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는데요. 하루키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잘 쓰는 스타일인지라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많이 느끼게 합니다. 그게 아마 문장력이 아닌가 싶은데요. 같은 글을 써도 어렵게 풀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참 편하게 전개하는 사람이 있죠. 하루키는 분명 후자에 속하는 사람일겁니다. 

이 책도 역시 예외는 아니더군요. 좀 특이해서 이게 소설인가? 싶은 생각도 들구요. 뭔가 끝맺음이 없는 단편영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문장력... 하지만 재미는 있네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책 서두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이야기나 들었던 실화를 옮겨적는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스케치'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미술작품을 완성하기 전 기본 뎃생같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굳이 완결짓지 않더라도 토막토막 끊어진 구조에서도 충분히 작가의 감정은 전달되는 것 같네요.

이 책에는 여러 인간 군상들이 나옵니다. 관통하는건 사랑인데요. 이룰듯 이루지 못하는 사랑, 그것도 약간은 뒤틀어진 사랑들이 나옵니다. 사랑이라고 하기에도 약간 거시기한 감정들도 있구요. 기억에 남는건 묘한 이유로 인해 이혼을 선언한 일본 중년여성의 이야기입니다. 혼자 독일여행을 갔다가 남편을 위해 '레더호젠'이라는 반바지를 사는 과정에서 이혼을 결심하는데요. 그 이유가 이해갈듯 말듯 하네요. 남편과 비슷한 체형을 지닌 사람이 레더호젠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남편에 대한 견딜 수 없는 혐오감이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품처럼 끓어올랐다고 하던데... 아마 자신이 막연하게 느껴왔던 남편에 대한 거부감이 레더호젠을 통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게 아닌가 추측됩니다만...

순간 티셔츠건 바지건 항상 직접 사왔던 내가 고마웠습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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