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전환겸 지난주 석모도에 다녀왔습니다. 바다냄새도 맡고 싶고, 갈매기도 보고 싶고 해서 평일에 휴가냈는데요. 평일이라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해서 가을바다를 보고 오기엔 적당하더군요. 석모도는 강화도에서 페리타고 5분만 건너면 눈앞에 보이는 섬입니다. 생각보다는 규모가 컸구요. 중간중간에 산도 있고, 흔적만 남아있긴 했지만 염전도 있습니다. 보문사라는 큰 절도 꽤 볼만 했구요. 

특히 보문사는 조그만 섬에 비교적 큰 규모의 절이 있다는게 의아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아무래도 강화도가 전통적인 군사요충지였고, 교역의 관문이었기에 꽤 번창한 동네가 아니었나 추측해봅니다. 눈썹바위에 조각된 마애상에도 올라갔는데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바다와 주변 경관이 꽤 볼만 하더라구요. 올라가는 계단이 419개인가 했는데 올라가느 동안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의 높이라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특이한건 눈썹바위에서 염불을 외는 스님이 계셨는데요. 무엇을 그리도 열심히 읽으시나 봤더니 사람 이름과 주소, 그리고 그 사람이 기원하는 내용을 쉬지 않고 일정한 리듬에 외우시라구요. 가령 서울 봉천동 어디에 사는 홍길동이 사법고시 합격을 기원한다... 뭐 그런 식이죠. 순간 좀 어리둥절하더군요. 우리나라 종교가 너무 기복신앙처럼 된게 아닌가 싶어서 씁쓸하기도 했구요.

그리고 석모도로 가는 배에서는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배가 출항하면 어디서 몰려오는지 수십마리의 갈매기들이 주위를 기웃거리죠. 하늘로 새우깡을 던지면 서커스 공연의 물개처럼 갈매기가 잽싸게 낚아채가구요. 바다에 떨어진 새우깡도 놓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이 지역 갈매기들이 자연에서 먹이감을 찾지 않고 관광객들의 새우깡에 의지해서 살아간다고 '거지 갈매기'라고도 하더군요.

석모도는 당일 코스로 서울근교에 바다 보고 오기에 딱인 것 같습니다. 그리 멀지도 않고, 배도 탈 수 있고, 주변 관광지도 많구요. 근데 영화 '시월애' 촬영지는 안보는 게 나을꺼 같네요. 찾기도 쉽지 않지만, 서정적인 느낌의 우체통도 예쁜 집도 이미 철수했다고 하네요. 찾아가다 근처에서 포기했습니다. 동네 어르신이 가봐야 볼꺼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시월애'의 흔적이나마 보려고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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