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고개는 900m 정도되는 산입니다. 소금강을 가려다 날씨 때문에 돌렸는데 택한 길이 진고개를 넘는 코스였는데요. 상당히 높아서 나사처럼 차로 뱅뱅 돌면서 올라가야 했죠. 근데 올라가는 길이 정말 예쁘더군요. 서울에서 좀 먼 것 빼놓고는 상당한 수준의 드라이브 코스였습니다. 전원주택들도 왜 그리 멋지게 지었는지... 차 속도를 늦추고 한참 쳐다보기도 했네요. 마침 오랜 여행에 지친 아기곰과 와이프가 차에서 자는 바람에, 간만에 혼자 호젖하게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진고개 정상에 오니 휴게소가 있어 잠시 쉬어가려고 주차하는데,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온몸을 비닐로 뒤집어 쓴채 커피를 마시고 있던 대학생 3명이 마침 눈에 띄었습니다. 휴게소도 문닫았고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말을 걸었네요. 예상대로 배낭여행중인 학교 선후배 사이였습니다. 이 날씨에 자전거타고 진고개를 넘어온거냐고 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네!'하고 답하네요. 역시 젊음이 좋긴 좋은가 봅니다. 이 궂은 날씨에 해발 900m를 자전거로 올라올 생각을 하다니... 다음 행선지는 횡성이라고 하니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네요. 열심히 여행하라는 덕담을 뒤로 한채, 그들은 다시 자전거에 몸을 싣고 힘차게 페달을 밟습니다.


휴게소를 둘러보다 더 이상 사람도 없고 볼 것도 없어 다시 출발했는데요.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저 앞에 자전거로 내려가는 대학생들도 보였습니다. 근데... S자 코스로 그들이 안보였다가 다시 보일 무렵, 맨 뒤에 있던 한명이 넘어졌더군요. 빗길에 그만 중심을 잃은거죠. 뒤에서 오는 차에 부딪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비상등을 켜고 내려보니 자전거는 좀 상한 것 같은데, 다행히 학생은 별 탈 없었습니다. 앞서가던 동행들도 다시 올라오고 상태를 살펴보는데, 넘어졌던 학생이 잘 뒹군 덕분에 다치지도 않고 피 한방울 안났다고 씩 웃네요. 정말 천만다행입니다. 빗길에 내리막길이라면 속도도 꽤 빨랐을텐데 말이죠.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하길래 조심히 내려가라는 인사와 함께 먼저 길을 나섰습니다. 예전 학부시절 때 홍도, 흑산도를 무전여행 비슷하게 다녀왔던 기억이 순간 떠오르더군요. 그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던지라 지금의 이 친구들처럼 고생까지는 안했지만, 나름 재밌었죠. 그땐 고생이라고도 생각안했고, 그저 친구들과 놀러간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하라고 하면 아마 쉽진 않을겁니다. 하여간 힘들지만 고생길을 당당히 택한 젊은 대학생들의 용기가 참 부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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