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이 책에 대한 평가를 미루어 볼 때 적어도 잘못된 선택은 아닐꺼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역시 기대를 충족시키는 괜챦은 책이네요. 덕분에 읽는 며칠 동안 정리되지 못한 부분들이 하나씩 메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직 일독만으로는 다 채우진 못했지만 말입니다. 한번쯤 더 읽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이 책은 정의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서양철학의 흐름을 고전에서 현대에까지 알기 쉽게 실증적인 예를 들어 훑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구멍이 나있는 이론체계를 튼실하게 해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는데요. 우선 샌델교수는 정의를 3가지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첫째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으로 대표되는 공리주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을 강조하는 자유지상주의 혹은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그리고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에 기여하는 것 등입니다. 그리고는 이 관점을 하나하나씩 실증적 예를 들어가며 무너뜨리죠.

첫번째 공리주의는 행복을 수치화한다는 개념에서 인간 행복의 질적 차이, 쾌락의 가치 우열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비판합니다. 이로 인해 인간의 기본 권리를 소수와 다수의 계산문제로 치부하는 오류를 범해 사회 정의를 바라보는 시각의 한계점이 있다는 점을 밝혀내죠. 그렇다고 자유주의 역시 공리주의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회적 가치와 개인적 가치의 우열문제에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는거죠. 결국 저자는 공리와 행복간의 가치우열을 판별하는 가치 측정이 중요한 문제이며, 그 기준은 사회적 미덕과 공동선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또한 공동선과 더불어 연대의식의 중요성도 강조하죠. 개인이 태어나면서 사회와 맺게되는 불가분의 관계를 고려할 때 지역, 국가, 나아가 세계와의 연대는 특수하지만 선택할 수 없는 당연한 연관성을 가진다고 적시합니다. 이는 일제시대 때 태어나지도 않았고 조선을 침탈해서 나 개인이 얻은 이익도 없는데, 일본인이 왜 한국에 사과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명징하게 답을 주죠. 그 연계성을 부정하면 과거 일본이 누린 영광의 역사 또한 현재의 개인과는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리기에, 결국 과거의 국가나 사회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묵시적 승계를 하는건 당연하다고 말하는겁니다.

다만 저자가 주장하는 공동선이라는게 상대적인 측면이 있다는건 좀더 고민을 해야할 듯 하네요. 공동선이 절대적 가치인 도덕과는 분명 상충되기도 하거니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거든요. 저자가 주로 서양의 시각에서만 정의를 규정하기에 유교나 이슬람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정의, 공동선, 미덕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겠네요.

이 책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여러 저명인사들이 휴가지에서 읽겠노라고 하더군요. 한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 어떻게 해석할까 하는 걱정과 의구심이 드네요. 아무래도 같은 방망이도 야구선수가 드는 것과 조폭이 드는 것은 다르니까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