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세계 축구 국가대표팀 중에서 한국과 북한을 제외하곤 가장 좋아하는 팀이 아르헨티나인데요. 혹시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바티스투타를 아실런지 모르겠습니다. 곱슬한 긴머리가 마치 예수를 연상케 하면서도 활발한 몸놀림으로 골에 대한 집념이 강했던 선수였죠. 개인기도 좋고 몸싸움도 능해서 이탈리아 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바티스투타하면 떠오르는게 AS로마 소속으로 피오렌티나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었을 때,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렸던 장면인데요. 환희의 순간에 세리머니 없이 눈물 흘린 이유는 바티가 너무나 사랑하는 친정이 바로 피오렌티나였기 때문입니다. 피오렌티나와 바티의 관계를 살펴보면... 피오렌티나는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축구클럽으로 매년 약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약팀이었죠. 그러다 신인이었던 바티를 영입한 이후 전성기를 맞게 되는데요. 그 후 리그에서 당당한 강호의 대열에 올려준 바티에 대한 피렌체 시민들의 열광은 뭐 당연한 수순이구요. 바티는 '여건만 된다면 피오렌티나와 영원히 함께 하겠다'고 보답합니다.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요? 피오렌티나 팬들은 바티를 신처럼 떠받들었고 피렌체에는 바티 동상까지 세웠다고 하죠.

그러다 바티는 2000년 AS로마로의 이적을 깜짝 발표합니다. 당연히 팬들은 실망, 아니 분노했지만, 사실 바티는 이적을 두고 고민하느라 15kg이나 빠졌었구요. 기자회견에서 눈물까지 보였죠. 끝까지 피오렌티나 팬들을 위해 고민했던 바티를 알고 피렌체 시민들은 눈물로 영웅을 보냈다네요. 바티의 우승에 대한 열망으로 우승할 수 있는 팀, 즉 AS로마로 옮긴 후 바티는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안게 됩니다. 하지만 운명처럼 친정팀과 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었구요. 결국 바티는 골을 넣고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습니다. 9년간 몸담았던 팀에 대한 예의였고, 팬에 대한 의리였고, 사랑하는 팀에 대한 비수를 꽂은 착잡함이었으니까요. 이 눈물로 바티스투타는 마지막 남은 로맨티스트로 알려졌고, 지금까지도 바티의 팀은 AS로마가 아닌 피오렌티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위의 동영상이 바로 그 골장면인데요. 눈물 흘리는 바티를 토티가 안아주죠. 토티는 한일월드컵 때 미운털이 박혀서 별로 이뻐보이지 않는다능...^^ 하여간 이 골을 보고 피오렌티나 팬들도 함께 엉엉 울었다고 하는데, 참... 행복한 팬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토록 팬을 사랑하는 선수와 그라운드에서 같이 숨쉴 수 있는 팬들은 지구상에  얼마 안되니까요. 

사실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선수보다 더 갖고 싶은 선수가 바로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선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테면 대전시티즌의 최은성 골키퍼나 한화이글스의 송진우, 기아타이거즈의 이종범, 두산베어스의 박철순같은... 그런 팀의 상징이면서 팬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공동운명체 같은 선수... 참 보고 싶습니다. 두산에서는 안경현, 홍성흔선수가 그렇게 되어주길 바랬었는데 말이죠. 이 두선수가 두산전에서 홈런을 치고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궁금해지네요. 바티처럼 할지 아니면 평소대로 할지... 하지만 어떻게 하든 안경현과 홍성흔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은 끝까지 잃지 않을겁니다. 그들이 무슨 유니폼을 입든 우모 기억엔 두산선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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