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 한참 달려가니, 만나기로 한 장소가 문을 닫았다며 옆집으로 오란다. 그 집은 허름한 인테리어가 컨셉이랄까? 무척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름은 놀맨. 웃통을 벗어 검게 그을린 건강한 모습의 주인과 마당과 바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는 몇명의 손님들이 흡사 자메이카의 어느 해변에 온 듯 하다. 손님이 와도 그닥 반가워도 않고 뭘 시키든 그닥 고마워도 않는다. 딱 자메이카다. 


사실 난 이런 분위기 좋아한다. 과도한 친절과 관심을 주는 가게는 외려 부담스럽다. 그냥 오면 오고, 가면 가고, 다들 각자 알아서 할 일만 하는 컨셉이 편하다. 짐작컨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온 젊은 사장이 이 집을 연세로 내고 장사를 하는게 아닐까 싶다. 엄밀하게 말하면 장사라기 보다 같이 논다는게 맞을게다. 그래서 이름도 놀맨일테고. 맘에 든다. 그래서인지 메뉴도 없을 때가 많단다. 고기를 못잡아오면 없는게 메뉴. 그걸 탓할 손님도 없고 탓한다고 들어줄 주인도 아니다. 얼굴에 딱 그렇게 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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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 추천하고 싶은건 담벼락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 마시는거다. 적당히 해지는 시간에 바람도 솔솔 불어준다면 금상첨화겠지. 이럴 땐 아무거나 꺼내 온 맥주에 대강 씹어줄 수 있는 안주가 제격이다. 그리고 해 넘어가는 시간을 마냥 즐기며 느긋하게 친구와 얘기를 나누면 딱이지 않을까? 


다음에 제주에 온다면 한번쯤 다시 들르고 싶다. 이런 자메이카 분위기가 봄이나 가을, 특히 겨울에는 어떤 모습일지 심히 궁금하다.


놀맨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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