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해외여행가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휴가를 보내는 패턴의 차이다. 우리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반해, 외국 사람들 특히 서양쪽은 어느 한군데에 캠프를 짓고 마냥 지내는 스타일이다. 우리 눈에 보면 무료하게 한군데서 지낼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그들은 그곳에서 책도 읽고 산책도 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그건 아무래도 기회의 차이와 문화의 차이가 원인이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 한국사회는 휴가에 인색하다. 경쟁이 치열하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분위기라 휴가 자체도 별로 없다. 장기휴가를 계획할라치면 돌아와서 자리 걱정부터 해야하는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러니 이왕 어렵게 나간거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지 않을까? 나부터도 그렇고. 또 하나는 휴가에 대한 인식이 좀 다르지 싶다. 우리는 휴가를 여행에 가깝게 인식하고 있지만, 서양 사람들은 휴식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굳이 피곤하게 장소를 옮기지 않고 한군데서 자신의 몸과 마음에 휴식을 부여하는거다. 이를테면 독서, 낚시, 수영 등의 취미활동을 하면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식인데, 내 눈엔 재미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는 민족성 혹은 국민성이랄 수 있는 성향의 차이일게다. 농경사회에서 수천년을 살아온 한국인들은 휴가지에서도 주섬주섬 뭔가를 하고 움직인다. 그러나 유목민들은 매일 뭔가를 해야하는 생활습관이 배어있지 않다. 때가 되면 사냥하고 움직이면 되는거지 굳이 부지런하게 나서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두 민족 사이에는 기본적인 생체시계가 다르게 수천년을 살아온 셈이다. 그래서인지 하루종일 쉬었다가 낚시 한번 하고 다시 쉬는 그들의 휴가일정이 나에겐 참 게으르고 재미없어 보인다. 


언젠가 은퇴하고 시간이 많이 남아도는 때가 오면 그런 휴가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그때는 돌아다니고 싶어도 몸이 안따라 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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