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들 극장에서 보고 이미 DVD로 나와있는 '색계(色戒, Lust, Caution)'를 전 이제사 봤습니다. 스카이라이프에서 스카이초이스로 봤는데요. 무삭제판이라 그런지 좀 야하더군요. 극장판은 어느 부분을 얼마나 잘랐을지 모르지만 그냥 아는 친구끼리 봤다면 보기 좀 민망스럽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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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괜챦네요. 이안감독이 이 영화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촬영상을 휩쓸었으니 작품성은 이미 인정받은거구요. 내용도 그런대로 고개를 끄덕일만 하네요. 역시 이안감독이구나 싶습니다.

색, 계라는 독특한 제목이 이 영화의 전반적인 성격을 규정짓는군요. 개인적으로는 색(色)과 계(戒)를 욕망과 죽음으로 이해하고 있는데요. 이 영화에서 욕망과 죽음은 양날의 칼과 같은 의미입니다. 대의를 위해 욕망을 사용하는 왕치아즈(탕웨이 역)에게 색(色)을 경계하는 이(양조위 역)는 3년의 세월을 두고 결국 욕망을 넘어서고 말죠.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은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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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먼저 파멸의 길을 선택한건 탕웨이였습니다. 3년간의 노력끝에 양조위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욕망의 덫에 걸려 그를 살려주고 말죠. 그녀의 냉정하지 못한 색(色), 즉 욕망은 양조위에게는 오히려 계(戒)를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낳구요. 양조위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탕웨이를 죽일 것을 승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양조위 역시 탕웨이와 같이 욕망이 파멸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지요.

이 영화는 중국이 처한 시대적 배경보다 탕웨이의 육체적 매력이 더 포커싱이 되었죠. 양조위와의 강렬한 베드신도 사실이냐 아니냐를 놓고 말들도 많았구요. 이안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친 중화주의적 시나리오를 탕웨이의 매력으로 적절히 채색한게 아닌가 싶네요. 저도 중화주의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아서 이 영화에서 탕웨이가 없었다면 아마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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