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회사 일이 바빠 피곤함에 몸이 쩔어 있는데요.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밤늦게까지 꿋꿋이 본 영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틀에 걸쳐 봤는데요. '란도리'라는 영화입니다. 마치 동화같은 영화로 일본판 어린 왕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네요.

란도리의 주인공 테루는 어렸을 적 맨홀에 빠져 머리를 다친 이후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약간은 모자란 친구로 나오는데요. 할머니가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빨래 도둑을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주인공 미즈에는 이 코인 빨래방에 찾는 손님으로 사랑의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상태구요. 이로 인해 미즈에는 아무 이유없이 물건을 훔치는 도벽까지 갖게 되었죠. 다소 불완전한 두 사람은 빨래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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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탁소를 벗어나면서 영화는 처음의 순수한 동화에서 약간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변질됩니다. 미즈에는 고향으로 내려가고 코유키를 찾아간 테루는 낯선 남자의 도움으로 미즈에를 찾게 되는데요. 이 남자가 나중에 일본을 떠나면서 전 재산을 테루에게 물려줍니다. 이 부분이 조금은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설정인데요. 아무 이유없이 단지 테루의 순수한 모습이 좋다는 이유로, 그리고 백인의 글래머와 결혼하겠다는 계획으로 떠납니다.

아무래도 경제적 능력이 없는 테루의 모습을 이어가기 위한 영화감독의 영화적 장치가 아닌가 싶은데요. 보면서 좀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두 사람은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하지만 결국 코유키의 도벽이 경찰에 잡히면서 파국을 맞게 되죠.

테루는 다시 코인 세탁소로 돌아가는데요. 영화는 다소 몽환적인 테루의 상상도 곁들이면서 바닷가에 누워있는 테루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걸 압축적으로 보여주네요. 그리고 1년 후 미즈에는 출소하고 둘은 다시 만나게 됩니다. 물론 테루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미즈에를 맞이하죠. 그리고는... 해피 엔딩~

순수청년 테루는 재일 조선인을 그린 영화 고(GO)의 주인공인 쿠보즈카 요스케(窪塚洋介)가 맡았구요. 미즈에는 카토 코유키(加藤小雪)가 맡았습니다. 고에서는 요스케가 반항적인 이미지였던거 같은데 여기서는 정말 약간은 바보같은 모습을 귀엽게 잘 소화해냅니다. 그리고 영화 제목 란도리는 Laundry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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