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ctor comes in, Enemy gets out.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와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두산이 9연승 이후 충격의 5연패를 당했습니다. 야구가 원래 의외성의 스포츠라지만 좀 충격이 크군요. 특히나 지난 일요일 삼성에게 연장전까지 가서 진건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습니다. 연장불패의 기록이 깨진 것도 그렇지만 무기력한 플레이가 혹시나 5연패에서 더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왠지... ㅜ.ㅜ

하여간 오늘 내일 푸욱 쉬고 올림픽 브레이크 전 마지막 관문을 잘 넘기기 바랍니다. 이번주 주중 3연전은 롯데와의 잠실혈전입니다. 부디 2승 1패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를...

그나저나 두산의 올시즌 과제는 1순위가 마무리입니다. 페넌트 레이스에서는 마무리 부실이 큰 문제가 안될 수 있지만, 포스트시즌에 가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죠. 근데 두산의 마무리 정재훈은 우승청부사로서는 어딘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집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재훈의 구질입니다. 그의 구질은 마운드를 지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죠. 알다시피 정재훈은 파이어볼러는 아니고 제구력과 포크볼로 승부하는 마무리입니다. 과거 LG의 김용수와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포크볼은 구위가 여전히 살아있지만 직구 시속은 143k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위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타자는 포크볼은 포기하고 바깥쪽 직구 혹은 실투성 직구만 기다리게 되구요. 볼카운트가 밀리니까 자꾸 어려운 승부를 하게 됩니다. 결국 정재훈이 직구의 위력을 올리기 전에는 리그 정상급의 포크불은 그냥 묻힐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정재훈은 수싸움으로 타자와 승부하는 스타일인데요. 타이밍을 뺏는 능력은 작년까지 그럭저럭 위력을 발휘했지만 이젠 타자의 눈에 읽혔다고 봐야됩니다. 수싸움에서 수세에 몰린다는걸 달리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저 저의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죠. 그래서 제 의견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주 풀카운트까지 몰리고 좀처럼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건 타자가 유인구에 잘 속지 않는다는걸 말합니다. 그만큼 정재훈의 수싸움이 밀린다는 얘기겠죠.

현상황에서의 정재훈의 장점은 마무리로서의 경험이 유일하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한때 오승환급의 마무리 실력을 과시했고, 수많은 큰경기를 경험했다는 점이 두산의 다른 투수들을 능가하죠. 원래 2005년 서동환으로 마무리를 가려다 실패한 이후 쟁재훈이 등장했으니 벌써 햇수로 4년째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부진은 일시적인게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두산팬으로서는 답답해집니다. 경험이나 관록으로 경기를 꾸려나간다는건 분명 한계가 있으니까요. 특히 SK의 두터운 투수층을 보면서 한숨만 나오구요. 정재훈을 못미더워하면서도 그를 대체할 만한 투수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한숨이 나옵니다. 내년엔 성영훈이라는 초고교급 투수가 마무리로 뛰어주기를 기대해보지만... 신인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거는건 모험이기에 지금의 정재훈을 보면서 먹먹해 지네요.

진필중이 2000년 방어율 2.34에 42세이브를 기록하면서 두산 구단 역대 최고에 등극했었습니다. 이때의 진필중은 정말 필중필승이었는데요. 내년 두산의 마무리는 2000년의 진필중처럼 리그를 호령할 수 있는 파이어볼러가 나와줬으면 합니다. 참고로 정재훈은 2006년 방어율 1.33에 38세이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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