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안양한라의 올시즌 정규경기에 처음 직관을 갔습니다. 지난번엔 블라디보스톡과의 연습경기였구요. 원래 예전 회사 동기들과 같이 가기로 했는데, 하나같이 집안일이 생겨 혼자 가게 되었네요. 다들 미안하다고 하지만, 뭐 혼자 가는데 익숙한지라 부담없이 갔습니다. 왠만하면 아기곰을 데리고 가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감기기운이 있어 못갔구요.

경기는 도후쿠 프리블레이즈와와의 시즌 1차전입니다. 프리블레이즈는 가장 젊은 팀답게 터프한 경기 운영을 즐겨 상대하기 껄끄러운 팀이죠. 공격이건 수비건 몸을 아끼지 않습니다. 스피디하면서 와일드한게 개인적으로는 맘에 드는 스타일이네요. 이번 시즌에 김혁이라는 한국 선수가 입단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구요. 그래서인지 경기는 초반에 답답하게 흘러갔습니다. 1피리어드에 선취골을 내줬구요. 이렇다할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았죠. 작년 챔피언이라는 부담때문이지 움직임도 상대적으로 수줍은 새색시같았습니다.

하지만 2피리어드 들어 몸싸움에 밀리지 않으면서 경기 양상은 서서히 바뀌어 갔습니다. 동점골에 이어 역전골도 그닥 어렵지 않게 나왔죠. 특히 파워플레이 골이어서 조직력이 살아났음을 보여줬고, 전반적으로 경기를 지배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3피리어드 막판에 사단이 났네요. 과열 조짐이 보이는 와중에 집단 패싸움이 벌어졌는데요. 작년 시즌 어느 팀인가 기억이 안나는데, 그 때 싸움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주 화끈하게 붙더군요. 프리블레이즈가 골리를 빼고 포워드를 보강하는 스페셜플레이를 할 때 김기성이 인터셉트해서 텅빈 골문으로 쇄도해 골을 성공시키자 시비가 발생했습니다. 가뜩이나 약이 올랐을 프리블레이즈 선수가 골세리머니를 하는 김기성을 밀친거죠. 김기성은 넘어졌구요. 이후 한데 엉켜 주먹질을 했는데, 말리는 상황에서도 한두명씩 멱살잡고 주먹질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치열하게 싸운건 박우상이었는데요. 키 191에 몸무게 96kg 넘어 국내선수중에서 가장 몸집이 좋은 편인데도 용병선수에게 쉽지 않더군요. 얼굴에 상처를 입은채 끝났습니다. 뭐 아이스하키에서 패싸움은 경기의 일부분이라 그리 쾌념치 않습니다. 실제로 NHL에서는 심판이 처음엔 말리지도 않구요. 결국 4~5명이 2분간 퇴장당한채 경기는 속개되었고 4-1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늘 경기로 안양한라는 4승 3패로 리그 3위로 올라섰구요. 김기성은 6골로 득점 선두가 되었습니다. 서서히 V2를 향해 시동을 거는 분위기네요. 정상 정복보다 더 어려운 정상 수성이겠지만, 좀 더 힘을 내어 화이팅~!

덧글...
홈페이지에 보니 김우재는 턱부분에 25바늘 꿰맸고, 박우상은 얼굴이 많이 긁혔다고 하네요. 모두 경기 출장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는데... 어휴... 그냥... 프리블레이즈 이놈들을...


올 시즌 처음 안양한라 경기 직관했습니다. 아기곰과 함께 가려고 했지만, 낮잠을 안자는 통에 혼자 다녀왔네요. 아이스하키는 가족들이 많이 오는 경기라서, 아기곰 또래들도 많은데... 아쉽더군요. 다음 홈경기 때는 시간을 잘 맞춰서 가족 모두 가야겠습니다. 

오늘은 안양한라 멤버십에도 가입해서 카드도 발급받았네요. 멤버십은 1만원 유료구요. 홈페이지에는 멤버십 가입시 팬북을 준다고 해서 물어보니, 이미 동이 나서 없다고 하네요. 선착순 1백명이었다나 뭐라나... 좀 실망했습니다. 홈페이지에 공지 띄우는게 어렵지도 않은데... 팬 서비스가 생명인 산업이 바로 프로 스포츠인데 말이죠. 하지만 뭐 그만큼 팬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로 위안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져지도 구입했습니다. 선수용은 20만원인데 아직 뚜렷하게 응원하는 선수가 없어서 응원용 져지를 구매했네요. 3만 5천원이더군요. 당분간 이 져지입고 응원합니다. 평소엔 운전석 시트 커버로 쓸 예정이구요.


경기는 7-5로 프리블레이즈를 이겼습니다. 프리블레이즈 3연전 포함 8연승 행진이네요. 프리블레이즈가 2연패한 만큼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신생팀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더군요. 선취점을 얻은 후에 중반까지 잘 따라오다가, 어제처럼 결국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지네요. 선수 프로필을 보지는 못했지만, 왠지 노쇠한 선수들 중심으로 짜여진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후반에 힘을 못내는거 보니... 흠...

반면 안양한라는 마르티넥, 라던스키, 패스트가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마르티넥은 플레잉코치를 하면서 뛰는 노장인데도 전혀 손색없는 경기력을 보여주죠. 늘 영리하게 공간을 잘 찾는데요. 오늘도 골을 넣었습니다. 살짝 스틱으로 공의 방향을 돌려놓는 센스있는 팁인슛... 역시 마르티넥입니다. 국내선수로는 송동환, 박우상, 김기성, 이유원 등도 잘 뛰어줬습니다. 특히 박우상과 김기성의 콤비플레이로 엮어낸 골은 칭찬해줄만 하네요. 국내파끼리 합작한건 왠지 더 박수를 치게 됩니다. 그리고 손호성 골리도 중간에 관중들 웃음을 자아내는 실수를 한번 하긴 했지만, 뭐 무난하게 세이브해줬구요.


리그에서 파워플레이를 가장 잘하는 팀이 바로 안양한라인데, 오늘도 한골을 넣었습니다. 7-4에서 특이한 장면이 있었네요. 프리블레이즈가 경기종료 2분 정도 남은 상황에서 골리를 빼고 6명이 모두 공격에 가담했는데요. 당시 안양한라는 한명이 2분간 퇴장을 당한 상태라 4명으로 맞서는... 울트라 파워플레이라고 해야 되나...? 하여간 안양으로서는 아주 불리한 페널티킬이었는데, 결국 한골을 먹었습니다. 6명이 장악하니 뭐 골리를 제외한 3명이서 돌려막기 하는데도 한계가 있더군요. 하여간 재밌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노 타카유키라는 일본 선수를 오늘 처음 봤는데요. 올시즌 들어온 외국인 선수인데 동양권이라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수비수라 그런지 눈에 띄지도 않고, 몸도 크지 않고, 나이도 83년생이라 기량이 원숙하지도 않은데... 왜 뽑았을까? 궁금하더군요. 게다가 경기 중반까지는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한번은 퍽을 놓치는 바람에 한골을 먹기도 했죠. 같은 일본팀이라 봐주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안이한 플레이였습니다. 근데 브로셔를 보니 정말 잘 생겼더군요. 마치 일본의 아이돌 스타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요. 위의 이미지는 경기장 로비에 걸려있는 걸개그림인데요. 오노 참 근사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아마 안양한라가 본격적으로 여성팬을 빙상장에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오노를 데려온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막판에 골을 성공시켜주더군요. 얼굴로 뽑힌게 아니라는걸 항변하듯...^^ 아마 모르긴해도 오노팬들이 상당수 생길 것 같네요. 라던스키가 누리던 꽃미남 자리가 위협받을 정도니...


오늘 경기장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왔습니다. 백인들이 주로 가족, 친구들과 함께 100여명 정도는 오는것 같구요. 일본인들도 군데군데 눈에 뜨입니다. 제 뒤에 앉아있던 일본 남자 3명은 뭔가 기록지에 싸가면서 관찰하듯 경기를 보더군요. 역시 일본은 야구도 현미경 야구를 하더니, 아이스하키도 마찬가지네요. 그리고 로비에는 한국말을 곧잘 하는 일본인 아저씨가 NHL 피규어 상점을 열었습니다. 대학 아이스하키 경기 홍보도 하고 있어서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네요. 다음에 가면 무엇때문에 왔는지, 뭐하는 분인지도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아시아리그에 새 식구가 들어왔습니다. 작년에 해체되었던 Seibu Princerabbits 대신에 Tohoku Freeblades가 창단되었는데요. 감독을 비롯해 대부분 프린스래빗츠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일본도 아이스하키가 그닥 인기있는 스포츠는 아니어서 팀 수가 줄어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래도 바로 메워주니 다행이네요.

안양한라가 프리블레이즈와의 3연전 첫 경기는 5-2로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2차전에서도 7-2로 대승했습니다. 신생팀이라 그런지 개인기량은 나무랄데 없어도 팀웍이 잘 맞지 않는 느낌이더군요. 경기 초반엔 팽팽했지만, 막판에 점수차가 벌어지자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멋진 골은 마르티넥과 패스트의 스틱에서 나왔습니다. 1피리어드에서 패스트의 그림같은 어시스트를 받아 마르티넥이 1:1 찬스에서 쉽게 골을 성공시켰는데요. 패스트의 어시스트는 수비수 2명을 속이고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주는 한차원 높은 플레이였습니다. 패스트는 2피리어드에서도 또 환상적인 골을 넣는데요. 긴 팔을 활용해서 골대 뒤에서 나오는 스피드를 이용해 바로 골을 그대로 쳐넣더군요. NHL에서는 가끔 나오는 스타일인데 동양권에서는 보기 쉽지 않죠. 

안양한라에게 아쉬운건 마르티넥이나 라던스키 등 외국인 선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겁니다. 마르티넥이 막히면 이렇다 할 공격루트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경기 주도권이 넘어왔을 때는 국내 선수들도 나름의 역할을 하는데, 팽팽한 경기에서는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선수들만 놓고 보면, 아이스하키도 축구와 유사한 패턴이지 않나 싶네요. 한국이 다소 체력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인 반면에, 일본은 세밀한 패스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축구를 하죠. 한일 아이스하키 패턴도 비슷합니다. 한국 선수들이 주도권을 갖고 밀어붙이기는 하는데, 결정력은 좀 떨어지더라구요. 하시모토 골리가 선방했다는걸 감안해도...

인터넷에서 보니 관중석이 중간중간 비었더군요. 1,200석의 관중석이 개막전에서는 꽉 찼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비가 와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관중들이 좀 더 와야 선수들이 힘낼텐데... 흠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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