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절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도시죠. 무대뽀로 건물을 높이 올리고 보는 무철학의 서울과 달리, 전통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물을 짓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높은 건물을 짓고 싶은 사람은이얼마나 많았을까요? 하지만 당국의 적절한 규제와 구성원들의 똘레랑스가 정착이 되어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시로 탈바꿈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순간 '세계 명품도시, 일류 행복도시, 서초'라는 서초구의 케치프레이즈가 떠오르네요. (풉...) 일단 웃어주고요. 땅값 높고 건물만 높다고 일류도시가 된다고 착각하는 천민자본주의가 판치는 대한민국이 참 한심스러울 뿐입니다.


그런데 파리에서도 첨단건물이 모여 있는 곳이 있습니다. 파리 외곽으로 나가면 라데팡스라는 곳인데요. 이게 파리가 맞나 싶기도 할 정도로 전혀 분위기는 딴판이죠. 마치 미래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 제가 배낭여행을 할 97년에는 느낌이 그러했습니다.

지상에는 차가 다니지 않도록 차도를 모두 지하에 설계한 것이나, 예술성을 살리면서 첨단 이미지가 묻어나도록 지은 높은 건물이나, 오벨리스크와 일직선 상에 놓이도록 배치한 도시계획 등, 당시로서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컨셉의 도시여서, 그것도 전통의 도시 파리 외곽에 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마 추측컨대, 그런 첨단도시를 파리에 만들 수 없으니 문화재 훼손이 가장 적은 외곽에 계획도시로 지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서울은 유구한 문화재를 갈아 엎고 일단 건물부터 올리고 보자는 생각에 특색없는 콘크리트 도시가 되어버렸고, 이마저 서울로만 집중되어 있어 전체적으로는 기형적인 형태의 도시가 되어버렸죠.

라데팡스는 발전과 보존이라는 상충개념을 적절히 보완해서 탄생한 도시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제 한번 다시 방문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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