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들이 선릉역 게단에서 넘어져 부상당했었죠. 결국 퇴출당했다네요. 참 아쉽네요. 성적을 외면할 수 없는 구단의 입장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좀더 기다려줄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한국형 용병 랜들이 더 이상 두산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고 하니 마음이 착잡합니다. 머리로는 이해가지만 가슴으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이런게 아닌가 하는... 흠...

랜들이 참 재수없는게요. 계단에서 넘어지면 대개 손을 짚어서 몸을 보호하는데, 투수인지라 손을 보호하려고 그냥 몸으로 부딪쳤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재수없이 허리를 다쳤구요. 병명도 희한한 허리 우측 횡돌기 골절이라는... 프로선수라면 당연히 활약 여부로 몸값을 인정받고 또 가치가 떨어지면 퇴출당하는게 당연한거지만... 참 안타깝기 그지 없네요.

랜들은 리오스, 레스 등에 비해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내진 못했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레스의 추천에 의해 두산 유니폼을 입어서 용병이라기보다는 레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역할 정도로 생각하기도 했었죠. 게다가 랜들의 구위도 그닥 위력적이지 않았구요. 하지만 꾸준함이랄까... 성실함이랄까... 그런 랜들의 성품이 한국 토양에 잘 맞아서 훌륭하진 않지만 준수한 성적을 올렸더랬습니다. 특히 SK에 강해서 작년 한국시리즈 때도 큰 기둥이 되어주었구요.

그에게 받았던 가장 큰 감동은 랜들의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 입니다. 당연히 미국에 다녀와야 하는데도 팀을 위해 가지 않았던... 장면에서 그냥 아메리칸 랜들이 아닌 왠지 코리안 랜들의 향기를 느꼈죠. 돈이 오가는 프로의 세계에서 인간적인 냄새를 맡는다는건 참 신선한 충격이거든요. 그런 그가 이제 퇴출당했습니다. 에혀~

랜들...
어디가서도 열심히 잘살기를...
그리고 꼭 쾌차해서 가능하다면 다시 두산마운드에 올라주기를...


아마 계백이 황산벌로 나가는 심정이 이렇지 않았을까요? 말에 오르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내가 죽든 네가 죽든 여기서 결판을 내자.' 라고 뇌까리지 않았을래나요. 김경문감독도 집에서 운동화 끈 매면서 비슷한 심정이었을겁니다. 수치적으로는 2패가 남았지만 정서적으로는 1패만 남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으니까요. 그만큼 두산으로서는 오늘은 이유 불문하고 반드시 이겨야 했습니다. 

그런데 김성근감독은 또 꼼수를 냈네요. 선발로 김광현 대신 송은범을 낸겁니다. 일단 의외의 카드를 뽑음으로써 두산의 허를 찌르는데 성공했구요. 대신 김광현은 체력을 비축시켜 5차전에 대비했네요. 작년 리오스에게 신예 김광현을 맞대결시켜 리오스를 자극했듯이, 오늘은 랜들과의 경기에 송은범을 올렸습니다. 역시 야신다운 결단입니다. 하지만 왠지 얄밉게만 보이는군요. 내가 너무 야박해졌나요?  

타순도 SK는 전혀 새로운 순서로 채워졌네요. '이진영-박재상-김재현-박재홍-최정-정근우-나주환-박경완-김강민'으로 짰습니다. 생소하군요. 반면 두산은 어제와 달라지지 않은 멤버로 나왔습니다. 김재호가 이대수 대신 나왔다는 것 외엔 예상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네요. 내심 타순조정을 해주길 바랬는데요. 달감독이 결국 뚝심으로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4차전의 결과는 1:4 SK의 완승입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몰렸구요. 악몽같은 10월을 맞고 있습니다. 두번의 만루찬스를 놓친게 패인이네요. 자칫하다가는 안방에서 저들의 축포가 터지는걸 봐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치욕적인 상상이지만 말입니다.

1. 달감독이 지목한 김현수와 고영민
김경문감독이 김현수와 고영민을 좀 터뜨려줘야 할 선수로 꼽았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팀에서 거의 유일하게 안터지고 있는 친구들인데요. 두산이 잘 나갔을 때는 두 선수가 중심에 있었RLDP, 오늘은 무조건 이 두명이 부활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그닥 좋지 않았네요. 특히 4회말에는 볼넷으로 나간 고영민을 1루에 두고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별다른 작전도 없었죠. 근데 잘 때린 김현수의 공이 3루수 최정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더블플레이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김현수의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 너무 안타깝네요. 그거 빠지기만 했으면 당연히 2, 3루였는데 말이죠. 김현수의 부진도 씻을 수 있었는데... 참 안되려니 이래도 안되나 싶더군요.

오늘 고영민은 볼넷을 2개를 고르고 안타를 뽑아내 좋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김현수는 안타 없이 4타수 무안타 기록했었습니다. 시름이 깊어지는 대목이네요. 그래도 김현수 지금까지 잘 해줬으니 아무런 불만 없답니다. ^^ 

2. 눈물겨운 랜들의 호투
랜들은 정말 수호신이었습니다. 7이닝 3실점으로 위기를 잘 넘겨줬구요. 맡은 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줬습니다. 아마 올해 한국시리즈 최초의 퀄리티 스타트가 아닌가 싶은데요. 그래서 더더욱 고맙습니다. 부친상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해 남아준 것만도 고마운데 이렇게 에이스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주니 얼마나 눈물겨운지요. 정말 위기를 넘기는 순간마다 가슴 뭉클해지더군요. 랜들의 얼굴에서 다 쓰러져가는 집안을 홀로 버티고 있는 맏아들의 모습을 보았다면 너무 감상적인가요?

이상하게 SK는 랜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랜들의 변화구 제구력이 완벽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쓰리볼에서도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아나갈 수 있는 랜들이기에 SK타자들이 그닥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죠. 아무쪼록 랜들이 다시 한번 선발로 등판해야 할텐데 말이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기원해봅니다.

3. 너가 있기에 두산이 있다, 김동주 홍성흔
김동주와 홍성흔은 오늘 투혼을 보여줬습니다. 김동주는 전력질주로 내야안타를 만들었구요. 홍성흔은 찬스를 이어주는 안타를 고비마다 만들어줬죠. 이렇게 헌신적으로 플레이하는 고참이 있기에 신참들도 나날이 발전하는거구요. 김동주, 홍성흔 같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롤모델이 있다는게 젊은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특히 김동주는 팔꿈치 부상으로 불편한 몸으로 4번타자 역할을 잘 해줬구요. 3루수비도 무난하게 펼쳤습니다. 벤치의 분위기 메이커 홍성흔도 김현수를 보듬어주며 매니저를 자임했다고 하던데, 안봐도 눈에 훤합니다. 그 넉넉한 마음 씀씀이가...

4. 이제는 즐기면서 야구하자
김현수의 부진보다 더욱 걱정되는건 두산 분위기입니다. 분위기만큼은 어느 팀도 부럽지 않은 두산이었는데, 지금은 적쟎이 침체되어 보이네요. 그래서 그런지 몸놀림도 느리더군요. SK선수들과 대비될 정도로요. 어딘지 부담감에 주눅들었다고 할까요. 자신있는 플레이가 실종된게 참 아쉽습니다.

특히 9회초 이용찬의 패스트볼은 추격의지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이진영의 우전안타 때도 고영민의 수비동작은 반쯤 포기한 듯한 느낌이었구요. 1패 이상의 안좋은 징조가 패배의식인데요. 우리 선수들 힘들더라도 한번 더 생각하고 한발 더 뛰어줬음 좋겠습니다. 

이런 분위기로는 4차전에서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릴랙스하고 경기를 즐겨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우리 선수들 그동안 수고많았는데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처럼 부담없이, 승부에 연연하지 말고, 그렇게 뛰었으면 좋겠네요. 가끔 하늘도 보고, 관중석에 이쁜 여자 있는지도 둘러보고, 카메라는 누굴 찍고 있는지도 확인해보고, 그렇게 여유있게 경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의 MVP는 당연히 랜들입니다. 퀄리티 스타트로 에이스의 위용을 지켜줬구요. 무려 7이닝을 막아줌으로써 불펜진의 소모를 대폭 줄였습니다. 덕분에 내일 남은 투수를 총동원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네요.

덧글 1...
2000년에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대결에서 3패 후 3연승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록 7차전에서는 퀸란의 뜬금포로 무너지고 말았지만, 끝까지 감동적인 투혼을 발휘했었죠. 이번에 다시 2000년의 추억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 진검승부 '경인선 잔혹사' 시즌 2가 드디어 개봉되었습니다.
작년 시즌 1은 두산이 초반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했으나, 집단 난투극 이후 어이없이 퇴각했던 비극으로 끝났구요.
올해 시즌 2는 두산의 대반격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한국시리즈는 플레이오프와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플레이오프가 불꽃튀는 타격전이었다면, 한국시리즈는 팽팽한 투수전이었죠. 김광현은 여느 때처럼 명품투구를 이어갔고 랜들은 SK에 강했던 전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호투를 보여줬습니다. 삼성전에서는 툭하면 점수를 내곤 했는데, 역시 SK는 올시즌 1위팀답네요. 한점빼기가 쉽지만은 않더군요. 결국 만날만한 팀들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두산이 서전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했습니다.

이른바 '경인선 잔혹사' 시즌2의 첫 경기 관전평을 시작합니다.  

1. SK의 '생각대로' 야구 Vs 두산의 '생각하는' 야구
SK는 감독 중심의 야구를 지향하구요. 반면에 두산은 선수 중심의 야구를 추구하죠. 한국 프로야구 스몰볼의 대명사 SK와, 빅볼의 상징인 두산의 야구는 그래서 팀컬러도 확연히 차이납니다. 한마디로 SK는 김성근 감독의 '생각대로' 하는 야구라면, 두산은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야구를 한다고 볼 수 있죠.

1차전에서도 그런 차이가 드러났는데요. 갑자기 두산선수들이 번트를 많이 댔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패턴이었죠. 판단컨대 김광현의 위력적인 공을 공략하기 위한 선수들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었나 싶네요. 김경문감독의 작전과는 별개라는거죠. 그도 그럴 것이 홍성흔이 기습번트를 댔구요. 5회에는 무사 1루에서 전상렬이 의도적으로 번트를 했구요. 다음 타자 이종욱도 이어 스퀴즈를 시도했구요. 그 다음 타자 오재원도 역시 바로 번트를 시도했습니다. 전상렬부터 세타자 연속 번트 시도는 한번도 본 적이 없을 만큼 상당히 드문 일인데요.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해 생각해낸 자발적인 선택이 번트로 나타난겁니다. 결국 두산은 5회초 1점을 뽑아냈죠.

반면 SK는 작전야구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5회말 최정이 실책으로 나가자 바로 번트를 시도하죠. 비록 나주환이 실패했지만, 능히 김성근감독의 작전이었음은 말할 필요없구요. 이어지는 1사 1, 3루에서 김성근감독은 또 뭔가 작전을 냈습니다. 이를 눈치챈 랜들이 3루에 견제하는 척하며 1루를 보자 1루주자 조동화는 이미 스타트를 끊은 후였구요. 결국 런다운 플레이로 조동화는 아웃되고 3루주자는 홈으로 쇄도하지 못했습니다. 김성근감독의 작전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채 실패로 돌아간거죠. 이게 결국은 경기의 흐름을 뒤바꾼 분수령이 되었습니다.

2. 진정한 2008 MVP는 누구인가? 김현수 Vs 김광현
1차전 경기는 초반 김광현이 볼넷을 남발하면서 시작했는데요. 두산이 득점찬스에서 적시타 부족으로 점수를 못내면서 힘들게 경기를 이끌려 갔습니다. 반대로 국가대표 좌완 김광현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죠. 김현수는 무사 1, 2루, 2사 1루의 찬스, 그리고 6회 선두타자로 나와 김광현에게 연속삼진을 거푸 먹으면서 명성을 퇴색시켰구요.

김광현이 참 좋은 투수라는게요.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으면서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분명 어떤 위기에서도 의연한 에이스로서의 자질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죠. 김광현은 때로는 삼진으로, 때로는 평범한 땅볼로, 플라이로 두산타자들을 요리해 갔습니다. 하지만 김광현은 6회에 김동주의 2루타, 고영민의 볼넷 이후 대타 최준석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으면서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말았죠. 이대수와의 승부를 위해 고영민을 볼넷으로 보낸게 화근이었습니다. 최준석의 타구가 펜스를 맞히긴 했지만 좌익수 쪽이어서 1루주자가 홈에 들어오긴 무리가 아니었나 싶었는데요 결국 고영민의 두려움없는 질주가 2타점으로 연결시켰습니다. 김광현이 3차전에 나온다 해도 이번 경험을 중심으로 대처한다면 쳐내지 못할 것도 없다고 봅니다.

대신 김현수는 김광현이 내려간 이후 제 컨디션을 찾았습니다. 7회 1사 2루에서 정우람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깨끗한 우전안타를 만든겁니다. 3연속 삼진의 수모를 털어내는, 그리고 앞으로의 경기에서의 화력을 예고하는 한방이라 평가하고 싶네요. 이 안타로 두산은 SK의 추격의지를 꺽어놨음은 물론이구요. SK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8회초 2사 만루에서는 이승호를 상대로 삼진을 또 당하면서 MVP 행방을 오리무중에 빠지게 했네요. 어쨌든 MVP 경쟁은 타격 3관왕 김현수와 투수 2관왕의 김광현의 향후 활약에 의해 판가름날 것으로 보입니다.

3. 지명타자의 지존을 가리자! 홍성흔 Vs 김재현
이번 경기 또 하나의 대결은 홍성흔과 김재현의 지명타자 대결이었습니다. 두명 모두 팀의 고참으로서 공격에서 한방을 날려줄 미션이 주어졌는데요. 미션은 김재현이 먼저 성공했네요.

김재현은 첫 타석에서 랜들의 몸쪽 직구를 통타해 중월 홈런을 뽑아냈죠. 두산킬러답게 SK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기분좋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과거 LG시절부터 이어온 두산에 강한 모습을 또 보여줬네요. 작년 한국시리즈 때도 김재현의 홈런으로 분위기가 갈렸었는데 말이죠. 그걸 잘 아는 김성근감독이 4번으로 기용한건 당연한 작전이었구요.


반면 홍성흔은 첫타석은 평범한 땅볼로 물러났지만 4회 기습번트로 두산의 첫 안타를 만들어냈습니다. 빅볼의 선두주자인 두산은 5회 이전에 번트를 대지 않는다는 선입견(?)에 쐐기를 박는 통쾌한 기습번트 안타를 만든거죠. 3루수 최정도 놀랐지만, 김광현도 의외의 상황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죠. 역시 홍성흔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스타입니다. 

그리고 9회초 기세를 올리고 있던 이승호를 상대로 중월홈런을 날립니다. 홍성흔의 스타성은 뭐 두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쐐기를 박는 홈런을 날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신흥 간지맨 오재원의 상승세를 견제하는 듯한 심플하면서도 묵직한 세리머니, 정말 완전 초감격입니다. 순간 관중석에서는 'No.22 홍간지 한방' 이라는 격문이 보였구요. 홍성흔의 홈런으로 이제 김동주만 터져주면 시리즈는 정말 제 예상대로 의외로 간단하게 끝날 수도 있답니다. 그게 분위기 탄 두산의 힘이니까요.  

4. 아버지의 이름으로! 랜들
1차전 선발 랜들은 부친상을 당한 상태였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랜들은 SK를 이기기 위해, 팀의 우승을 위해,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구요. 과거 리오스를 연상시키는 감동적인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당시 리오스도 시즌 중에 부친상으로 출국하면서 공을 주섬주섬 챙겨 갔었죠. 그리고 다녀온 후 바로 선발로 등판해 승리를 따냈구요. 랜들 역시 리오스의 전통을 이어받아 눈물겨운 호투를 펼쳐줬습니다.


랜들은 5.1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SK 타선을 무력화시키며 승리를 낚았습니다. 그야말로 인천 앞바다에서 월척을 잡은겁니다. 아마 랜들은 공을 던지면서 아버지 생각에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리고 하늘에서 아버지가 지켜보시며 흐믓해 하셨을거구요. 이런 랜들의 투혼은 시리즈 내내 선수단의 단결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껍니다. 고맙습니다. 랜들! 

5. 식빵 오재원, 오버 대신 희생을 택하다
오재원의 타격폼이 또 바뀌었습니다. 누가 오재원의 변천사를 동영상으로 비교분석해줬으면 좋겠는데요. 초기에 이치로같은 타격폼에서 타격 스탠스를 넓히는걸로 바꾸더니, 오늘은 배트를 한뼘이나 짧게 쥐고 치더군요. 아마 플레이오프와는 달리 진루타에 집중하려는 본인의 판단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안타는 뽑지 못했구요. 볼넷, 볼넷, 병살, 희생번트, 삼진으로 마감했습니다. 롱다리 간지의 대명사 오똘의 전매특허인 레프트 스트레이트 세리머니를 못봐서 아쉽네요. 

하지만 안정적인 수비와 희생정신은 충분히 칭찬받을만 했습니다. 특히 4:2로 따라붙은 7회말 SK 박재상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으로 잡아 아웃시킨건 왜 오재원이 두산의 미래인가 보여주는 플레이였죠. 만약 빠졌다면 점수는 4:3, 그리고 분위기는 경기 종반 안개속에 빠질 뻔 했습니다. 이제는 안경현의 허전함을 오재원이 채워주고 있네요. 김경문감독의 안목과 결단력이 새삼 무섭기도 하고 믿음직스럽기도 하고 그렇네요. (아.. 그럼에도 아쉬운 우리의 안쌤... ㅜ.ㅜ)

6. 박경완에 묶인 발야구, 방향 선회 필요하다
지난 한국시리즈 패인 중에 하나는 박경완이었습니다. 이종욱, 고영민의 도루를 연거푸 잡아내면서 두산의 발은 꽁꽁 얼어붙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시리즈에서 두산의 첫 도루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고영민의 첫 도루는 실패했습니다. 정확히는 주심의 오심으로 아웃 판정되었습니다. 분명히 카메라로는 세입이었지만 말이죠. 오심은 뭐 더 이상 얘기하진 말구요. 이제는 주루전략을 수정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발야구라고 반드시 뛸 필요는 없습니다. 뛸 듯한 위협만으로도 충분히 투수를 흔들 수 있거든요. 진정한 발야구는 한 베이스씩 더가는 센스로 발휘하고, 박경완이 견제하는 동안에는 뛰는 시늉만 하는 전략으로 수정하면 분명 SK 배터리는 헷갈릴 겁니다. 볼넷은 부수효과로 얻으면 되구요. 그러다 방심하면 불시에 한번 뛰어주면 되죠.^^

반면 SK는 채상병을 상대로 그라운드를 헤집고 다니더군요. 아니 거의 유린 수준이었습니다. 채상병의 단점은 송구동작이 완만하고 송구하는 팔의 각도가 짧아 강한 공을 던질 수 없다는겁니다. 그래서 시즌 중에도 겨우 2할대의 도루저지율을 보여줬는데요. 오늘도 어김없이 SK 주자는 채상병에게 땡큐를 연발했습니다. 그래서 팬들은 채상병 대신 최승환을 기용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경험탓인지 어쨌든 김경문감독은 채상병을 선택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SK도 두산 못지 않은 발빠른 선수들이 많으니까요.

뽀너스 #1. 오늘의 MVP
내맘대로 뽑는 1차전 MVP로 누구를 뽑을까 살짝 고민했는데요. 결국 랜들을 선택했습니다. 3.2이닝을 잘 막아준 이재우도 물론 훌륭했지만요. 선발투수가 열세인 상황에서 랜들의 선발승은 두산에게 희망 메시지나 다름 없습니다. 특히 부친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타자를 막아낸 점, 김재현의 홈런 외에 실점을 하지 않은 점, 위기 속에서도 침착한 플레이로 극복해낸 점 등은 MVP로 선정되기에 손색이 없네요. 랜들사마의 4차전도 기대해 봅니다. 흠... KBO도 랜들을 MVP로 선정했군요. 간만에 KBO와 호흡을 맞췄네요.

덧글 1...
자꾸 작년 얘기를 하게 되는데요.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리오스가 2:0 완봉승을 기록한 이후 김성근감독이 김광현을 올리는 꼼수를 선택했었죠. 당시 가능성있는 정도의 신인급 투수를 올림으로써 리오스와의 경기를 버리는 경기로 과감히 격하시켰는데요. 결국 이 꼼수 하나가 시리즈를 바꿔놨었죠. 오늘 패배로 혹시나 야신이 뭔가 다른 수를 생각해내지 않을까 일말의 불안감이 있습니다. 물론 그걸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금메달리스트 달감독이 있지만서두...

덧글 2...
흠... 관전평을 쓰고 나서 보니 달감독이 번트작전을 타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시한거라고 하네요. 저는 스스로 선택한줄 알았는데요. 1, 4회 찬스를 못이은 것이 번트작전의 이유라고 하네요.어쨌든 두산의 선수가 '생각하는 야구'는 시즌 내내 이어져왔구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퇴색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 마지막 경기에서 이종욱의 스퀴즈 번트가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겠죠.


리오스는 두산에서 우즈 이후 최고의 용병이다. 볼 때마다 투수로써의 매력보다 인간적인 매력이 더 물씬 느껴진다. 리오스 인간성이야 다들 인정하는 것이고... 한국에서 오래 오래 장수하다 용병 최초의 영구결번도 되고, 나아가 두산 코치로 남았으면 싶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ID : 쾌지나칭칭님]

랜들은 원래 레스 대신 들어온 용병이다. 하지만 꿩대신 닭이 아니라 꿩보다 닭이었다. 좌완 레스보다 구위가 좀 떨어졌지만 성실성을 무기로 올해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랜들 역시 내년에도 두산에서 뛸 가능성이 99.99%. 깔끔해 보이는 인상만큼 구위도 깨끗하다.

아래 사진은 쾌지나칭칭님에게 이메일로 받은 이미지다. 사진을 클릭해서 보면 수많은 사진들의 조합으로 전체 이미지를 표현하게 되어있다.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건가? 심히 궁금해진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