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2011년 시범경기를 지켜보니 기대와 우려가 절묘하게 버무려진 비빔밥 같네요. 가슴 설레게 하는 선수도 있고 한숨 나오게 하는 선수도 있긴한데... 전반적으로는 컨디션이 바닥에 있을 뿐, 기본적인 전력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비록 승보다 패가 많은 성적이지만요. 아쉬운건 투수진이 여전히 물음표가 많다는 점인데, 좀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미소 1. 임태훈
임태훈은 두산팬들에게 원초적인 모성본능을 느끼게 하는 친구죠. 작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터프 세이브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링위에 올라 피투성이 끝에 승리를 따내는 가장의 모습과 흡사했는데... 그 투지와 경험 때문에 올해는 소방수 임무를 맡았습니다. 본인의 희망을 살린다면 선발이어야 하는데... 이렇게 팀을 위해 늘 희생하는 모습때문에 두산팬들은 임태훈에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SK전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니 한결 더 성숙해진 모습이더군요. 묵직한 직구도 낙차큰 커브도 충분히 리그 정상급이었구요. 운영능력도 좋네요. 임태훈이 제2의 진필중이 되어준다면 한국시리즈 마지막 공은 그의 손에서 결정될겁니다. 

미소 2. 김재환
방송에서 캐스터가 그러더군요. 조만간 김현수의 인기를 뛰어넘을 선수가 김재환이라고.. 얼굴이 콩알만해서 '얼콩'이라 불린다는 얘기도 처음 들었습니다. 인천고 시절에 밀어때려 홈런치는 장면보고 반했었는데, 이제 서서히 그 진가를 드러내는 것 같네요. 김재환의 장점은 빠른 스윙입니다. 전성기의 김재현을 보는 듯한 배트 스피드를 가진데다, 안정감있는 스윙 매커니즘으로 타구의 질이 참 좋죠. 왠만하면 빨랫줄입니다. 2루수 살짝 넘겼는데 그게 홈런이 되었다는 얘기가 현실감있게 느껴지더군요. 문제는 포지션입니다. 가급적 최준석 군대간 이후 1루수로 정착해줬음 하구요. 올 시즌은 지명타자로 출전합니다. 달감독님은 2번타자로 넣겠다고 하셨는데... 참고로 김현수가 처음 1군에서 뛸 때 2번이었다능...  

한숨 1. 라미레즈
기대가 너무 컸나요? 실망스러웠습니다. 공의 위력이 평범하더군요. 직구 스피드도 제구력도 평균수준으로만 보였습니다. 기교파 투수라면 운영능력이 필수인데 그런 것도 안보이고... 과거 세데뇨처럼 산업연수생으로 받은게 아닌가 싶네요. 한경기만 봤기에 아직은 판단 유보지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메이저리거나 적어도 메이저와 마이너의 스플릿 계약을 맺는 선수들은 몸을 늦게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곤 하죠. 하지만 라미레즈는 마이너리거이기에 봄에도 몸을 만들어놔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에서 제값을 받으니까요. 그래서 아직 몸이 덜 풀렸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한숨 2. 김성배
달감독님이 믿는 투수니 좀더 시간을 주긴 하겠지만, 5선발이라고 하기엔 중량감이 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죠. 좌타자에게 약했던 모습을 고쳤다고는 하나 아직은 모르겠구요. 이현승이 훨씬 나은데 하는 생각만 맴돌더군요. 달감독님이 5선발 우선권은 김성배, 다음은 홍상삼, 그 다음으로 이현승을 점찍으신 것 같은데, 불펜에 쓸만한 왼손이 없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만... 우모는 이현승의 선발능력을 높게 평가하는지라 아쉽기만 하네요. 어쨌든 달감독님이 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는걸 김성배는 유념해야 할겁니다. 올해는 우승 외에는 어떤 것도 보이지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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