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서 기대에 못미쳤던 아이템이 바로 바다열차입니다. 일단 기차라서 아기곰이 좋아할 것이고, 바다열차니까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건만,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품이어서 2% 부족하지 않았나 싶네요. 하지만 나이대가 좀 올라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한 관광상품이라면 매력도가 올라갈 수도 있구요.

바다열차는 강릉역에서 삼척역까지 왕래하는 기차입니다. 마침 예약한 날 비가 와서 탑승객은 많지 않았네요. 한적하고 비내리는거 좋아하는 우모로서는 여행하기 더없이 좋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기차는 개조해서 바다를 바라보고 앉을 수 있게 되어있구요. 앞줄보다 뒷줄을 높에 설계해서 바다를 보기에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용하게 바다를 감상하고 싶었는데요. 기차 타면서 내릴 때까지 라이브로 퀴즈도 내고 음악도 틀어주는 방송 덕에 애시당초 계획이 뒤틀려 버렸습니다.


기차길이 바다만 바라보는게 아니고, 좀더 재밌게 여행을 즐기게 하는 차원에서 이런 방송을 기획했겠지만, 바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는 모습도 보면서 기차타고 싶은 사람에겐 그닥 맘에 들진 않았네요. 옆에 일본인 가족도 여행중이었는데, 어차피 한국말을 이해 못할테니 시끄럽기만 했을테구요. 근데 이 가족은 한국을 며칠째 여행중인가 본데 엄마와 서너살 쯤 되보이는 딸은 잠만 자고, 아빠와 초등학교 1학년쯤 되보이는 아들은 졸다 바다 보다를 반복하네요. 안쓰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어떻게 말 좀 걸어볼까 하다가 방해하는 것 같아 냅뒀습니다.

기차는 정동진역에서 사진찍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데, 내려서 보니 예전에 봤던 운치있던 간이역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고현정 소나무만 뎅그렁이 남아있네요. 정동진역에 남아있는 모래시계의 이미지가 이제는 많이 퇴색되어서 드라마의 힘에 의지하지 않아도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정동진역 자체의 매력을 갖추는게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덧글...
강릉역과 삼척역을 왕복하면서 기차방송에서 모바일 퀴즈를 냈는데요. 와이프가 당첨되어서 아기곰 필기도구를 선물받았습니다. 방송이 시끄럽기는 했는데, 뭐 당첨되고 나니 기분은 좋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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