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서태지가 연일 화제의 중심입니다. 8집 앨범 발매후 10만장이 사전예약 되었다고 하는데요. 최근의 음반시장이 불황인 점을 감안할 때 10만장은 과거 100만장에 맞먹는다고 봐야겠죠. 역시 서태지의 힘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서태지라는 브랜드 네임만으로도 예약판매는 충분히 값어치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서태지 은퇴선언 이후 가요에 대한 흥미를 잃었습니다. 그 이후 신곡을 찾아서 듣는 패턴은 없어졌죠. 물론 CD를 사서 듣게 되지도 않았구요. 그냥 앵무새 같은 가수만 양산시키는 풍토가 참 한심스러웠구요. 지금도 그닥 달라지진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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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컴백에 즈음에서 주목하고 싶은게 있는데요. 서태지의 신비주의 전략과 그의 존재감입니다. 가요계에 활동하는 여러 가수 중에서 서태지가 유독 돋보이는건 그의 뛰어난 실험정신도 있지만 철저히 뮤지션으로서 승부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가수들, 가수인지 개그맨인지 의심스러운, 중에 풀타임잡과 파트타임잡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대중에게 과다하게 노출되는게 돈벌이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뮤지션으로서의 가치는 가벼이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이에 반해 서태지는 대중에게 노출도를 최소화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TV에서 가수를 희화화하는 프로그램에는 절대 출연하지 않음으로써 가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죠. 서태지도 데뷔 초기에는 그런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이제 그에게 그런 출연을 요구하는 간 큰 방송사는 없구요. 서태지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시청자도 없습니다. 모두 서태지의 신비주의 전략 덕분입니다.

마케팅에서 STP 전략이라고 있죠. Segmentation-Targeting-Positioning인데요. 시장을 세분화하고 이중에서 목표시장을 설정하고 자신의 상품을 어떻게 포장하느냐 하는 방법론입니다. 서태지만큼 이 STP전략을 훌륭하게 이행하고 있는 마케터도 드물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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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처럼 TV 노출도와 가수의 영향력을 4-Box로 정리하면 서태지의 진가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가수 혹은 개그맨들은 주로 A 혹은 D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수로서의 영향력도 유지하면서 TV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경우가 A일테고, 그렇지 않은 가수 혹은 개그맨(?)들이 D에 있겠죠. 그리고 셀 수 없이 더 많은 가수들이 C에 있을껍니다.

하지만 음악적 영향력이 큰 A나 B에 위치하려면, 서태지처럼 음악적으로 독보적 성과를 올리거나 TV에 많이 출연해서 대중을 웃기거나 즐겁게 해줘야 하죠. 후자의 경우는 참 한국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는데요. 가수를 가수로 쓰지 않고 개그맨으로 보는 방송사 행태때문에 한국 대중음악이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결국 어떻게든 인지도를 높여서 돈이나 벌어보겠다는 A나 D에 속하기를 열망하는 연예인, 기획사가 많다는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이 나오지 못하고, 거기서 거기인 천편일률적인 음악이 난립하는 원인이 되고 있죠.

특히 D 그룹은 음악은 그저 TV에 출연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구요. 자신이 CD를 냈던 가수였다는 사실조차 개그의 소재로 삼는 부류죠. 개인적으로는 이들을 재미있는 개그맨으로 분류하지 괜챦은 가수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풍토 때문에 서태지는 진가를 더욱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케터로서도 훌륭한 텍스트가 되고 있구요. 이런 음악인을 동시대에 볼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간만에 서태지 음악에나 빠져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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