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승 1무 16패, 승률 0.568 3위

팀 타율 0.289 1위, 홈런 25개 3위

팀 방어율 4.59 7위, 에러 25개 4위


이상은 두산의 현재 성적표다. 3위를 달리고 있으니 나쁘진 않아 보인다.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그러나 한꺼풀 들여다 보면 입원해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사는 말한다. "이대로 며칠 더 버티다간 수술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빨리 입원수속 밟으시죠." 현재 두산의 진단결과다. 


두산의 문제는 투수력이 펑크났다는 점이다. 벌써 5월에만 기록적인 대패를 세번 당했다. SK에게 10점차 리드에서 역전당한 508 참사와 NC에게 17실점을 당한 치욕과 한화에게 14실점을 허용한 것, 모두 투수진의 책임이다. 게다가 NC와 한화는 올 시즌 최약체 팀들이고, SK는 전성기가 지났다. 단순한 패배 이상의 무게감을 갖는 성적표다. 


왜 갑자기 두산 투수진이 무너졌을까? 우선 선발진 붕괴가 가장 크다. 현재 두산 선발진에서 제 역할을 하는 선수는 더스틴 니퍼트 뿐이다. 김선우, 노경은은 기대 이하의 컨디션이고, 이용찬, 올슨은 출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김선우도 현재 2군으로 내려간 상태다. 실질적인 로테이션은 니퍼트-노경은-땜방-땜방-땜방인 상황이다. 과거 리오스-랜들-비-비-비 였던 때가 있었다. 요샌 날씨도 도와주지 않는다. 앞에서 6이닝을 먹어줘야 할 선발이 이 모양이니 중간은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대체자원으로 올라온 선수가 유희관, 이혜천, 이정호 등인데 깜짝선발은 뎁스 확인에는 좋을지 모르나 성적으로 크게 재미보긴 어려운 법이다. 유희관을 제외하곤 노출이 덜됐던 이정호와 들쑥날쑥 제구력의 이혜천은 이미 한차례 이상씩 탈탈 털린 상태다. 중요한건 앞으로도 쉽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올슨이 복귀를 한다 해도 이용찬과 김선우는 여전히 물음표다. 노경은은 작년의 노경은이 아니다. 결국 땜방으로 6월까지는 버텨야 한다는 계산. 유희관은 좌완 희소성으로 선발 전업하긴 어렵고, 시즌 전 선발로 점찍었던 이재우도 부상이고, 김상현은 커브 외엔 주무기가 없고, 이정호는 경험이 일천하다. 그렇다고 2군에서 올릴 자원도 마땅치 않은 상태. 서동환, 정대현, 임태훈, 김명성, 안규영 등은 1군 검증이 아직 끝나지 않았거나 시작도 못한 상태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시계바늘을 잠시 2011년으로 돌려보자. 김진욱감독이 취임하던 해 던진 화두가 바로 선발야구다.  김진욱감독과 전임 김경문감독의 스타일을 가르는 지점에 선발야구와 불펜야구가 서 있다. 김경문감독의 불펜야구는 일단 리드를 잡으면 필승 계투진 투입으로 승리를 지켜내지만, 매경기 4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불펜진 과부하가 부작용이다. 현재 임태훈이 겪는 허리통증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김진욱감독의 선발야구는 그간 취약했던 국내 선발진을 키워 10년의 강팀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었다. 당연히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 실제로 김진욱감독은 마무리 이용찬을 선발로 성공시키고 노경은을 국대급 선발로 키워내 지도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런 김진욱감독에게 올 시즌 첫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김진욱감독이 취임한 2011년 이래 이렇게 선발야구가 무너진건 아마도 처음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김진욱감독의 마운드 운영능력은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험대라 할 수 있다. 


김진욱감독 스스로 밝혔 듯이 5월 혹은 길게는 6월까지 버티는 달이 될 것이다. 주축투수들이 복귀할 때까지 아랫돌 빼서 윗돌에 괴어야 하는데, 그 운영의 묘는 김진욱감독과 정명원코치의 몫이다. 다행히 홍성흔을 중심으로 한 극강의 타력이 있어 아주 실망스런 결과를 보이진 않겠지만, 5할 이상의 승률을 쌓기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남은 5월 일정인 넥센-휴식-롯데-넥센에서는 6~7승. 6월 일정인 LG-삼성-SK-휴식-롯데-한화-기아-NC에서는 12~13승 정도 올려야 하반기 반격이 가능할 것이다. 김진욱감독의 버티기 묘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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