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도 찝찝한 경기가 있다면 져도 기분좋은 경기가 있죠. 전자의 경우 이겼다기보다는 상대방이 진 경기일테고, 후자의 경우 지더라도 납득할만한 경기를 보였을 때의 느낌일텐데요. 오늘 SK와의 경기는 아쉽게 비겼지만 그닥 기분 나쁘지 않은 경기였네요. 8회부터 경기를 봐서 그 전까지의 흐름은 모르구요. 8회부터 보면 두산이 상당히 탄탄한 경기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SK에 대한 두려움없는 플레이가 눈에 확 들어오던데요?

우선 임태훈의 빵빵 내리꽂는 공은 속이 후련한 느낌을 주고요. 고창성의 담대한 모습도 맘에 드네요. 주자가 있을 때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용찬의 윽박지르는 공도 좋았구요. 2안타 2볼넷 2타점의 민병헌도 괜챦았습니다. 그리고 정수빈... 정수빈을 빼놓을 수 없죠. 정수빈의 침착성과 선구안은 도무지 고졸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 그 자체더군요. 이승호에게 투스트라이크 원볼에 몰렸으면서도 볼 세개를 골라내서 기어이 출루하고 말았죠. 이승호의 유인구가 절대 컨트롤이 안된 것이 아니었는데도, 정수빈은 흔들리지 않더라구요. 정수빈의 안정된 폼이 후천적 노력의 결과라면, 선구안은 아무래도 선천적인 유전자 덕분이 아닌가 싶네요. 하여간 경기경험을 계속 샇는다면 이종욱의 대를 잇는 허슬플레이어 나올꺼 같습니다.

경기는 9회가 하이라이트였네요. 우선 9회초 SK가 2점 내면서 앞서 나갔는데요. 임태훈이 방심한 틈을 타 박경완이 3루 도루를  성공시키고 나서 분위기는 이상하게 돌아갔죠. 흔들린 임태훈은 정근우의 2루 도루에 이어 박재상에게 결승타를 내주고 말았죠. 안타맞은건 그렇다치더라도 박재상에게 2루까지 출루를 허용한건 중계플레이에 미스가 아니었나 싶고... 하지만 두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바로 9회말 원아웃에서 김동주가 안타치고 나가자, 이원석이 대주자로 나갔구요. 김현수의 안타와 에러를 틈타 1루주자 이원석이 홈까지 밟는 센스를 보여줬죠. 그리고 최준석의 볼넷 이후 유재웅의 동점타로 6:6 연장으로 끌고 갔습니다. 민병헌이 끝내기 안타를 칠 수 있었는데, 나주환의 호수비로 무산된게 아쉬웠네요.

경기는 12회 연장전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무승부지만 사실상 패배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양팀 모두 패자였네요.

덧글1 ...
안쌤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잠실구장에 섰네요. 12회말 대수비로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2군에서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얼굴이 새까맣고 깡 말랐더군요. 에혀... 하여간 SK유니폼의 안쌤이 아직은 낯서네요.

덧글 2...
11회말 금민철이 타석에 올라왔습니다. 고창성 타석이었는데, 더이상 바꿔줄 선수가 없자, 그나마 타격감이 좋은(?) 금민철을 왼쪽 타석에 세웠는데요. 4구만에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고등학교때 투수들이 타격연습도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성영훈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는데... 하여간 상당히 보기 힘든 희귀한 장면이었습니다.

덧글 3...
오늘도 박재홍에 대한 야유는 이어지네요. 개인적으로 공필성코치에게 사과했는지는 모르지만, 박재홍의 무개념 행동으로 상처받았던 팬들에게는 일언반구도 없다는게 그 이유겠죠. 그런 박재홍이 이용찬에게 데드볼을 맞았습니다. 이용찬은 바로 모자벗고 인사했구요. 나이는 어리지만 이용찬이 더 어른스러워보였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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