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화의 이병규 구타파문이 야구계에 이런저런 뒷말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발생한지 2주일 동안 쉬쉬했던 LG 구단도 한심하고, 뒤늦게 징계를 한 것도 왠지 이상하고,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구타했는지, 어떻게 화해했는지에 대한 언급도 부족한게 영 마뜩챦습니다. 물론 타 구단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뭔 간섭이냐고 한다면 입 다물오야겠지만, 프로야구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는 케치프레이즈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되지 싶네요.

우선 선배가 후배에 가하는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대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위 얼차려 혹은 군기잡기 형태의 폭력은 대한민국의 남녀노소, 지역, 세대를 가리지 않죠. 이걸 혹자는 '맞아도 싸다', '전체 질서를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라는 등의 말로 합리화하곤 하는데요. 때문에 희생자는 폭력에 대해 항거하기는 커녕 자책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다는건데요. 군대는 말할 것도 없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일부 직업군에도 남아있구요. 심지어 군대 경험도 없는 초등, 여중, 여고생들까지 군기 운운하곤 하죠. 참...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답답합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합리화된 폭력 역시 폭력에 지나지 않다는거죠. 폭력을 가해야 개과천선한다는 것도 논리적이지 않구요. 어떤 것도 맞아도 싼 일이란건 없죠. 그저 폭력을 옹호하기 위한 비겁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만약 선배들로부터 내려오는 얼차려를 실시했을 뿐이라고 한다면, 그건 집단 폭력의 유혹을 끊지 못한 자신에게 문제가 있지, 후배에게는 별다른 잘못이 없는거구요.

폭력 뿐 아니라 술에 대해 관대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크죠. 술주정에서 음주폭력, 음주운전까지... 이런 잘못된 관행의 뿌리를 뽑지 않으면, 지금도 어디선가 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젠 술과 폭력에 대해 단호히 'NO~!'라고 외쳐야 됩니다.

다시 논란의 중심인 서승화 사태로 돌아가면 사건이 유독 관심이 모이는건 가해자가 서승화라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서승화의 전력은 야구계에 유명하죠. 윤재국의 발을 고의로 걸어 선수생명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했었구요. 4년 선배인 이승엽과 멱살잡고 난투극을 했었죠. 그리고 2004년 한시즌 퇴장 4회라는 불미스러운 기록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빈볼시비도 상당하구요. 소위 말썽꾸러기가 또 일을 저질렀구나 하는 시각이 팽배합니다. 그간의 일을 비추어 자숙해야 할 선수가 군기잡기를 명목으로 후배의 머리를 배트로 때렸다는 점... 유감스럽네요.

그리고 행여나 이병규가 이번 사건으로 의욕저하나 집단왕따현상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폭력 피해자에 대한 앙갚음으로 은밀하게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 또한 집단폭력의 다른 얼굴이죠. 1차 사태를 2차, 3차로 확산시키지 않으려면 LG구단의 단호하고도 명확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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