능력도 아마츄어 수준입니다. 게다가 입장료 수익도 구단의 몫은 크지 않죠. 구장 건설을 시에서 했기 때문에 당연하기도 하지만, 야구장으로 인한 경제파급효과를 고려하면 꼭 그래야만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활성화를 위해 시에서 상징적인 1달러만 수납하는 얘도 있거든요. 또한 MLB의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하면 불필요한 비용의 지출도 줄일 수 있는데... KBO의 행정능력으로 보아 그 부분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네요.

노조가 설립되면 문닫는 구단이 나온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아마 무노조 경영의 삼성과 삼성 따라쟁이 LG가 주인공이겠죠? 결론부터 말한다면, 노조설립으로 인해 운영되지 못할 수준의 구단이라면 차라리 문닫는게 낫습니다. 그리고 과감하게 새판을 짜는게 더 생산적입니다. 과거 MLB도 2개월간 파업을 거친 예도 있구요. 출범 자체가 선수노조 격인 '프로야구선수 전국연합회'였죠. 그리고 삼성과 LG가 나간다 하더라도 프로야구가 이미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프로스포츠인 이상, 어떻게든 구단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축구쪽에는 시민구단이 이미 여러개 운영되고 있구요. 야구라고 못할 것 없죠. 두산이 없다고 서울에, 롯데가 없다고 부산에 야구구단이 안만들어질리 없습니다. 그리고 프로야구는 팬들이 있기에 유지되는 것이지, 재벌기업의 일개 계열사가 아니죠.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라는 국적불명의 정책때문에 프로야구단이 해체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야구팬으로서 기분 나쁩니다. 

아울러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건, 선수들이 스스로의 권익을 찾겠다는 목소리를 싹부터 잘라내는건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네요.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선수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보복이 두려워 참여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슬프기까지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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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처럼 실제로 선수노조를 추진했던 선수들은 트레이드 당했었습니다. 그나마 스타급은 어떻게든 살았지만, 그외에는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죠. 반면 선수노조를 반대했던 모선수는 지금 L구단의 코치가 되었구요. 결국 돈벌고 싶으면 굴복하라는 구단의 횡포에 반기를 들기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캐치프레이즈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과연 이런 논리가 지배하는 프로야구를 보며 어린이들은 뭘 배울까요? 혹시 괜히 까불면 죽는다... 남은 어떻게 되든 나만 돈 잘벌면 된다... 는 아닌가요?

손민한회장과 그 외 선수들의 건투를 빕니다.


야구장에 좀 일찍 가면 경기 전에 선수들이 연습하는 광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TV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인지라 몇 커트 찍었는데요. 이번 죽음의 9연전 중 롯데와의 첫 경기였습니다.

아마 경기 전에 항상 투수조끼리 모여 이렇게 미리 미팅도 갖고 몸도 푸는 것 같습니다. 마치 회사에서 임원회의 끝나고 하는 부서회의 같은 분위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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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요 코치를 중심으로 롯데의 투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장면입니다. 흰색 상의를 입은 성준코치도 보이네요. 예전에 정말 느릿느릿 던지는 걸로 유명했었는데, 좀 지겹긴 했습니다.^^

롯데 투수조는 61번 손민한 선수가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더군요. 아로요 코치가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도있게 선수들에게 정신무장을 강조하더군요.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감독의 투수기용에 대한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았구요. 나머지 선수들은 굉장히 경청을 하더라구요. 심지어 아로요 코치도 손민한의 리드를 존중해주고 있었구요. 역시 에이스이자 베테랑의 포스를 확실히 보여주네요.



손민한의 훈시(?)가 끝나자 아로요 코치가 자기도 할 말 있다면서 얼마간 얘기를 합니다. 역시 베테랑도 하는데 코치라고 빠질 수 없겠죠. 한마디 하면 옆에 있는 통역원이 일일히 통역해주는 방식을 취했구요. 전혀 권위적이지 않고 자상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몸풀기 훈련...


송승준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가벼운 러닝으로 왔다 갔다 몇 번 하구요. 다른 선수들은 캐치볼을 하더군요. 그러다 좀 특이한 장면이 있어 가까이서 찍었는데요. 손민한이 최향남의 볼을 받아주는 모습이었죠. 물론 포수자세로 받았구요. 마스크만 안썼지 그런대로 능숙한 자세였습니다.


여차해서 팀에 포수가 필요하다면 바로 마스크 써도 되겠다 싶네요. 그나저나 손민한 선수 자신의 등판 경기가 아닌 날 후배, 동료들을 위해 이렇게 자발적으로 파이팅을 돋우는데 어느 롯데팬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나요. 저도 보면서 두산엔 누가 손민한의 역할을 할까 싶었습니다.

우리쪽 투수들은 다들 나이가 젊어서 김선우나 이혜천이 하지 않을까요? 작년엔 리오스가 꽤 잘해줬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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