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영화를 보고 지내기로 했습니다. 할 일은 많지만 요새 의욕도 없고 뭔가 잊고 지낼만 한게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선택한게 '세븐데이즈'입니다. 이건 극장에서 봤구요. 집에서는 'A walk to remember'를 봤습니다. 예전부터 DVD로 있었는데 실제로 꺼내보긴 처음이네요.

영화! 정말 모든걸 잊고 심신을 달래주기엔 딱이더군요. 순간 마약도 이래서 찾는건지도 모르겠다 생각들더라구요. 영화가 없었다면 우울했을 주말이 나름 기분전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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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데이즈'는 관객들을 끝까지 숨막히는 긴장감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125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구요. 막판의 반전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예상했던 사람도 있었겠지만, 설마 설마 했던게 화면으로 확인되었을 때는 조금 충격이었죠. 직접 보셔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강추입니다... 제 생각엔 '괴물' 이후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세븐데이즈'가 맘에 드는 이유는 상투적인 권선징악의 이분법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헐리웃의 람보처럼 선은 예외없이 잘생기고, 착하고, 용감하고, 악은 무조건 못생기고, 더럽고, 비열한 그런 단순구도를 혐오합니다. 세상엔 완벽한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거든요. 적당히 선과 악이 버무려진게 실제 사회모습이죠. 물론 영화란게 허구이고, 사회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이긴 하지만, 너무 진부한 선악구도는 그닥 흥미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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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는 선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가 없습니다. 제 눈엔 주인공인 유지연 변호사(김윤진)도 직업적으로는 돈을 벌기 위해 법률지식을 파는 승률 좋은 장사꾼에 불과합입니다. 다만 모성애로 무장하고 용감하게 직접 유괴범과의 전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엄마로서는 선으로 보일 뿐이죠.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심지어 김미숙도 분명 선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참 잘 짜여진 스웨터 같습니다. 군더더기 없고 풀리지 않는 매듭하나 없이 깔끔하게 만들어졌거든요. 근데 감독도 그닥 유명한 사람은 아니네요. '구타 유발자들'이라는 영화를 찍은 원신연감독인데 솔직히 처음 알게된 감독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를 끌고나가는 솜씨가 탄탄한 걸로 봐서 꽤 쏠쏠한 감독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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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븐데이즈'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모성이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지, 혹은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눈에 보이게 사회구조를 움직이는게 남자라면, 보이진 않지만 저변에서 꿈틀대는 무서운 여자의 에너지가 폭발하는게 이 영화라 할 수 있죠.

실제로 이 영화에서 모든 남성은 꼭두각시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비리와 돈 등으로 얽힌 추잡한 관계로 서로를 물어 뜯어대죠. 반면 가장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는건 여자지만,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모든걸 장악하고 기획합니다. 그래서 결말이 상당히 인상적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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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김미숙 모두 열연을 했지만 박희순이라는 연기자가 잔상에 계속 남네요. 얼굴은 알지만 그동안 스크린에서 그리 좋은 역할을 맡지 않았던, 그래서 그의 농익은 연기가 무척 신선했습니다. 거친 형사의 이미지를 어쩜 그렇게 잘 표현했는지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앞으로 주목해봐야 할 배우가 아닌가 싶네요.

오랜만에 좋은 영화봐서 기분이 약간.. 풀리네요.

덧글...
정말 오랜만에 혼자 극장가서 영화봤는데, 나쁘지 않네요. 전엔 혼자가면 왠 궁상? 이라 생각했었는데... 가끔씩 궁상 떨어도... 괜챦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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