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다시 장만했습니다. 지난 겨울 아파트 내 자전거 보관소에서 누군가 우모 자전거를 끊어간 이후, 한동안 자전거를 잊고 지냈는데요. 불현듯 다시 타야겠다는 생각에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배달을 받자 마자 바로 자전거타고 청계산으로 달려갔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도 말이죠.

사실 비오는 날 자전거를 탄다는건 그닥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죠. 미끄럽기도 하고 시야가 많이 제약을 받기 때문에, 안전상에 문제가 생기거든요. 하지만 이 나이에 비오는 날 남의 눈치 안보고 우산없이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어디 흔한가요? 자전거나 타야 그런 자유를 누리죠. 게다가 땀으로 범벅이 되는 것보다 비에 젖는게 훨씬 달콤하구요. 실제로 빗물맛은 꽤 달짝지근합니다. 게다가 사람들도 거의 없어 한적하게(?) 자전거 탈 수 있구요.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행복해지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의 안쓰러운 시각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런거 신경쓰기 시작하면 인생 고달퍼지기 십상입니다. 자전거 가게 사장님도 비슷한 걱정을 해주시긴 했지만... 뭐 다 자기 생각하기 나름아니겠습니까? 앞으로도 종종 비오는 날이면 페달을 밟을까 합니다.

. 일시 : 9.10(금)
. 거리 : 약 15.71km
. 코스 : 우모집, 갈미한글공원, 모락산터널, 백운호수, 청계교, Cafe451, 청계산 주차장, 포일로, 새중앙교회, 우모집


북경올림픽 폐막식에 비가 나온다기에 예전 LA올림픽 때의 마이클 잭슨을 떠올렸던 내가 바보였나 봅니다. 하루종일 물놀이로 피곤했던 탓에 일찍 잠들었기에 망정이지, 밤늦게 그런 어이없는 모습을 지켜봤다면 화가 좀 났을꺼 같네요. 비를 아끼는 마음에서 이번 폐막식 공연은 안습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동영상으로 보니 폐막식의 비는 그냥 중화권 가수의 one of them이었습니다. 한국적인 의상도, 한국적인 노래도, 한국적인 춤도 없는 그냥 중화주의에 입각한 화류축제에 어설프게 낀 오랑케에 불과했죠. 그렇다고 비(Rain)라는 존재감이 드러나지도 않는 그냥 '중국 잘났다' 춤판에 세워진 짝퉁 중국인형이었습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비는 脫아시아 가수의 기수였는데 말이죠.

이렇게 연출을 한 장예모감독도 참 얄밉지만, 이런 모습이란걸 알고도 출연을 결정했다면 비도 그닥 판단력 또릿한 친구는 아니란 생각입니다. 예전엔 비가 참 올망졸망 신통방통한 청년이었는데...

그냥 동영상을 보며 떠오르는 단어는 오랑케, 이이제이(以夷制夷), 짱께, 중화주의(中華主義), 무개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벌고... 뭐 대충 그런 것들이네요.

인터넷에서는 비의 폐막식 참여를 두고 논쟁이 있는 것 같은데요. 비를 격하게 아끼는 사람들은 괜챦다, 뭐가 어떠냐? 라고 하지만 외국사람들이 봤을 때 비를 한국의 가수로 인식했을지 중화권의 가수로 여겼을지 생각해보면 답은 자명하지 않나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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